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23 09:07

‘사상최악 가뭄 여파’ 파나마운하 통항량 68년만에 1만척 붕괴

벌크선·LNG선 반토막 vs 컨선 제자리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통항 제한을 실시했던 파나마운하가 심각한 통항량 감소를 맛봤다. 무려 68년 만에 통항 선박이 1만척 아래로 떨어졌다.

파나마운하청(ACP)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동안 파나마운하를 통과한 선박 척수는 9936척을 기록, 지난해 1만4080척에 견줘 29% 급감했다. 파나마운하를 통과한 선박이 1만척 아래로 떨어진 건 1956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 40여년간 1만4000척 안팎 유지

1914년 8월 미국에 의해 개통된 파나마운하는 개통한 지 39년이 지난 1953년 통항 실적 1만척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1955년 9811척, 1956년 9744척으로 잠시 주춤했다가 1957년 다시 1만척을 넘어섰고 1968년엔 1만5000척을 돌파했다.

1976년엔 미국의 회계연도 기준 변경으로 7~9월 3개월치 실적이 추가되면서 유일하게 1만6000척을 찍기도 했다. 미국 회계연도는 1977년부터 전년 7월~당년 6월에서 현재의 기준으로 바뀌었다.

그 뒤 45년간 파나마운하를 통과한 선박은 연간 1만3000~1만4000척을 꾸준히 유지했다. 한두 해 1만5000척을 넘어서거나 1만2000척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대부분 이 범위에서 움직였다. 1977년부터 2023년까지 평균 통항량이 1만3898척이란 점에서 이 같은 사실을 엿볼 수 있다.

2020년대 들어선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1만2245척으로 부진했다가 2021년 1만3342척으로 회복했고 코로나발 해운 호황이 정점을 찍은 2022년엔 최근 10년 새 가장 많은 1만4239척까지 늘어났다.

2023년에도 1만4000척을 뛰어넘었지만 올해는 역사적인 가뭄의 여파로 전년 실적의 3분의 1이 빠지는 급격한 부진을 겪으며 약 70년 만에 9000척대로 내려앉았다. (해사물류통계 ‘파나마운하 선박 통항량 추이(1915~2024)’ 참조

선종별로 보면 컨테이너선과 자동차선(로로선)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박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벌크선은 52% 감소한 1278척에 그치며 통항량 2위 자리를 내줬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도 115척으로 65% 급감했다. 화학제품운반선(케미컬탱크선)은 18% 감소한 1808척,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은 11% 감소한 1561척, 원유 또는 석유를 수송하는 유조선은 15% 감소한 422척이었다.

컨테이너선은 운하청의 적극적인 관리로 지난해와 비슷한 2773척으로 집계됐다. 

파나막스 갑문이 신파나막스보다 감소폭 커

갑문별로, 신(neo) 파나막스는 21% 감소한 2852척이었다. 지난해 348척으로 신파나막스 갑문에서 세 번째 지위를 차지했던 벌크선은 올해 32척으로 91% 곤두박질 치며 5위로 미끄러졌다. LPG선은 17% 감소한 804척에 머물렀지만 순위는 2위를 유지했다.

LNG선은 323척에서 109척, 유조선은 104척에서 49척으로 각각 66% 53% 감소했고 자동차선도 66척에서 20척으로 70% 급감했다. LNG선은 벌크선의 부진에 힘입어 신파나막스를 세 번째로 많이 통과한 선박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신파나막스 갑문의 최대 손님인 컨테이너선은 1787척으로, 2% 증가했다. 그 결과 컨테이너선의 신파나막스 갑문 점유율은 지난해 48%에서 올해 63%로 대폭 상승했다. 

파나막스 갑문 통항량은 32% 감소한 7084척에 그치며 신파나막스 갑문보다 가파른 감소폭을 보여줬다. 벌크선이 46% 감소한 1246척을 기록, 파나막스 갑문을 드나드는 선종 중 가장 큰 낙폭을 보이며 지난해 1위에서 2위로 하락했다.

이 밖에 일반화물선이 45% 감소한 286척, 냉동선이 20% 감소한 436척, 케미컬탱크선이 17% 감소한 1804척으로 두 자릿수의 높은 감소 폭을 띠었다. 컨테이너선은 5% 감소한 986척, LPG선은 4% 감소한 757척, 유조선은 6% 감소한 373척이었다.

이에 비해 로로선은 지난해 747척에서 763척으로 2%, LNG선은 3척에서 6척으로 2배 각각 늘어나며 플러스 성장을 거뒀다. 

로이즈리스트에 따르면 파나마운하 월별 통항량은 지난해 10월 1002척에서 통항 제한이 본격화된 11월 783척으로 뚝 떨어졌고 올해 2월 662척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이후 다시 반등해 9월에 958척까지 회복했다. (해사물류통계 ‘2022~2024 회계연도 파나마운하 선종별·갑문별 선박 통항량’ 참조)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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