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22 10:00
(제네바.도쿄 블룸버그=연합뉴스)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들에 대해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및 노르웨이가 잇따라 보복을 선언하고 나서 무역전쟁이 촉발될지도 모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노르웨이는 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이 끝내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미국 제품 일부에 대해 3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도 미국의 철강 세이프가드에 대해 모두 9천800만달러 상당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의 경우 미국이 일부 직물류에 대해 시한부 쿼터를 적용키로 한 데 반발해 보복할 수 있음을 전날 경고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의해 규정 위반으로 확정 판결이 난 미국의 철강 세이프가드에 대해 EU는 이미 22억달러 상당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EU는 WTO가 항소기구의 판결을 공식 승인한 후 5일이 지난 오는 12월 6일까지도 미국이 철강 세이프가드를 폐기하지 않을 경우 자동적으로 보복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조지 워커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일 철강 세이프가드를 유지할 지 여부를 검토한 후 "시한에 맞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해 EU의 보복발효 전에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WTO의 수파차이 파닛팍디 사무총장도 21일 "세계무역에 평화가 유지되길 바란다"면서 "갈등을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건설 중장비업체인 캐터필러의 브뤼셀 법인 관계자도 "무역 당사자들이 한바탕 격돌할 조짐이 엿보인다"고 우려하면서 그러나 "중국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을 감안할 때 결코 이 시장에서 밀려나는 일이 생겨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는 부시 대통령이 내년 선거를 의식해 보호주의 조치에 더 의존하게 될지 모른다는 점을 우려했다.
런던 소재 퍼스트 스테이트 인베스트먼트 홍콩에서 18억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데 관여하는 마틴 라우는 "백악관이 표를 모으기 위해 아마도 보호무역 조치에 더 의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렇게 되면 중국도 추가 보복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경우 중국이 미국산 곡물에 제재를 가하게되지 않겠느냐고 그는 내다봤다.
그러나 백악관은 중국이 섬유쿼터 잠정 부과에 강력히 반발하자 주춤해 타협을 모색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돈 에번스 미 상무장관은 "중국과 타협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으며 클라크 란트 주중미대사도 21일 "섬유쿼터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이 미국과 일본에 이어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간에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 중국이 미 국채를 `보복적으로 투매'해 달러가치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도 백악관이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따라서 미국이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마냥 휘두르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전문가들의 중론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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