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항로는 물동량의 증가세에 힘입어 운임인상(GRI)에 성공했다. 선사들은 매달 조금씩 늘어나는 물동량을 배경으로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00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400달러의 GRI가 실시됐다. 한번에 200달러 올리거나 두번에 걸쳐 100달러씩 올리거나 제각각 달랐지만 평균 TEU당 200달러의 운임이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동항로를 서비스하는 선사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시황 회복의 속도가 매우 더뎌 수익분기점에 도달하기까지 갈 길이 멀었다는 견해다. 올해 중국발 중동항로의 물동량은 큰 강세를 보이는 반면 한국발 물동량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모습이다. 이란을 제외하고 중동에서 가장 큰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행 자동차와 프로젝트 관련 물동량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대이란 제재라는 악재가 있었던 지난해를 올해보다 더 낫다고 보는 선사도 있었다. 이란과의 해운서비스 전면 중단을 앞둔 지난해 6월 초 중동항로의 화물적재율(소석률)은 95~100%를 기록하는 등 물동량 강세를 보였다. 중국발 물동량이 올해만큼 많지 않았고, 이란 서비스 중단을 앞두고 막바지 수출 물동량이 몰렸기 때문이다.
선사들의 또 하나의 걱정은 라마단 특수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올해 라마단 기간은 어느 해보다도 이른 6월 말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나타나야 할 라마단 물량 밀어내기 모습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동항로를 서비스하고 있는 한 선사 측은 “지금이 물동량 피크를 찍을 수 있는 기간이라 운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지금 같은 시황이라면 올해 하반기까지 이 같은 보합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며 “올해는 수익을 내기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올해 1분기 쿠웨이트로 수출된 자동차, 플랜트 기자재 등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쿠웨이트는 현재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돼 철강, 건설중장비 등의 물동량수입이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걸프지역국가(GCC) 건설시장 붐이 중동항로 부진을 타개할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트라에 따르면 알루미늄 소재의 창호시장은 건설 프로젝트에 전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데, 중동의 고온 다습한 기후와 모래바람 등 환경적 요인에 적합한 한국산 알루미늄 소재 창호가 최근 건설 경기 호전과 함께 인기를 누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GCC 건설시장은 2020년 두바이 엑스포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등이 예정돼있어 향후 5~10년간 창호 등의 물동량이 꾸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두바이항 환적을 통한 이란 부세르항 운임은 3월 이후 매달 TEU당 약 100달러 하락하면서 현재는 2000달러 초반대를 형성하고 있고, 제다항 담맘항의 운임은 TEU당 1200~1300달러대를 형성하고 있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