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6월26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2011년말 도입된 일감 몰아주기 과세제도가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상식적인 수준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통상적인 입찰과정이나 합리적인 판단을 거치지 않은 상당한 규모의 거래, 대기업 및 자회사의 이익이 되는 사업 기회를 유용하는 행위 등이 규제 대상 거래에 포함됐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강조한 경제민주화의 실천방안 가운데 가장 이슈였던 상생(相生)으로의 첫 걸음인 ‘일감 몰아주기 과세 법안’의 통과를 적극 환영한다.
지금까지 대기업들이 물류 자회사(2자물류업체)를 만들어 계열사 일감을 몰아주면서 해운물류시장의 질서를 혼란에 빠뜨려 왔기 때문이다.
또 이번 법안에서 일감을 몰아주는 주체만 처벌하는 것에서 지원을 받는 수혜대상에 대해서도 매출액의 최대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신설함으로써 편법 증여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당초보다 대기업 입장에 좀 더 다가간 것이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첫 번째로 총수 일가가 30% 이상 지분을 가진 회사와 거래한 경우 총수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에 관여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30%룰’이 과도한 입법이란 지적이 나오면서 폐기됐다는 것이다. 원안에서 주요 쟁점이었던 총수지분 30%룰이 철회되면서 규제수위가 후퇴된 것처럼 비춰진다.
두 번째로 총수 일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간 내부거래라도 수직계열화 등 경영상 효율성 증진 또는 영업상 기밀 보안과 관련됐다는 불가피성이 입증될 경우 일감몰아주기로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예외조항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매우 애매모호한 해석을 낳을 여지가 있어 향후 규제 회피의 구멍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로 정무위원회가 공정위 방안이 기업의 경영 활동을 과도하게 위축할 수 있다고 판단해 처벌기준 신설 대신 기존 조항을 강화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림에 따라 국회가 대기업과의 파워게임에서 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 5장(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규정은 공정거래 저해성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산정이 곤란한 순수 일감 몰아주기나 회사 기회의 유용 등 경쟁 제한과 관련이 적은 행위에 대해 처벌이 어려웠다. 이 때문에 제3장에 규제 조항을 추가할 필요성이 제기돼왔던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대기업들은 일감 몰아주기를 외견상 줄였지만 위법성을 피하면서 대응 전략을 구축해왔다. 한 예로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외형상 내부거래가 줄었지만 범(凡) 현대가인 현대중공업그룹과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매출을 대폭 늘려왔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감시하면서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정부 당국의 과제다.
6월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이 쏟아지면서 대기업들은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것으로 인식해 부담을 안을 수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해 기업 활동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경제 질서를 바로잡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경제민주화 입법이 순차적으로 통과됨에 따라 대기업들도 정당하게 기업 활동을 해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전한 해운물류시장을 형성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이번 법안은 용두사미가 되면 안된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를 시작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정의와 개념이 자리잡고 바람직한 국정 운영을 펼쳐 나가기를 기대한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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