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안의 항만노동자 파업은 단기간에 종료됐지만 14개 항구에선 혼잡이 계속됐다. 항만 터미널에서는 밀린 컨테이너를 처리하며 10월1일부터 3일간 진행됐던 파업의 여파를 고스란히 짊어졌다.
덴마크 해운조사기관인 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파업이 조기 종료되면서 항만 생산성은 예상보다 적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선박이 밀리면서 현실적으로 항만 적체를 정리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거란 분석이다.
이 조사기관은 이번 파업으로 컨테이너선 운항이 차질을 빚으면서 10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미 동안 노선 선복이 감소하는 현상을 보인 뒤 12월에야 정상화될 걸로 내다봤다. 3일 동안 파업이 지속된 여파로 아시아와 미 동안을 오가는 컨테이너선 운송능력(선복)은 11월 중순께(46주째) 기존 대비 최대 17%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파업이 일주일 진행됐을 때 40% 가까이 선복 감소 효과를 보일 거란 관측에 비하면 양호한 수치다.
마찬가지로 파업의 여파로 북유럽과 미 동안을 오가는 노선은 14%, 지중해발 노선은 10%의 선복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시인텔리전스는 “선사들이 선복 감소 현상을 해소하려고 조치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면서 “파업 종료와 동시에 운임 하락이 지속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아시아 북유럽 지중해 지역의 수출업체들은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선복난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운임견적 플랫폼인 프레이토스는 “해상 운임은 파업 전에도 완화되는 모양새였으며 항만 폐쇄 기간에도 계속 떨어졌다”면서 “선사들이 파업으로 차질을 예상해 할증료를 발표했지만 대부분 10월 중순 이후에 시행될 예정이어서 운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연말 성수기와 설 연휴 사이에 물동량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운임은 계속 내려갈 것”이라며 “파업으로 벌어진 항만 혼잡은 잠시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업 중단 발표 직전인 10월4일 오후 미국 동안 인근엔 60척의 선박이 멈춰 섰다. 그러나 파업이 종료되자 정체가 급격히 해소됐고 8일에는 연안 대기열이 6척으로 줄었다. 공급망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사들은 미국 동안행으로 선박을 다시 투입하고 있다. 일부 선사에선 미국 서안 항만으로 돌렸던 화물을 다시 동안으로 가져오면서 선복이 부족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까지 항만 적체 여파는 크지 않다는 반응이다.
스위스 선사 MSC와 덴마크 선사 머스크는 아시아와 미 동안을 오가는 선박을 일부 스킵(건너뛰기)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지난 10일 두 선사는 “항만 혼잡으로 화물 처리 시간이 지연되고 대기 중인 선박이 늘어나고 있다”고 발표하며, 얼라이언스로 공동 운항하는 선박 일정을 취소하거나 미뤘다.
캐나다 동부 몬트리올서 항만노조 워라밸 시위
한편 캐나다 동안 항만 중 가장 큰 몬트리올항에선 항만노동자들이 작업시간에 불만을 표하며 무기한 시위에 돌입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항만노동자 조합은 공식적으로 초과근무를 거부했다. 앞서 몬트리올항의 비아우·메종뉘브 두 터미널에서는 3일간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노조 측은 임금 협상보다 근무 시간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만은 계속 운영하지만 근로자들은 일과 시간 이상의 근무를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현행 단체협약은 지난해 12월31일부로 만료됐으며, 이후 노사는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지 않다.
캐나다 몬트리올항만 당국은 이번 파업으로 항만 처리가 지연되고 대기 중인 컨테이너의 적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액체화물 터미널, 비커다이크 터미널, 곡물 터미널을 제외한 7개 터미널이 영향을 받는다. 특히 비아우와 메종뉘브 터미널은 몬트리올항 화물의 40% 이상을 처리하는 만큼 공급망 혼란이 우려됐다.
항만 당국은 “현재 압박 전술에서 비롯한 불확실한 분위기는 공급망의 신뢰도와 이 항만의 경쟁력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노사가 상호 만족하는 협정이 가능한 한 빨리 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외신에 따르면 이 같은 부분 파업은 몬트리올항을 지나는 수출입 화물의 약 50%를 늦추거나 지연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사와 터미널운영사를 대표하는 해상고용주협회(MEA)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화물 흐름을 늦추거나 중단시킨다”며 “불완전하게 근무를 이행하는 직원들은 임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캐나다의 스티브 맥키넌 노동부장관은 지난 15일 노사 간 분쟁을 해결하고자 90일 동안 중재를 제안했다.
몬트리올에서 발생하는 화물 지연을 완화하려고 항로를 변경하는 선사들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10월23일부터 유럽에서 캐나다로 향하는 화물에 컨테이너당 2000달러의 할증료를 부과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성수기 할증료라고 명시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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