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6-17 13:22
항만국통제 강화로 기준 미달선 설 땅이 없어진다
용선주·보험사·선박금융기관 등 조사 기준미달선 경제적 연결고리 차단
세계 해운업계의 큰 골칫거리의 하나인 기준미달선(sub-standard vessel)을 규제하는 항만국통제(Port State Control : PSC)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제정한 선박안전과 해양환경보호에 관한 여러가지 국제협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기준미달선의 운항이 더욱 힘들어 질 것으로 보인다. KMI에 따르면 특히 최근의 항만국통제 강화는 지난해 발생한 유조선 프레스티지호 사고 대책과 공정한 해운거래질서 확립이라는 OECD 정책 목표와 맞물려 있어 그 강도가 매우 거세고 다양한 제재수단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례로 유럽연합의 경우 얼마 전에 ‘삼진 아웃제’를 도입한데 이어 최근에는 용선주와 보험사, 선박금융기관 등을 조사해 기준미달선에 대한 경제적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방안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또 선진경제국가들의 모임인 OECD에서도 기준미달선에 대해서는 더욱 불리한 제재를 가하고 국제기준을 잘 이행하는 품질경영선사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유럽지역, 무 관용정책 도입
유럽지역의 항만국통제 시행기구인 파리 양해각서 사무국(Paris MOU)은 오는 7월 하순부터 기존의 항만국통제를 더욱 강화한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외국선박에 대한 점검실적을 토대로 작성한 기준에 따라 각국의 등급을 블랙리스트 국가(가장 나쁨), 그레이 리스트 국가(중간 단계), 화이트 리스트 국가(가장 좋음)로 분류한 뒤 블랙리스트에 오른 국가의 선박이 3년 이내에 2~3차례 출항정지처분을 받으면 그 국가의 선박에 대해서는 입항을 금지시키거나 선급 등의 책임 하에 즉각적인 개선조치를 시행하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Paris MOU는 지금까지 시행한 단순한 항만국통제로는 기준미달선을 근절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앞으로는 용선주와 해상보험사, 선박금융기관의 역할에 대해서도 항만국통제의 초점을 맞추어 나가기로 했다.
이 같은 정책 선회는 이들 기관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출항정지처분을 받은 선박 간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된다는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Paris MOU 사무국이 이 같은 제도를 발표하면서 노후선박이 믿을 수 없는 국가(fly-by-night flags)에 등록되고 등급이 낮은 선급에서 검사받은 것은 물론 자질이 낮은 선원이 승선하여 운항하는 데도 어떻게 선박금융과 보험이 가능하고, 용선계약에 체결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이 같은 배경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Paris MOU는 우선 이 제도를 시행하는 첫 조치로 출항정지처분을 받은 선박을 대상으로 용선주의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에 돌입했으며, 앞으로는 해상보험사와 선박금융기관에 대한 정보까지 파악해 필요한 조치를 한다는 계획도 동시에 세워놓고 있다.
OECD도 다양한 정책 검토
OECD도 기준미달선의 운항을 뿌리뽑기 위에 오래 전부터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데, 해운위원회(MTC)에서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해운위원회에서 검토하고 있는 방안은 기준미달선에 대한 제재조치 강화와 국제기준을 정확하게 이행하는 이른바 품질경영선사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두 가지 점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준미달선 제재조치 강화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의견이 제안되고 있는데, 선박보험료의 차등 부과, 항만국통제 점검횟수의 확대, 입항금지 등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반면 품질경영선사에 대해서는 선박보험료의 인하와 항만요율의 차별적인 적용, 항만국통제의 완화 등이 인센티브로 제공돼야 한다는 의견이 집약되고 있다.
다만 OECD의 기준미달선 규제정책은 구체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한계를 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는 OECD 자체가 Paris MOU와 같은 항만국통제 집행기구가 아니라는 점과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안들을 실제 현장에서 시행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다른 기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OECD의 결정사항은 국제협약과 달리 법적 구속력이 미약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방안이 동시에 마련되어야 실효성 있는 기준미달선 통제대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론이라는 지적이다.
G8도 항만국통제 강화 합의
항만국통제제도 강화방침은 유럽과 OECD 국가뿐 아니라 지난 3일 프랑스 에비앙에서 폐막된 경제선진국 회담인 G8(서방 선진국 7개국+러시아)에서도 거듭 천명됐다.
G8 정상들은 회의가 끝난 후 발표한 성명에서 항만국통제를 집중적으로 시행하고, 보다 효과적인 시행방안을 모색키로 합의했다.
또 출항정지처분을 받은 선박에 대한 정보를 공개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모았는데, 이들은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항만국통제를 시행하는 지역 기구인 Paris MOU와 Tokyo MOU의 협력을 얻어 기존 절차와 지침을 개정키로 했다.
G8 대표들의 대부분이 OECD의 회원국일 뿐 아니라 국제해사기구나 다른 국제회의에서 이들 국가의 발언권이 센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합의사항은 이들 국가는 물론 국제기구에서도 협약 개정 등으로 반영되거나 현장에서 조만간 시행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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