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감소로 매출하락·원화결제비용 상승등 수익성에 악영향
동남아 항로는 ‘자녀선박’투입도 걱정
●●● 2007년 돼지해를 맞아 선사들은 새해 해운시황의 흐름이 어떻게 전개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초 시황 분석을 제대로 해내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한해 장사의 수익성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작년초 해운시황의 잘못된 판단으로 원양선사들의 경우 운임하락에 따른 실적 악화의 쓴잔을 맛보기도 했다.
그렇다면 최근 몇년간 계속되고 있는 환율하락이 올해 해운시황엔 어떤 영향을 끼칠까? 환율하락 문제는 원양선사와 근해선사간에 바라보는 입장이 갈린다. 원양선사는 환율하락은 회사 수익성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반면 근해선사들은 작년 한해 고유가에 따른 연료유 상승과 저운임 기조가 수익성을 뒤흔들었다면 올해는 환율 하락세가 수익성 악화의 주범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원/달러뿐 아니라 원/엔화 환율도 동반하락하고 있어 근해 선사들은 주력이라 할 수 있는 동남아항로 뿐 아니라 한일항로에서도 내년 한해 수출물량 감소와 이에 따른 운임하락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1013원으로 시작했던 원/달러 환율은 1년 내내 하락세를 거듭하며 구랍 27일 현재 930원대까지 떨어졌다. 대략 80~90원 가량이 1년새 하락했다. 12월18일엔 918원대까지 떨어지는등 심리적인 마지노선인 920원선이 무너져 수출업계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올해도 환율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환율하락의 근본원인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제사정이 여전히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환율하락은 미국의 쌍둥이(재정·무역) 적자의 영향이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6.6%를 차지하는 8690억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경제의 부진은 계속되는 반면 지난해 수출액 3천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국내 수출경기는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원화와 달러화의 가치가 반비례 곡선을 그리고 있다.
환율하락으로 제조기업들은 급격한 채산성 위기를 맞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1월~9월까지 상장기업 및 코스닥 기업의 경영실적은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7.0%와 11.2%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은 10.6%와 9.5%, 경상이익은 8.8%와 19.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상황에서 해운업계도 올해 환율의 변화 흐름을 예의 주시하며 사업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선사들, 특히 원양선사들은 비용측면에서 달러화 결제의 비중이 커 제조기업보다는 피해가 적다고 말한다.
‘이와 잇몸관계’ 수출·해운업 환율에선 입장차 커
일반적으로 수출기업과 해운회사가 ‘이와 잇몸의 관계’인 점을 감안할 때 제조기업 입장에서 해운사들의 이같은 입장은 이해가 안될 수도 있다. 그러나 외항해운업 자체가 글로벌 마켓을 중심으로 움직일 뿐 아니라 수출과 수입 양 방향에서 모두 매출을 끌어내기 때문에 환율하락에 대한 민감도가 제조기업보다 낮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몇년간 환율하락이 지속되는 가운데에서도 국내 선사들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환율문제보다는 유가나 낮은 운임, 선복과잉으로 지목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형 원양선사들은 환율 하락세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대표적인 국적 원양선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경우도 환율하락이 자사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조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환율하락이 수출제품의 단가상승으로 경쟁력 약화를 야기한다고 울상인 반면, 이들 선사는 해운업의 특성상 매출 자체가 모두 달러화로 이뤄지고, 비용 결제도 달러화의 비중이 커 환율하락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로 한진해운의 경우 매출 대부분이 달러로 이뤄지고 있고, 비용도 95% 이상이 달러를 통해 거래되고 있다. 선사들의 비용구조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료비나 선박용선료, 선박유지관리비 등의 고정비가 모두 달러로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반면 원화에 의한 비용지출은 국내 인건비나 하역비 일부, 세금등이다. 그나마 세금도 작년부터 톤세제가 도입되면서 법인세 방식으로 내던 때보다 그 폭이 크게 줄었다.
현대상선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매출원가의 90% 이상을 달러로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결제 비중은 10% 미만.
