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항로 취항 선사들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저운임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8, 9월 운임회복(GRR)을 노렸지만 수포로 돌아가면서 시황 반등의 기대는 한숨으로 끝났다. 10월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두바이·담맘항 900달러, 제다항 1300달러로 올해 가장 낮은 운임을 기록한 4월과 같은 수준이다. 이란 부세르항 운임은 TEU당 2200달러로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9월 중동항로는 월초 부진, 월말 상승세의 모습을 보이면서 전체 물동량은 전달과 비슷했다. 9월 1~2주에는 추석 연휴 영향으로 물동량이 급격하게 줄면서 화물적재율(소석률)은 50%를 기록했다.
셋째 주까지 연휴 여파가 이어지면서 물동량이 저조한 가운데 10월1일부터 7일까지의 중국 국경절 영향으로 9월 말에는 물량 밀어내기가 진행되면서 소석률 100%를 기록했다. A선사는 이를 두고 “월초와 월말의 물동량 널뛰기 패턴이 고착화됐다”고 말했다.
올해 8~9월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물동량은 약 10% 증가했지만 운임은 100달러 낮다. 비수기가 시작되는 4분기 이후 물동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B선사측은 “지금부터 내년 2월까지 피터지는 랠리가 시작됐다”라며 “비수기를 극복하기 위해 운임 방어에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국경절 기간을 전후로 선사들이 순차적으로 한 항차씩 결항하면서 수급을 조절했다. 올해는 작년과 같은 릴레이식 휴항을 실시하지 않았다. C선사는 느슨하게 운항해 전체 항로일정을 3~7일 정도 지연시키는 방법으로 한 항차 건너뛰기도 했다.
한편 이란 핵협상 타결이 원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돼 그동안 막혀왔던 반다르아바스 직기항 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이미 반다르아바스항 기항을 재개한 선사도 있지만 두바이항 환적을 통한 부세르항 서비스가 여전해 비용과 시간이 비효율적이다. 또 이란의 중도 성향의 로하니 대통령 당선으로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도 개선될 것으로 보여 이란 시장은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IS에 대한 공습 등으로 중동 수출의 효자 노릇을 하던 프로젝트 관련 물동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이라크에서 건설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됐지만 최근 들어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프로젝트 발주가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프로젝트도 지지부진한 가운데 쿠웨이트의 프로젝트는 비교적 원할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산 스마트폰, 냉난반기, 3D TV, 냉장고 등의 전자제품과 레진, 섬유 등의 품목이 프로젝트 물량의 감소를 상쇄할 정도로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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