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항로에선 성수기에 진입했지만 수요가 부진한 모습을 보여 선사들이 한숨짓고 있다.
취항선사들은 올해 5기(9~10월) 선적 상한선(실링)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고 전했다. 이 기간 실링은 80%로 설정됐다. 앞선 기간에 비해 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한일항로 실링은 8월까지 줄곧 70%대를 유지했다. 최성수기인 3~4월에도 70%대를 지켰다. 1기(1~2월) 73%, 2기(3~4월) 78%, 3기(5~6월) 75%, 4기(7~8월) 76%였다. 하지만 선사들은 전통적 성수기인 10월에 화물이 늘어날 걸로 보고 80%대까지 공급을 끌어 올렸지만 결과는 기대를 비껴가고 말았다.
선사 관계자는 “한일항로 수요가 전반적으로 침체한 데다 독일 하파크로이트나 프랑스 CMA CGM, 일본 원(ONE) 등의 원양선사들이 잇달아 한일항로에 배를 대면서 국적선사들의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다”고 실적 부진 배경을 설명했다.
선사들은 9~10월 선적 목표 달성에 실패하자 올해 마지막 두 달(11~12월)엔 공급을 다시 축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보인다. 한 선사 관계자는 “11~12월엔 70%대 중반으로 실링을 강화하려고 한다”며 “한일항로가 근해선사들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시절은 지났다고 보고 변화된 환경에 대응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 집계된 물동량은 소폭 성장했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에 따르면 8월 한 달간 한국과 일본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11만5100TEU(잠정)로, 지난해 같은 달의 11만3000TEU에서 2% 증가했다. 7월에 감소세를 기록했다가 한 달만에 다시 반등에 성공했다. 감소세로 올해를 시작한 한일항로 물동량은 2월부터 6월까지 성장곡선을 그리다 7월에 반락했지만 곧바로 오름세를 회복했다.
다만 수출화물 부진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같은 달 수출화물은 6% 감소한 2만3800TEU에 머물며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띠었다. 수출화물은 올해 2~5월과 7~8월 등 8개월 중 6개월간 마이너스 성장하는 침체에 빠졌다. 반면 수입화물은 8월 한 달 동안 11% 늘어난 2만3800TEU를 달성하는 등 3월부터 6개월 연속 상승 곡선을 그렸다. 환적화물은 2% 늘어난 6만7500TEU를 기록, 한 달 만에 성장세를 회복했다.
환적화물 중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 또는 제3국으로 수송된 삼국 간 화물은 5% 감소한 5만3200TEU, 원양선사가 고객인 피더화물은 46% 늘어난 1만4300TEU였다. 3국 간 화물의 부진에도 피더화물이 큰 폭의 성장률을 신고하며 전체 환적화물 성장을 이끌었다.
이 항로 운임은 보합세를 띠었다. 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10월 3주 평균 한일 구간 운임지수(KCCI)는 40피트 컨테이너(FEU)당 243달러를 기록했다. 전달인 9월의 251달러에 견줘 3% 하락한 수치다. 이 항로 월 평균 운임은 지난 3월 단기 저점인 184달러까지 떨어진 뒤 상승세로 돌아서 5월에 200달러를 넘어섰고 9월엔 최근 1년 새 최고치까지 올라섰지만 전 세계적인 시황 하락세의 영향으로 다시 내리막길로 행로를 변경했다.
주간 운임이 소폭 상승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주간 KCCI는 10월21일 현재 24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9월2일 단기 고점인 254달러를 찍은 뒤 하락해 10월7일부터 2주간 242달러에 머물렀지만 10월 하순에 접어들면서 소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0피트 컨테이너(TEU) 환산 운임은 122달러 수준이다. 한일항로 취항선사들은 올 한 해 유가할증료(BAF) 200달러를 부과하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한일항로 운임은 사실상 바닥권까지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수요가 안 좋다고 해서 운임이 추가로 하락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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