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20 09:30

판례/ “배상은 못 받고 체화료를 부담하게 된 화주”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3.6자에 이어>

<평석>

1. 시작하며
이번 호에서 소개할 사안은 수입화물을 인수하지 않은 채 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가 오히려 선사에 체화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은 건이다. 

2. 사실관계의 요약
원고는 인도네시아 회사인 씨브이 라임OO으로부터 제1화물을 수입했는데 원고의 아버지인 이O철이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운송주선인인 피티 디피엠을 통해 피고에게 수입물품의 운송을 의뢰했다. 이 화물은 2015년 7월16일 인도네시아 세마랑항에서 선적돼 2015년 7월31일 인천항에서 양륙됐다.

이후 피고는 2016년 5월경 원고가 수입하는 제2, 3화물을 운송해 2016년 5월20일 이 사건 제2, 3화물이 인천항에서 양륙됐다. 제1, 2, 3화물은 피고가 소유하고 있는 컨테이너에 적입돼 있었다. 

원고는 피고가 통관절차에 필요한 서류를 주지 않아 통관을 못했다는 이유로 피고를 상대로 총 1.6억원의 손해를 청구했다. 피고는 이 청구의 배척을 구하고 반소로써 약 7,000만원의 체화료를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3. 주요한 이슈와 법원의 판단
가. 수입화주의 도착 화물에 관한 운임 지급 의무
수입화주의 도착 화물 수령 의무에 관해서는 오래된 판결이 있다. 대법원 1996년 2월9일 선고 94다27144 판결이 그것인데, 운임포함조건(C&F)으로 체결된 수출입매매계약에 있어서는, 매도인이 선복을 확보해 운송인과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그 운임을 부담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매수인에게는 선복을 확보할 의무가 없으므로 운송계약의 당사자는 매도인인 반면, 본선인도조건(F.O.B.)과 같은 신용장상의 운송조건으로 체결된 경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자신을 대리해 운송계약을 체결하는 권한까지 부여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해 운송계약의 당사자는 매수인이라고 했다.

본건의 제1화물에 대해 발행된 해상화물 운송장에는 운임이 후불(FREIGHT PREPAID)로 기재돼 있었으나 원고는 제1화물의 운송은 운임선불 조건이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사건 제1화물의 경우 운임포함조건(C&F)이었다고 볼 증거가 없는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제1화물에 대해 발급된 해상화물운송장에는 운임이 후불로 기재돼 있는 점 원고의 아버지가 소외 라임OO 측과 함께 소외 디피엠을 직접 방문해 제1화물의 운송을 의뢰하게 된 점을 보아 제1화물의 운송계약은 운임포함조건으로 체결된 것이므로 계약의 당사자는 원고라고 보았다. 

또한 만일 원고가 운송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법원은 원고가 피고에 대해 이 사건 제1화물의 인도를 청구하는 등 권리를 행사했으므로 그 경우 상법 제802조(운송물의 도착통지를 받은 수하인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 또는 양륙항의 관습에 의한 때와 곳에서 지체 없이 운송물을 수령해야 한다)의 규정에 따라 이 사건 제1화물에 대한 운임을 지급하고 이를 수령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나. 피고의 화물 인도 거부는 정당한지
제1화물 및 제2,3화물은 화물이 선측을 통과하는 순간 원고에게 소유권이 넘겨진다. 또한 운송약관(선하증권 이면약관을 말하는 듯함)에 의하면 체화료의 요율은, 제1화물을 예를 들면, 무상 장치기간을 10일로 하고, 화물도착일로부터 10일까지의 경과일수에 대해서는 1일당 15,000원, 11일부터 20일까지의 경과일수에 대해서는 1일당 30,000원, 21일부터 40일까지의 경과일수에 대해서는 1일당 40,000원, 그 이후로는 1일당 50,000원으로 정해 졌다.

한편, 상법은 상인간의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때에는 채권자(운송인)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채무자에 대한 상행위로 인해 자기가 점유하고 있는 채무자 소유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수 있다(상법 제58조)라고 규정하는 등 운송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리해 법원은 제1, 2, 3 화물에 관해 원고가 운임(제1화물) 내지 체화료(제2,3화물)를 납부하지 않은 이상 이를 피보전채권으로 해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해 화물 통관을 거부하고 유치한 피고의 행위는 정당한 것이므로 피고는 일체의 손해배상 채무를 물지 않았다. 반면 원고는 피고에게 운송약관에 규정된 대로 체화료를 물어야 했다.

4. 결론에 대신해
수입화주가 도산하거나 물품의 상품성이 떨어진 등의 사유가 있어 수입화물이 항구에서 방치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명시적인 상법 규정의 부재로 인해 수입화주의 화물 수령의무나 운임 등 비용지급 의무에 관해 여러가지 해석이 있고 하급심 법원의 판결도 통일돼 있지 않다. 이 판결은 수입화주가 인도를 청구를 했고 수령(인도)는 없었던 사안인데 법원이 수입화주가 인도 청구만 했어도 운임 지급의무 및 수령의무가 있다고 적극적으로 해석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향후 판결의 축적을 기대해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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