또 두 선사는 전체 물동량 대비 국내 시장의 물동량 점유율도 10% 미만이어서 환율하락에 따른 국내 수출입물량 변화가 영업실적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 선사들은 중국-북미 시장과 중국-유럽 시장에서 대부분의 물동량을 집화하고 있다.
또 양 선사는 환율하락에 대한 손실분은 CAF(통화할증료)를 하주에 청구함으로써 보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대자동차등의 제조기업들은 달러로 돈을 벌어서 원화로 비용을 지불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환율하락에 공포감을 갖고 있으나 선사들은 수익과 비용의 90% 이상이 달러 베이스이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도 “장부상으론 환차손이 있겠지만 실제 현금움직임에선 큰 영향을 주지 않아 환율하락에 따른 사업계획은 크게 세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근해선사들, 환율하락 “이젠 남의일 아냐”
이같이 외항해운업이 제조업보다 환율하락에 덜 민감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소선사들은 앞으로의 환율 하락세를 수수방관할 수 없는 처지다. 특히 아시아 역내를 서비스하는 컨테이너 선사들은 환율하락이 매출하락과 함께 원화 결제비용의 상승, 물량감소와 이에 따른 운임하락 등 복합적인 형태로 시황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근해선사들이 환율하락을 근심어린 시선으로 보는 이유는 먼저 매출액 감소의 파장이 크다는데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연간 매출액이 6조원와 5조원에 이르는 반면, 근해 컨테이너선사들의 매출규모는 1조가 채 안된다. 2005년 아시아 역내 컨테이너 선사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던 흥아해운의 경우 5420억원이었다. 뒤를 이어 고려해운이 4787억원, 동남아해운이 3732억원, 장금상선 3447억원, 남성해운 1592억원을 기록했다. 따라서 근해선사들이 느끼는 전체 매출액 대비 환율하락에 의한 매출 감소분은 대형선사들의 그것보다 훨씬더 크다. 이것이 곧 현금유동성의 악화를 불러 올 수도 있다.
게다가 전체 매출원가에서 원화 지출부분이 차지하는 비중도 원양선사들보다 매우 높다. 매출원가대비 원화지출 비중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10%가 채 안된다고 답한데 반해 근해선사들은 2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고려해운과 흥아해운이 20% 수준, 동남아해운이 15% 이상이라고 밝혔다. 장금상선도 “구체적으로 따져보지 않았다”고 말해 수치의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고려나 흥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원양선사들보다 대략 10~15% 가량이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매출액 규모는 원양선사보다 작은 반면 원화 지출 비중은 높다는 점은 중소선사들의 환율 민감도가 원양선사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2005년 매출원가의 경우 흥아해운은 5119억원, 고려해운은 4289억원, 동남아해운은 3784억원, 장금상선은 2983억원이었다. 이를 토대로 비용의 원화결제액 수준을 대략 추산해보면 흥아해운 약 1023억원, 고려해운 약 858억원, 동남아해운 약 567억원, 장금상선 약 596억원에 달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작년초와 작년말의 환율인 1013원과 930원대로 각각 환산해보면 근해선사들은 1년 사이에 환율하락으로 500~900만달러(약 45억~85억원)의 추가 원화지출이 발생한 것을 알 수 있다. 근해선사들의 매출액 규모로 볼 때 꽤 큰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일례로 근해 A선사의 경우 환율이 880원까지 하락할 경우 수익성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할 만큼 환율하락이 경영실적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B선사 관계자는 “근해선사로선 (원화비용) 20%가 작은 수준이 아니다”며 “우리와 상관없는 외부환경에 의해 손해가 발생하는 부분이라 그 폭만큼을 화물집화를 통해 보전해야 하나 그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수출물량 감소도 문제”
근해선사들은 환율하락이 비용증가뿐 아니라 수출 물동량의 감소로 이어지는 것에도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물동량 감소는 곧 운임의 하락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국내 로컬화물의 비중이 큰 근해선사들로선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화물의 감소는 매출의 직접적인 감소로 이어진다.
