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항로 수요가 호조를 띠는 가운데 운임은 하락세가 표면화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8월 한 달간 우리나라와 동남아 8개국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잠정 36만7000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달 32만7600TEU에서 12% 늘어났다. 월간 기준으로 올해 4월의 36만8100TEU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높은 실적이다. 수출화물은 5% 늘어난 16만1300TEU, 수입화물은 18% 늘어난 20만5600TEU로 각각 집계됐다.
동남아항로 물동량은 올해 들어 3월과 4월 6월 8월 각각 36만TEU를 넘어서는 강세를 띠었다. 이전까지 월간 실적이 36만TEU를 넘어선 건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폭증했던 2021년의 3월과 4월 두 차례뿐이었다. 2021년은 연간 실적 사상 최고치를 쓴 해다.
국가별로 보면 8개국 중 6개국이 플러스 성장을 거뒀고 특히 4개국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띠었다. 물동량 1위 국가인 베트남은 18% 늘어난 12만6700TEU, 2위 인도네시아는 16% 늘어난 5만4090TEU, 5위 대만은 19% 늘어난 3만3900TEU, 6위 필리핀은 37% 늘어난 2만6300TEU를 달성하며 두 자릿수 성장을 신고했다. 또 3위 태국은 5% 늘어난 5만1500TEU, 4위 말레이시아는 1% 늘어난 3만8800TEU를 냈다.
반면 7위 홍콩은 2% 감소한 1만8400TEU, 8위 싱가포르는 11% 감소한 1만7090TEU에 그쳤다. 홍콩은 2021년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2년 11개월째 마이너스 성장했지만 2달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를 띤 싱가포르를 앞서며 5월 이후 3달 만에 7위에 올라섰다.
동남아항로 운임은 지난달에 이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여줬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9월 3주 평균 상하이발 동남아항로 운임지수(SEAFI)는 2171.1을 기록, 전달의 2807.2에 견줘 23% 하락했다. 2022년 7월 이후 최근 2년간 최고치를 찍은 7월(3453.1)에 비해선 37% 떨어졌다. 현물 운임도 두 달째 하락 곡선을 그렸다.
주간 SEAFI는 10주 연속 약세를 이어가며 9월20일 현재 2087.5를 기록, 단기 고점인 지난 6월28일의 3582.2 대비 42% 하락했다. 지난 6월 말 주간 운임지수는 2022년 8월5일(3671) 이후 최고점까지 올랐다가 하락과 반등을 거듭하다 7월12일 3573.8을 찍은 뒤 완전히 하락세로 꺾였다. 지난 8월9일 2909.2로 3000포인트대가 무너졌고 9월 접어들면서 2000포인트 선도 위협을 받았다.
9월20일자 노선별 운임은 싱가포르 413달러, 베트남 291달러, 태국 376달러, 필리핀 171달러, 말레이시아 449달러, 인도네시아 546달러로 산출됐다. 베트남행 운임은 올해 3월 말 이후 6개월 만에 200달러대로 내려왔고, 태국행 운임은 4월 중순 이후 5개월 만에 4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7월께 각각 800달러 1000달러 선이었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항로 운임은 2달 새 반 토막 나는 부진을 보였다.
한국 기점 운임도 약세로 전환했다. 다만 하락폭은 중국발 운임에 비해 크지 않았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9월 평균 한국-동남아항로 컨테이너운임지수(KCCI)는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380달러를 기록, 전달 평균 1472달러 대비 6% 내렸다. 동남아항로 월간 KCCI는 지난해 11월 273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상승세로 돌아서 9개월 연속 오르며 지난 8월 1472달러를 기록, 2022년 12월 1539달러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면서 원양항로 부진에 편승해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간 운임도 서서히 침체되고 있다. 9월23일자 주간 KCCI는 1326달러로, 3주 연속 떨어졌다. 8월12일 1492로 1년 8개월 새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가 8월 말까지 하락과 반등을 거듭한 뒤 이달 들어선 줄곧 후진 행보를 보였다. 다만 TEU 환산 운임은 663달러로, 중국발 운임보다 높은 수준이다. 동남아항로 KCCI는 부산 기점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포르항로 운임을 반영해 산출한다.
선사들은 동남아항로 저유황할증료(LSS)를 3분기 120달러에서 4분기 110달러로 소폭 내릴 계획이어서 운임 약세는 한동안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터미널조작료(THC)는 하반기부터 종전 대비 2만원 오른 15만원이 부과되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수요가 8월까지 선복이 부족할 정도로 강세를 띠었다가 9월 들어서면서 크게 꺾였다”며 “특히 기대했던 중국 국경절 연휴 전 밀어내기 수요도 사라지는 등 중국 시장이 급격히 침체되고 있다”고 전했다.
항로 개설 소식으로, 천경해운과 팬오션은 1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투입해 인천과 베트남, 남중국을 잇는 한국·중국·하이퐁(KCH) 서비스를 8월 말 개설했다. 기항 일정은 인천(금·토)-칭다오(일)-닝보(화)-하이퐁(금·토)-서커우(월·화)-인천 순이다. 인천항에선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SNCT)을 취항한다. 선사 측은 9월 한 달간 천경해운 선박 1척으로 격주 서비스를 진행해 왔지만 팬오션이 선박을 확보하면서 10월11일 인천 출항부터 주간 정요일 서비스에 돌입한다고 전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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