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통항 제한을 실시했던 파나마운하가 심각한 통항량 감소를 맛봤다. 무려 68년 만에 통항 선박이 1만척 아래로 떨어졌다.
파나마운하청(ACP)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동안 파나마운하를 통과한 선박 척수는 9936척을 기록, 지난해 1만4080척에 견줘 29% 급감했다. 파나마운하를 통과한 선박이 1만척 아래로 떨어진 건 1956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 40여년간 1만4000척 안팎 유지
1914년 8월 미국에 의해 개통된 파나마운하는 개통한 지 39년이 지난 1953년 통항 실적 1만척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1955년 9811척, 1956년 9744척으로 잠시 주춤했다가 1957년 다시 1만척을 넘어섰고 1968년엔 1만5000척을 돌파했다.
1976년엔 미국의 회계연도 기준 변경으로 7~9월 3개월치 실적이 추가되면서 유일하게 1만6000척을 찍기도 했다. 미국 회계연도는 1977년부터 전년 7월~당년 6월에서 현재의 기준으로 바뀌었다.
그 뒤 45년간 파나마운하를 통과한 선박은 연간 1만3000~1만4000척을 꾸준히 유지했다. 한두 해 1만5000척을 넘어서거나 1만2000척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대부분 이 범위에서 움직였다. 1977년부터 2023년까지 평균 통항량이 1만3898척이란 점에서 이 같은 사실을 엿볼 수 있다.
2020년대 들어선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1만2245척으로 부진했다가 2021년 1만3342척으로 회복했고 코로나발 해운 호황이 정점을 찍은 2022년엔 최근 10년 새 가장 많은 1만4239척까지 늘어났다.
2023년에도 1만4000척을 뛰어넘었지만 올해는 역사적인 가뭄의 여파로 전년 실적의 3분의 1이 빠지는 급격한 부진을 겪으며 약 70년 만에 9000척대로 내려앉았다. (
해사물류통계 ‘파나마운하 선박 통항량 추이(1915~2024)’ 참조)
선종별로 보면 컨테이너선과 자동차선(로로선)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박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벌크선은 52% 감소한 1278척에 그치며 통항량 2위 자리를 내줬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도 115척으로 65% 급감했다. 화학제품운반선(케미컬탱크선)은 18% 감소한 1808척,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은 11% 감소한 1561척, 원유 또는 석유를 수송하는 유조선은 15% 감소한 422척이었다.
컨테이너선은 운하청의 적극적인 관리로 지난해와 비슷한 2773척으로 집계됐다.
파나막스 갑문이 신파나막스보다 감소폭 커
갑문별로, 신(neo) 파나막스는 21% 감소한 2852척이었다. 지난해 348척으로 신파나막스 갑문에서 세 번째 지위를 차지했던 벌크선은 올해 32척으로 91% 곤두박질 치며 5위로 미끄러졌다. LPG선은 17% 감소한 804척에 머물렀지만 순위는 2위를 유지했다.
LNG선은 323척에서 109척, 유조선은 104척에서 49척으로 각각 66% 53% 감소했고 자동차선도 66척에서 20척으로 70% 급감했다. LNG선은 벌크선의 부진에 힘입어 신파나막스를 세 번째로 많이 통과한 선박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신파나막스 갑문의 최대 손님인 컨테이너선은 1787척으로, 2% 증가했다. 그 결과 컨테이너선의 신파나막스 갑문 점유율은 지난해 48%에서 올해 63%로 대폭 상승했다.
파나막스 갑문 통항량은 32% 감소한 7084척에 그치며 신파나막스 갑문보다 가파른 감소폭을 보여줬다. 벌크선이 46% 감소한 1246척을 기록, 파나막스 갑문을 드나드는 선종 중 가장 큰 낙폭을 보이며 지난해 1위에서 2위로 하락했다.
이 밖에 일반화물선이 45% 감소한 286척, 냉동선이 20% 감소한 436척, 케미컬탱크선이 17% 감소한 1804척으로 두 자릿수의 높은 감소 폭을 띠었다. 컨테이너선은 5% 감소한 986척, LPG선은 4% 감소한 757척, 유조선은 6% 감소한 373척이었다.
이에 비해 로로선은 지난해 747척에서 763척으로 2%, LNG선은 3척에서 6척으로 2배 각각 늘어나며 플러스 성장을 거뒀다.
로이즈리스트에 따르면 파나마운하 월별 통항량은 지난해 10월 1002척에서 통항 제한이 본격화된 11월 783척으로 뚝 떨어졌고 올해 2월 662척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이후 다시 반등해 9월에 958척까지 회복했다. (
해사물류통계 ‘2022~2024 회계연도 파나마운하 선종별·갑문별 선박 통항량’ 참조)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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