그나마 한일항로 및 한중항로, 동남아항로등 아시아 3대 항로를 모두 서비스하는 선사는 삼국간 화물을 통해 국내 로컬화물 비중을 소폭 줄여나갈 수 있다지만 한일이나 한중항로등 단일항로만을 취항하는 대부분의 근해선사들은 국내 로컬화물이 절대적인 양을 차지한다.
현재 3개 항로를 모두 취항하는 곳은 흥아해운과 고려해운, 동남아해운, 장금상선, STX팬오션 등이고 최근들어 남성해운이 홍콩항로를 시작으로 동남아항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삼국간 운항선사라 하더라도 국내로컬의 물량의 비중은 매우 크다. 절대적은 아니라도 영업실적에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메이저 3사인 고려해운과 흥아해운, 동남아해운의 경우 국내 로컬화물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게다가 아시아 역내 해상항로의 주력화물인 레진(화학제품 원료)이나 종이류등이 환율에 민감한 품목이어서 환율하락이 계속 이어질 경우 화물 집화에 비상등이 켜질 공산이 크다.
뿐만 아니라 근해 선사들이 환율하락에 따른 원화비용의 증가를 화물집화로 상쇄하려는 전략을 가져갈 경우 작년 한해 이들을 옥좼던 바닥운임 시황의 재현뿐 아니라 운임의 추가하락도 전망된다.
환율하락으로 수출화물은 주는 반면 수입화물은 늘어나기 때문에 전체적인 매출구조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추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사들은 한일항로와 동남아항로의 경우 일반적으로 수출화물이 수입화물에 비해 물동량이 많은 한편 운임도 높기 때문에 수출화물의 감소 및 운임하락은 선사들의 매출하락으로 직결 된다고 말한다.
수출화물 줄면서 운임하락·수입은 제자리
예컨대 한일항로의 경우 원/엔 환율이 작년 이후 계속 하락하면서 수출입 물동량 격차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원/엔화 환율이 작년초 860원에서 연말에 780원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작년 1~11월 한일항로 물동량은 89만892TEU였고, 이중 수출화물은 53만2742TEU, 수입화물은 35만8150TEU였다. 예전의 7:3 수준에서 6:4 수준으로 좁혀진 것이다. 선사들은 환율하락이 계속 이어질 경우 5.5:4.5 수준까지 좁혀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수출화물 감소와 수입화물의 증가가 운임시장에선 하락으로만 반영될 뿐 인상요인으로는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일항로 취항선사들은 수출화물운임은 화물감소로 하락의 압력을 계속 받고 있으나 수입화물운임은 증가에 따른 인상효과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한일항로의 수출입 화물 운임 격차는 예전 50달러 수준에서 최근들어 20~30달러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수입화물 운임은 제자리인 반면 수출화물 운임만 하락했기 때문이다.
동남아항로도 수출화물은 감소세 혹은 보합세를 보이는 반면, 수입화물은 늘어나고 있다. 수출화물의 경우 작년 1분기에 11.5% 감소해 선사들이 떨어지는 운임으로 애를 먹기도 했다. 동남아항로도 수출입 물동량의 비율이 6:4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항로 역시 5.5:4.5까지 좁혀질 가능성도 크다.
현재 동남아항로의 수출입 운임 갭은 TEU당 50달러 정도. 동남아항로 역시 예전엔 수출화물 운임이 지금보다 더 높았으나 최근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화물 감소의 영향으로 운임이 하락, 지금과 같이 운임차가 좁혀졌다. 이에따라 선사들의 실적이 악화됨은 물론이다.
게다가 동남아항로는 원양선사들의 자녀선박 투입이 운임시황에 먹구름이 될 전망도 크다고 선사들은 말한다. 원양 항로에 대형 신조선을 투입하면서, 기존 선박들을 동남아항로에 투입할 것이란 관측. 이는 곧 환율하락 시황과 맞물려 전체적인 운임의 동반 하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C근해선사 관계자는 “올해 선사들을 옥좼던 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안정세를 띠려고 하니 환율하락이 걸림돌이 될 것 같다”며 “헤쳐나간다는 전략을 짜기야 하겠지만 이래저래 힘든 상황이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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