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 안전을 책임지는 도선과 예선 사업자를 해상법의 책임제한 제도 영역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인현 교수는 지난 5일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에서 열린 경영법률학회(회장 최한준 순천향대 교수) 정기 세미나에서 ‘도선사 등 항만 운송 보조자들의 법적 지위와 보호 제도’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김인현 교수는 항만 내에서만 운항하는 예선, 도선선, 청수보급선, 연류유 공급선 운항자는 육상운송인으로 취급받아 해상법의 혜택을 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육상 또는 호천, 항만에서 물건 또는 여객의 운송을 영업으로 하는 자를 운송인이라 한다’고 규정한 상법 제125조 때문이다.
결국 항만에서 예선이나 도선선 충돌 사고가 나면 육상운송인으로 취급돼 선박을 운항하는 해운사가 혜택을 받는 선주 책임제한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 교수는 상법 125조 규정에서 ‘항만’ 문구를 삭제해서 예선이나 도선선도 해상법의 적용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선박의 입출항을 도와주는 도선사의 책임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선사가 도선 과정에서 사고를 내면 도선 약관에 따라 책임 한도가 도선료로 제한된다. 하지만 불법 행위가 손해의 원인이면 피해금 전액을 배상해야 한다.
김 교수는 도선 요청을 받으면 이를 거부할 수 없는 도선사의 특성을 들어 영국 도선법처럼 불법 행위에 의한 배상도 도선사 책임을 제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도선사가 줄사다리를 타고 배에 올라가다 추락하는 사고의 입증 책임을 선사가 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도선사 추락 사고가 나면 선사의 과실 입증을 피해자인 도선사에서 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는 선주가 도선사 추락 사고에 자신들의 과실이 없다는 입증을 하도록 부담을 지우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여수항에서 도선사가 도선을 하려고 줄사다리를 오르다 바다로 떨어져 사망하는 등 도선사 추락 사고는 매 2년마다 한 번 꼴로 일어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밖에 하역회사나 창고업자 등이 운송인 책임제한(포장당 책임제한)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현재 운송인인 해운사가 하역회사와 계약을 체결해 하역을 진행할 때 화물에 손상이 생기면 해운사는 포장당 책임 제한을 적용받을 수 있지만 화주와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아닌 하역회사는 화주가 불법행위에 기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책임제한 제도를 누리지 못한다.
이날 세미나는 정년퇴직을 한 달가량 앞둔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인현 교수가 마지막으로 강연하는 학회 행사여서 관심을 모았다. 행사엔 전남대학 해양경찰학과의 방호삼 교수와 여수항 도선사회 강철웅 회장, 김용철 전무, 강자선·김광명·이형식·강철웅·신종철·신승호 도선사, 한국도선사협회 윤석배 전무가 참석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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