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항로 취항선사들이 선복 공급을 늘렸지만 기대했던 수요 상승은 나타나지 않았다. 선사들은 4분기부터 성수기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취항선사들은 올해 5기(7~8월) 선적 상한선(실링)을 80%로 정했다. 전기(7~8월)에 비해 4%포인트(p),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p 늘어난 수치다. 올해 들어 선적성한선이 80%를 넘어선 건 이번 한 번뿐이다. 1기(1~2월) 73%, 2기(3~4월) 78%, 3기(5~6월) 75%, 4기(7~8월) 76% 등 최성수기로 분류되는 2기에도 80%를 넘기지 않을 만큼 선사들은 운임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공급을 옥죄는 정책을 펴왔다.
특히 비수기인 7~8월엔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실링을 정했음에도 10곳 중 4곳이 달성하지 못했다. 7월엔 대부분의 선사들이 목표치를 달성하는 호성적을 냈지만 휴가와 일본 최대 명절인 오봉절(8월15일) 연휴가 집중된 8월엔 실적 악화의 쓴맛을 봤다.
앞선 기간의 부진에도 선사들은 공급 확대로 향후 방향을 정했다. 9월부터 수요가 살아날 거란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은 편이다. 9월 한 달만을 놓고 볼 때 많은 선사들이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된다.
선사 관계자는 “취항선사들이 실링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도달했더라도 턱걸이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추석 연휴로 공장 가동이 쉰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다른 선사 관계자는 “9월부터 한일항로 수요가 성수기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상황”이라며 “10월엔 긴 연휴가 없는 만큼 다시 수요가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식 집계된 7월 물동량은 후진 행보를 보였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한국과 일본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11만8600TEU(잠정)로, 지난해 같은 달의 12만3200TEU에서 4% 감소했다. 이 항로 물동량이 감소세를 띤 건 1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수입화물은 4% 늘어난 2만4600TEU를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수출화물이 2% 감소한 2만7000TEU, 환적화물은 7% 감소한 6만7100TEU에 머물렀다. 수입화물이 3월부터 5달 연속 상승 곡선을 그린 게 그나마 고무적이다. 환적화물 중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 또는 제3국으로 수송된 삼국 간 화물은 10% 감소한 5만4800TEU, 원양선사가 고객인 피더화물은 13% 늘어난 1만2300TEU였다. 최근 몇 년간 약세를 이어가던 피더화물이 세 달 연속 두 자릿수의 성장을 신고했지만 삼국 간 환적화물 부진의 영향을 비켜가지 못했다.
홍해사태로 깜짝 호황을 누렸던 글로벌 해운 시장이 하반기 이후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한일항로 운임은 강보합세를 띠었다. 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한일 구간 9월 4주 평균 운임지수(KCCI)는 40피트 컨테이너(FEU)당 251달러를 찍었다. 전달의 249달러에 견줘 소폭(1%) 오른 수치다. 이 항로 월 평균 운임은 지난 3월 단기 저점인 184달러까지 떨어졌다가 반등에 성공해 지난 5월 200달러를 넘어섰다. 9월 평균 운임은 지난해 8월의 290달러 이후 최고치다.
다만 주간 운임은 하락세로 돌아서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 주간 KCCI는 9월2일 254달러로, 지난해 8월21일 이후 1년 새 최고치를 찍었다가 9월9일 252달러, 9월23일 248달러로 하락했다. 20피트 컨테이너(TEU) 환산 운임은 124달러 수준으로, 유가할증료(BAF)를 제외한 실제 기본운임은 TEU당 100달러에 못 미치는 걸로 파악된다.
선사들은 하반기 한일항로 BAF를 상반기와 같은 200달러로 동결했다. 선사 관계자는 “취항선사들이 운임이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주변 항로 시황도 좋지 못한 상황이어서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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