2014-04-30 09:08

기고/첨단 미래물류기술 어떻게 진화하고 있나?

권용장 박사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첨단물류시스템연구단장)
[스무 번째 이야기 : “지진에도 흔들림 없는 믿음”]

권용장 박사.

지난 4월 1일 새벽 필자는 화들짝 놀라서 잠에서 깼다. 마치 지하철이 집 아래를 통과하는 듯한 흔들림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게 뭐지? 하는 순간 다시 한 번 흔들림이 느껴졌다. 한반도 서해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순간 필자는 겁이 났다. 중남미의 엘살바도르에서 이보다 심한 지진을 겪어보긴 했지만 국내에서 이런 지진을 직접 느낀 건 처음 이었고, 과연 우리나라 건축물이 지진에 대해 얼마나 견딜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워낙 부실 건축물이 많다는 소문 때문일까? 고층 건물들의 내진설계는 확실하게 되어있을까?

독자들도 최근 몇 년간 지진에 대한 뉴스를 많이 접해보았을 것이다. 더 이상 우리나라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 지진은 1643년 7월 24일 경주근처에서 발생한 것으로 최대 진도 10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며, 779년 진도 규모 8.0 등의 대규모 지진이 일어난 전례가 있다. 역사적으로도 우리나라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물류시설은 과연 지진에 대비하여 설계 및 시스템이 갖추고 있을 것인가? 현재 내진 설계 기준현황은 다음과 같다.

과거에 비해 내진 설계에 대한 기준이 강화되고 있으며,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더욱 기준을 강력하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1980년대 이전의 건물들은 어떠한가? 내진에 대한 설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럼 물류에서 지진에 가장 취약한 분야는 어디인가?
바로 보관 분야이다. 현재 물류센터는 공간의 효율화를 위해 평치 보관이 아닌 랙화 하여 화물을 보관하고 있다. 문제는 이 랙이 지진에 대한 설계가 이루어진 곳이 전무 하다는 것이다.

보통 랙에 보관되어져 있는 화물은 파렛트화 되어 보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파렛트화 되어 있는 화물의 무게는 얼마나 되는가? 우리나라 표준 파렛트인 T11, T12인 경우 보통 1톤 정도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가 우리나라에서 본 가장 높은 랙은 23층 높이의 랙으로 단순계산으로 1열 무게는 23톤이며, 당연히 1열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이것이 만약 지진으로 붕괴되고 그 시설물 아래에서 사람이 작업을 하고 있다면, 그 결과는 상상하기도 싫다. 분명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질 것이 눈으로 보듯 선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 분명 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비하다. 최근까지도 지진으로 인해 물류센터내의 랙이 무너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푸드스터프는 2010년 7월 지진 발생으로 물류센터내부의 100미터 길이에 이르는 25개 통로의 랙이(6미터 높이) 도미노처럼 무너져 버렸다. 이로 인해 알콜 제품 최대 9천만 달러의 상품이 모두 파괴되었다. 다행히 현장에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만약 현장에 사람이 있었다면, 상품과 랙의 붕괴로 인해 크나큰 인명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최근 대형유통업체의 트랜드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이 바로 창고형 매장이다. 창고형 매장의 특징은 높은 랙에 상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이곳을 소비자가 직접 움직이며 상품을 선택하고 구매하는 것이다. 만약 평일 내지는 주말에 예고 없는 대형 지진이 발생할 경우 벌어질 일을 생각해보면, 정말 끔찍하다.
   
실제로 1994년 미국 노스리지 지진이 발생했을 때 창고형 매장의 랙이 무너지는 사태를 겪었다. 당시 리히터 규모 6.6을 기록했으며, 이 사태 이후 창고형 매장의 랙에 대한 강화가 대대적으로 이루어 졌다.
        
그렇다면 이러한 재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필자의 생각으로는 기존의 고정형 랙이 아닌 내진 설계가 된 랙을 구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가장 대표적인 기술을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의 RIDG-U-RAK 사는 지진 에너지의 85%까지 분산시키는 랙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바로 기초 격리 지진 시스템(Base Isolation Seismic Systems)이다. 

이 시스템은 직립 프레임의 열 사이에 위치하여 바닥에 고정된 랙이 지진으로 인한 흔들림에 따라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리히터기준 6.7과 6.9규모에 달하는 노스리지 지진과 로마 prieta에서 일어난 지진보다도 25%이상 더 강력한 지진에도 견딜 수 있다.(버팔로 뉴욕 주립대학에 있는 구조공학 지진 시뮬레이션 실험실에서 100개 이상의 지진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고정랙 보다 200% 이상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측정되었음) 이로 인해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랙 구조의 무결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인명사고 및 제품의 손상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물류센터는 화주, 소비자, 유통업체 등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의 재산을 맡기는 곳이다. 그러한 물류센터가 재산을 보호해주지 못한다면, 또한 종사자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다면, 물류의 거점이며, 전진 기지인 물류센터의 기능은 상실하게 될 것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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