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진출과 극지 연구 수행을 목적으로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쇄빙선 <아라온>호가 뱃고동을 울린 지 15돌을 맞이하는 가운데, 후속 선박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일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해양수산개발원(KMI),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는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북극항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북극항로의 현황과 향후 전망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최수범 박사 “한국형 원자력추진 쇄빙선단 꾸려야”
최근 북극항로를 향한 러시아와 중국의 동행에 서방은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최근 아이슬란드에서 개최된 ‘2024 북극써클총회’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북극에서 러시아 중국 간 군사 및 자원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북극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미국 알래스카주 공화당 상원의원인 리사 머코우스키도 “러시아와 중국은 북극에서의 군사 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긴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극항로에서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러시아와 중국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쇄빙선 확보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수범 인천대학교 박사는 이날 ‘북극항로 주도권 경쟁과 과제’라는 주제 발표에서 “우리나라는 예산이 부족해서 쇄빙선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북극항로의 주도권과 경쟁력은 얼음을 깨고 고위도를 항해할 수 있는 쇄빙선에서 나온다. 한국형 원자력 추진 쇄빙선단을 구축해 북극항로를 개척할 것을 최초로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최 박사에 따르면 국가별 쇄빙선 보유 척수는 러시아가 38척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어 중국 4척, 미국 2척 순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쇄빙선 1척에만 의존하고 있는 데다 이마저도 15년 전에 지어져 북극항로 선점에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연간 300일 이상을 운항할 정도로 일정이 빠듯하고, 현재 쇄빙 기술력으로는 연구 범위에 한계가 있어 추가 건조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 박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끝나고 기후 변화로 해빙이 가속화하면서 향후 북극항로 해상운송에 약 400척의 선박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그는 러시아산 목재 수요가 상당하다는 점에 주목하며 우리나라가 잠재력이 높은 러시아 해운물류시장을 놓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 박사에 따르면 러시아의 목재 수출액은 2022년 140억달러(약 19조5000억원), 2023년엔 99억달러(약 13조8000억원)였다. 최근 러시아 원자력공사가 발표한 올 한 해 북극항로 물동량은 전년 3620만t 대비 5% 증가한 3800만t을 기록,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 박사는 “목재 수출량을 20피트 컨테이너로 환산하면 83만TEU다. 3000TEU급 컨테이너선 270척이 취급할 수 있는 규모다. 우리나라 선사나 해운업계 전문가들은 북극에 화물이 없어 배를 보낼 수 없다고 하는데 완전한 오해다. 거대한 러시아시장을 우리나라는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물류대란·물가상승 대응방안은 북극항로 개척”
과거 한진해운 사태와 코로나 팬데믹 확산, 후티 반군의 공격에 따른 수에즈운하 통항 불가 등으로 나타난 물류대란은 컨테이너 운임 급등과, 선복 부족,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김인현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물류대란과 인플레이션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 북극항로의 개척과 상용화를 꼽았다.
김인현 교수는 “북극항로의 단축된 항해 거리는 지정학적 위험으로 물류가 막힐 때 해소해 주는 보완재 혹은 대체재로서 기능한다”며 “두 지점 간의 항해 거리의 단축은 각종 선박 운항비용의 감소로 작용하며 운임의 인하, 상품 가격의 하락으로 나타나 인플레이션을 막는 데 좋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중소선사들의 북극항로 취항에 대응해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를 대상으로 한 책임 보험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은 수에즈운하 마비로 북극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환경오염을 이유로 대체항로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잇따라 선언한 바 있다. 스위스 선사 MSC는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운송시간이 단축되지만 해양 환경을 파괴할 우려가 있어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프랑스 선사 CMA CGM도 생태계에 중대한 위험을 야기한다며 북극항로 무항해를 선언했다. 이 밖에 독일 하파크로이트도 환경보호를 위해 북극해를 이용한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김 교수는 대형 선사들이 북극항로 운송에 미온적이면 중소선사들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데 운항 도중 위험이 발생할 경우 선사가 계약운송인인 포워더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선사들이 투입되면 여러 가지 운항상, 법률상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계약운송인인 포워더들에게 계약상 책임을 묻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포워더들은 책임보험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그는 북극항로의 가장 큰 지정학적 위험 요소로 유빙의 존재와 항로가 상시 열리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쇄빙선과 내빙선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 1척에 불과한 쇄빙선을 건조비 및 운항비를 국고에서 준비하는 국가적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기후 변화로 북극해의 얼음이 예상보다 빠르게 녹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초소형 위성을 갖춰 북극해에 관한 정보를 모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북극해 얼음이 감소하는 정도가 예측을 벗어나기 시작했고, 북극해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미래를 얘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극지연구소 센터장은 ‘인공위성으로 본 북극해빙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온난화 대응 기술 확대와 스마트 북극운항 기술, 북극과학 활동 강화, 초소형 위성산업 활성화 등을 이뤄내려면 빙권정보를 고도화해야 하는데 초소형 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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