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긴장으로 화물은 줄고 해상 운임은 오르면서 중동 지역은 한층 혼란에 빠졌다. 4월 들어 이란과 이스라엘은 상호 군사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분쟁, 예멘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는 위협이 더해졌다.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해상 운임은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4월19일 기준 상하이발 중동(두바이)행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032달러로 집계됐다. 4월 둘째 주 2051달러로 단기 고점을 찍으면서 2000달러 선을 돌파했다. 2000달러를 넘긴 것은 1월 둘째 주 이후 12주만이다. 이달 3주 평균 운임은 1992달러로, 지난달 평균 1585달러에 비해 26%가량 올랐다.
한국발 중동항로 운임은 변동 폭이 크지 않았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발표한 40피트 컨테이너(FEU)당 운임은 이달 4주 평균 2866달러를 기록했다. 3월 둘째 주부터 약보합세를 보이면서 4월 셋째 주까지 6주 연속 소폭 하락했다. 지난달 운임 평균 2938달러와 비교하면 전반적으로는 되려 2% 하락한 모양새다. 다만 4월22일 기준 2915달러로 집계돼 반등의 여지를 보였다.
중동은 3월11일부터 4월9일까지 이슬람의 금식성월인 라마단 기간에 들어갔다. 지난해 3월23일~4월20일에서 10일 이상 당겨지면서 한 달 내내 해운 수요 약세가 이어졌다는 평가다. 관세청에 따르면 3월 한 달 동안 우리나라와 중동 국가를 오간 수출입 화물은 5만TEU에 근소하게 못 미쳤다. 전년 동월 5만8000TEU와 비교해서 약 15% 하락했다. 수출과 수입 물동량은 각각 3만2000TEU 1만8000TEU로 집계됐다. 1년 전 3만4000TEU 2만5000TEU 기록과 비교하면 5% 28% 줄었다.
다만 선사들은 지난해 선복 과잉 문제로 임시결항(블랭크세일링)을 진행하던 상황보다는 낫다는 반응이다. 대부분 선사는 전쟁 등 여파로 지난달에 비해 물량이 줄어 소석률 70~80%를 유지하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그래도 4월 선적 예약은 마감됐다”며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모르겠지만 아직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현재 홍해 사태로 인해 대다수 중동행 화물은 페르시아만(걸프)으로 움직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제벨알리, 사우디아라비아의 담맘, 리야드에서 내륙 운송을 이용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걸프 지역으로 들어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중동행 화물 운송은 사실상 중단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장 가까운 오만에 하역하더라도 육상 인프라가 부족해 다른 국가로 이동하기는 어렵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4월13일(현지시간) 이란이 호르무즈를 지나는 스위스 선사 MSC의 <에리즈>(Aries)호를 나포하면서 이 선사는 일부 선박을 아부다비와 제벨알리 기항지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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