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쇠락일로를 걷던 각 협회들은 등록갱신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아 협회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었다. 그러나 정부가 협회로의 등록 갱신 위탁을 거부함으로써 기대는 수포로 돌아갔다. 정부 측은 협회는 각 업체들의 이익을 위해 모인 이익집단임으로 업무를 위탁할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등록갱신업무의 위탁이 불가능해지자 협회는 등록갱신제도와 맞물려 정확한 업체 수 파악과 함께 협회 회원수가 늘기를 바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협회의 회원수가 늘기는커녕 등록갱신률이 예상보다 훨씬 저조했다. 현재 10월 말 기준 210개의 해운중개업체와 140개 해운대리점업체가 등록갱신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등록갱신을 신청한 업체가 적다는 건 애초부터 업체 수가 훨씬 적었거나 제도 자체가 업체들에게 홍보되지 않았다는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업체들이 등록갱신제도에 대해 잘 모른다면 이는 등록갱신제도가 그 시작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국내에서 영업을 하기 위해선 등록갱신을 꼭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등록을 완료하지 않은 점은 제도 시작부터 업체들에게 등록갱신제도의 취지에 관한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예인 것이다. 실제로 업계는 “지금까지 영업을 잘 해왔는데 왜 갑자기 3년마다 등록을 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업계 반발과 무관심 속에서 정부가 제도를 밀어부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이용자들의 편익을 향상시키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해운대리점에게 업무를 위탁할 때 그 업체가 등록갱신을 완료한 업체인가 아닌가를 파악해 실제 영업을 하고 있는 업체에게 업무를 맡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정부가 설명한 제도의 취지는 이용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제도지만 관련 협회나 업체에게는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불거진 문제로 보인다.
정부가 설명한 취지대로라면 해운부대업 등록갱신제도로 인해 최종적으로 편익을 받는 건 이용자들이다. 등록갱신제도의 당사자인 업체와 등록을 안내하는 협회가 제도의 목적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면 이용자들이 이러한 편익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해운부대업 등록갱신제도를 취재하면서 그 옛날 방송됐던 ‘가족오락관’의 추억의 코너 ‘고요 속의 외침’이 떠올랐다. 맨 앞에 선 사람이 어떠한 문장을 보고 귀를 막은 뒷사람에게 설명을 한다. 이렇게 네 사람을 거치면 마지막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처음의 말과 전혀 다른 말이 된다. 귀를 막고 들리는 데로 외치는 형국이 정확한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각자의 입장만 주장하는 정부와 협회, 그리고 해운부대업계와 닮았다.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한 앞사람의 책임인가, 귀를 막고 들리는 대로 해석해버린 뒷사람의 잘못인가. 해운부대업 등록갱신제 마감을 일주일여 남겨둔 시점에서 등록갱신제도를 둘러싼 동상이몽은 스스로 막힌 귀를 열지 않는 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이명지 기자 mj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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