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19 14:21

기자수첩/ 인천 내항 8부두 누구를 위한 것인가?

요즘 해운업계는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계절이다. 오랜 경기 불황에 따른 생존 위협이 해운업계 턱밑까지 차오른 상황이다.

해운업 뿐만이 아니다. 절기상으로 완연한 봄이건만 인천 내항 8부두엔 아직도 북풍한설이 몰아치고 있다.

인천 내항 8부두 재개발 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인천 중구 시민들과 항만하역업체들에겐 아직도 봄은 멀어 보인다.

인천항 8부두는 갑문식 항구로 건설된 인천 내항의 8개 부두 중 하나다. 12만483㎡의 규모로 동부익스프레스와 영진공사, CJ대한통운 등 3개의 부두운영사가 영업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오는 30일까지 항만 소유자인 인천항만공사(IPA)와 부두 사용계약을 맺고 화물을 하역한 뒤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내고 있다.

중구 시민들은 수십 년간 내항 8부두에서 발생하는 분진이나 소음, 교통체증에 시달리며 6년전부터 부두 기능 폐지를 요구해왔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지난해 8부두를 재개발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뜨거운 이슈로 재등장했다.

특히 8부두의 하역업체 계약이 이달 말로 만료됨에 따라 내친김에 하역업체와의 재계약을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재개발 기본계획에는 상업·문화시설 유치와 광장·공원 조성 등이 담겨 있다. 장기적으로는 해양과학관, 시립미술관 같은 공공시설을 8부두에 유치하고 요트나 유람선이 정박하는 부두로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반대로 항만업계관련자들은 인천 8부두가 항만인프라의 향상을 위해 꾸며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시민광장 조성을 추진할 사업자가 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두 운영을 중단하면 자동차·곡물 등의 하역 차질로 무역 전반에 걸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더불어 8부두에서 근무하는 항운노조 근로자에 대한 보상, 부두운영사 재편에 따른 항만 기능 재배치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두 운영을 중단하라는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얼마 전 인천항만물류협회는 인천항 내항 8부두에서 근무하는 항만 종사자들의 생존권 보장 대책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인천항 내항 8부두는 막대한 부가가치 및 세수를 창출하는 곳이자 항만 근로자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이라며 수십 년간 일하던 300여명의 근로자들을 아무 대책 없이 일순간 밖으로 내몰 수 없다고 했다.

이런 가십거리를 놓치지 않고 중간에서 매스컴은 물 만난 고기처럼 연일 보도한다. 계약만료일이 다가오면서 지역신문에서 처음 보도됐던 사건이 며칠 전에는 지상파 전파를 타고 방송됐다. 결코 단순히 짚고 넘어갈 사안은 아니지만 매스컴이 사건을 더 크게 비화시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번 갈등을 두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시민도 항만하역업계 어느 누구도 절대적 강자도 약자도 아니다. 시민은 분진과 소음으로 받는 피해를 털어내고 삶의 질을 쾌적하게 한다는 명분이고 항만관련업계는 본인들의 일터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8부두의 재개발 문제는 결정하기 어려운 중차대한 사안이다. 정부부처는 시민과 항만하역업계의 의견을 공정히 수렴해 중립된 시선으로 옳은 결정을 내렸으면 한다.

아울러 선택된 자와 선택되지 못한 자에 대한 대책과 양측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의 대안책도 나오길 바란다. 5월이 되면 완연한 봄이다. 문제가 원만히 해결돼 항만업계와 중구 시민 모두 따뜻한 봄을 맞았으면 한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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