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9-23 13:32
하주들, 벌크운임 하락에 운송루트 옮긴 듯
운임 하락세에 허덕였던 인접항로와는 달리 상반기동안 늘어난 물량과 선사간 결속으로 운임지수에서 강세를 보였던 한일항로가 최근들어 급격히 침체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일항로는 급격한 물량 감소세를 보였던 8월에 이어 9월 들어서도 물동량 사정이 그리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통적으로 추석을 전후해 스페이스가 모자랄 정도로 물량이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한일항로 상황이나 올해는 추석특수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선사 일각에선 추석이 끝난 후 오히려 물량이 더 줄었다는 볼멘 소리도 감지된다.
소석률은 수출항로의 경우 게이힌지역(도쿄·나고야·요코하마)의 경우 80~85%, 한신지역(고베·오사카)의 경우 75~80%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정확한 한일항로 물량통계가 나오지 않아 섣부른 판단을 내릴 수는 없는 상황이나 한일항로 취항선사들은 8월의 경우 7월보다 대략 5% 정도 물량이 감소한 것 같다고 답하고 있다. 심한 선사는 10%정도까지 감소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상반기까지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한 것에 비하면 급작스런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선사들은 물량 감소의 이유를 찾으려고 하고 있으나 뾰족한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전체적인 분위기다.
줄어든 선사와 늘어난 선사가 있을 경우 물량 감소에 대한 답을 간단히 도출해 낼 수 있으나 지금의 상황은 한두개 선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사들이 물량 감소를 하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8월 대일본 수출 실적이 15%나 늘어난 상황이어서 선사들을 더욱 혼란케 하고 있다. 특히 주요 해상운송 품목이라 할 수 있는 철강제품과 석유화학제품 등은 42%와 14%씩 각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한 선사 관계자는 “최근들어 벌크 시세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정기선을 이용하던 하주들이 벌크선쪽으로 옮겨간 것으로 생각된다”며 “최근 개설된 피앤오 네들로이드의 한일간 피더서비스와 장금상선의 광양-한신간 서비스도 어느정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9월 들어서도 물량 사정이 호전되지 않으면서 일부 선사들 사이에선 불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모 선사들이 최저운임제 시행 이후로 물량이 늘어났다는 점을 들어 취항선사 단체인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에서 합의한 운임가이드라인을 깨뜨리지 않았나 의심의 눈초리를 세우고 있는 것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이렇게 가다가는 작년 수준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든다”며 “모 선사들 사이에서 조금씩 운임을 덤핑하기 시작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량 떨어지고 선사간 불신도 다시금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정작 속이 타는 건 KNFC다. KNFC는 9월부터 GRI(기본운임인상)를 9월부터 도입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내용까지 잡아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8월 접어들면서 물량이 감소세를 보이자 GRI도입을 결정짓지 못하게 됐다.
KNFC는 오는 27일 선사 팀장급 회의를 갖고 다시금 GRI도입 여부를 조율할 예정이다. 당초 KNFC는 지난달 16일 선사간 회위에서 TEU당 30달러, FEU당 50달러씩 인상한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GRI안을 합의한 바 있다. KNFC는 27일 회의에서 이 안을 다시 상정하고 선사들이 합의만 한다면 10월 15일께에 GRI를 강행할 계획이다.
<이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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