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주도로 지난 6월부터 약 한 달 동안 실시한 국제복합운송 시범사업이 마무리됐다.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오봉역에서 출발한 화물은 철도·해상 복합운송을 이용해 중국을 거쳐 중앙아시아 키르키스탄까지 무사히 운송됐다. 정부는 중국 관계 당국과 협의체를 구성해 하반기에도 이 시범사업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7월1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제복합운송 시범사업 추진성과 및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중국 철도국과 회의하며 이번 사업을 정기화하는 실무체를 만들자는 제의를 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면서 “시범사업이 정기화되도록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실시된 국제복합운송 시범사업은 수출화물 40피트 컨테이너를 한국의 오봉역에서 부산까지 철도, 부산항에서 중국 롄윈강항까지 해상으로 운송한 뒤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까지 다시 철도로 운송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6월13일 오봉역을 출발한 화물은 7월14일 타지키스탄에 도착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까지 28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까지 30일, 타지키스탄 후잔드까지 32일이 소요됐다.
▲국제복합운송 시범사업 루트. <자료=국토교통부> |
정부는 정기 화물열차가 운행되면 국내 수출 기업은 정해진 일정에 맞춰 안정적으로 수출 루트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운송 과정에서도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기준에 따라 표준운송장 하나로 해외 최종 목적지까지 보낼 수 있어 업무 절차가 간소화된다. 더불어 공장에서 항만까지 철도 연계 수송을 확보하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거란 구상이다.
고정물량 확보가 관건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고정 물동량 확보가 문제가 됐다. 코레일 김원응 해외남북철도사업단장은 “물동량이 부족해 고민이 많았다”며 “처음엔 오봉역에서 40피트 컨테이너 55량을 출발하기로 했으나 화물이 없어 롄윈강에서 화물을 채우고, 우즈베키스탄까지만 가기로 했던 것도 타지키스탄까지 가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물동량 확보를 관건으로 꼽으며, “앞으로 풀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 단장에 따르면 복합운송의 한계로 오봉역 출발이 고정되고, TSR(시베리아횡단철도)가 상대적으로 더 저렴하다 보니 이번 루트에서 비용 경쟁력이 부족해 문제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 서중물류에서 유라시아철도본부를 담당하는 신동민 이사는 복합운송을 진행하면서 시발점인 오봉역의 한계, 국내 철도 운송 시 발생하는 비용, 공컨테이너 수급, 목적지 제한 등을 실질적인 어려움으로 꼽았다.
특히 “오봉역으로 화물을 집화해야 한다는 요건이 있어 화주들을 설득하기 어려웠다”며, “추후에는 경인지역과 경상도, 전라도에서 출하되는 화물에 대응할 수 있도록 철송 인프라를 확대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그는 “이번에는 코레일이 지원해 비용 문제가 감소했지만 인천이나 부산까지 트럭으로 가는 것보다 물리적인 비용이 낮을 순 없다”고 지적하며, “철송을 이용하면 친환경 기업 인증을 해주거나 세제 혜택을 주는 등의 방안을 기업에 제안하면 비용 차액 보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해법을 내놨다.
이날 한국교통연구원 서종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앙아시아 국가에 한국형 전용 물류기지를 확보해서 화물을 집화, 분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 역시 “교통량의 안정적인 확보가 관건”이라면서, “교역량이 많지 않아 물동량을 확보하기 쉽지 않지만 TCR 블록트레인을 정기적으로 만든다면 교역이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TCR(중국횡단철도)는 총 거리는 짧지만 중앙아시아 국가로 넘어갈 때 철도 규격이 다르고 국가별 통관이 있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면, TSR(시베리아횡단철도)는 거리는 멀어도 중앙아시아 국가와 몽골을 지날 때 규격이 같고 상대적으로 통관 시간이 절감된다.
서 연구위원은 “TCR는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 차원에서 정시성 확보에 신경 쓰고 있어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처하려면 육상 운송로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유라시아의 중앙에 위치한 중앙아시아 5개 국가가 중요하다면서, 운송사업 시작 단계에서 주변국과 협력을 이룰 것을 당부했다.
철도 운송을 활성화하려면 철도 전환 보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철도 전환보조금은 물류 운송 과정에서 도로 운송 대신 친환경 수단인 철도로 전환하면 운임의 차액을 보전하는 제도로, 철도물류협회가 국토부의 위탁을 받아 시행하고 있다.
이날 한국철도물류협회 신상철 이사는 “이 보조금은 사전 신청이 필요하다 보니 시범운송 기간에는 이미 선정된 사업자가 있어서 불가능했지만 정기 노선이 되면 직접 신청해 비용 차액에 대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서 신동민 이사가 제안한 친환경 기업 인증과 세제 혜택 등의 방안과 더불어 접근하면 좋을 것으로 내다봤다.
철도전환보조금 등 지원책 마련해야
코레일은 하반기에 추가로 시범사업을 진행해 어떻게 정기 열차를 편성하고 앞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할지 방안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코레일 김원응 해외남북철도사업단장(왼쪽)과 한국교통연구원 서종원 선임연구위원 |
이날 김원응 단장은 “중국 관계당국과 지속적으로 접촉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중앙아시아로 정기 열차를 편성하는 것과 관련해 많은 합의점이 이뤄졌다”면서 중국 국가철도공사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이끌어냈다고 평했다. 신동민 이사 또한 “결과적으로 과거 TCR 적체 현상을 겪었던 화주들도 앞으로 철도 노선이 국가사업으로 업그레이드되면 적체 현상이 다시 발생했을 때 많은 지원과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아울러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배, 항공, 철송은 다 다른 이유로 필요하기에 정부는 그 운송 루트를 다양하게 만들어줘야 한다”며 “이제 우리도 OSJD 정규멤버인 만큼 국가간 협의를 통해 화주·물류 기업이 중앙아시아, 동유럽을 향하는 안정적이고 저렴한 수단을 갖추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부산에서 개최된 제50차 OSJD 장관 회의를 계기로 국제철도여객운송협정, 복합운송협정 등에 가입하면서 국제 철도를 활용한 화물운송 물동량 쿼터(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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