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까지 강세를 띠었던 한중항로의 수요가 9월 들어서면서 주춤한 모습이다. 선사들은 기대했던 중국 국경절 특수가 실종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8월 물동량은 두 자릿수의 성장 폭을 시현했다. 황해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8월 한 달간 한중 양국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29만8700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달의 26만8300TEU에서 11.3% 증가했다. 수출화물은 8% 늘어난 9만6700TEU, 수입화물은 12% 늘어난 18만5700TEU, 원양선사가 고객인 피더화물은 22% 늘어난 1만6200TEU로 각각 집계됐다.
한중항로 수송 실적은 올해 들어 2월 한 달을 제외하고 모두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특히 1월과 4월 5월 6월 8월 5개월간 두 자릿수 성장을 일궜다.
주요 수출 화물인 합성수지(레진) 화물은 약세를 띠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8월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수출된 레진 물동량은 35만t을 기록, 지난해 같은 달 42만t에서 17% 감소했다. 다만 전체 석유화학제품은 합성고무 등이 늘면서 1% 늘어난 52만t을 달성했다.
1~8월 누계 물동량은 9.5% 늘어난 232만1800TEU를 기록, 8개월 실적 기준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수출화물은 8% 늘어난 76만2600TEU, 수입화물은 9% 늘어난 142만4700TEU였다.
다만 수요가 9월 들어서면서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인 대목이다. 전통적으로 9월은 일주일간 이어지는 중국 국경절(10월1일) 연휴를 앞두고 밀어내기 수요가 나타나지만 올해는 예년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추석 연휴도 수요 부진을 부채질했다.
선사 관계자는 “중국의 물류 거점인 상하이 시장이 빠르게 침체되고 있다”며 “예년엔 국경절 연휴 전에 미리 화물을 보내려는 화주들의 움직임이 활발했지만 올해는 이 같은 모습이 사라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운임은 약보합세를 띠었다. 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9월 평균 부산발 중국행 수출항로 운임(KCCI)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52달러를 기록했다. 7월 이후 3달 연속 이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4월까지 30달러대에 머물던 한중항로 월간 운임은 5월에 40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7월엔 50달러 선도 돌파했다. 이 항로 수출 운임이 50달러를 뛰어넘은 건 지난해 8월 이후 1년 만이다.
주간 KCCI는 9월23일 현재 51달러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1달러 떨어졌다. 주간 운임은 7월22일부터 4주간 53달러를 유지하다 8월19일 52달러로 하락한 뒤 9월 초까지 같은 수준을 이어갔다. 수입 운임은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9월 평균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47달러를 기록, 8월의 162달러에서 9% 내렸다. 이로써 5월부터 이어졌던 160달러 선이 5개월 만에 무너졌다.
이 밖에 선사들은 시황 부진에도 15만원의 터미널할증료(THC)를 별도로 징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본운임과 THC의 분리로 수출항로 운임은 70~80달러의 인상 효과를 내고 있다. 하반기 저유황할증료(LSS)는 110달러가 적용되고 있다.
한편 9월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해운회담에서 양국 정부는 소석률(화물적재율)에 근거해 항로 개방을 결정한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중국 정부가 이번 회담에서도 항로 전면 개방 정책을 관철하지 못한 셈이다.
국적선사 관계자는 “항로 개방 이슈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다만 중국 정부가 이번 회담에서도 강하게 우리 정부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점진적인 개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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