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해운업 진출을 두고 국내 해운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2021년 5월 롯데정밀화학·HMM·포스코·HD한국조선해양·한국선급 등과 컨소시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그린 암모니아 해상 운송 사업을 추진해왔다.
포스코가 해외에서 생산한 그린 암모니아를 롯데글로벌로지스와 HMM이 전용 선박으로 운송하고 롯데정밀화학은 운송 저장과 선박 연료 공급(벙커링)을 맡는다는 내용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HD한국조선해양이 암모니아를 운반하고 연료로도 사용하는 선박을 개발해 한국선급의 인증을 받으면 2척을 구매해 운항에 나설 계획이다.
롯데 측은 이 같은 중장기 전략을 토대로 지난달 10일 해운 지원 기관인 한국해양진흥공사와 친환경 선박 도입 MOU를 체결했다. 이 회사는 향후 해양수산부에 외항해운사업 등록도 신청할 예정이다.
한국해운협회는 이를 두고 “2자물류업체인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해운업 진출로 해운업계에 끼칠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이 회사가 운송하려는 암모니아 등의 화학제품 시장은 국내 중견중소 해운사가 과거부터 노력의 결실로 일궈낸 주력 시장”이라고 주장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대기업의 막대한 자본력과 시장 지배적 우위를 앞세워 해운업에 뛰어 들면 기존 선사들이 도태될 수밖에 없고 한진해운 사태 같은 국가 공급망 위기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해수부에 대량화물 기준에 암모니아 에탄올 등의 친환경 대체 연료를 포함하는 내용으로 해운법 시행령 제13조를 개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2자 물류업체의 해운업 진출과 시장 교란 행위를 방지하는 계도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해운협회 양창호 상근부회장은 “2자 물류업체의 해운업 진출에 따른 부작용이 매우 우려된다”며 “1990년대 여러 대기업의 해운업 진출 실패 사례가 입증했듯이 2자 물류업체의 무모한 해운업 진출은 물류비 상승과 물류시장 질서 혼란을 야기하고 장기적으로 국가 물류 경쟁력과 국내 공급망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 측은 해운업 진출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아직 암모니아 추진 선박의 엔진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라 구체적인 운영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법리 검토 결과 외항화물운송사업을 등록하는 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해운법에서 원유 제철원료 액화가스 등의 대량화물 화주 또는 대량화물 화주가 4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법인이 해운업 면허를 신청할 경우 업계 학계 해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정책자문위원회를 열어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지만 자신들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배주주는 지분 46.04%를 보유한 롯데지주다.
회사 관계자는 “그린암모니아 운송사업을 원거리 항로에서 진행해 국내 중견중소 해운사와 경쟁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해운협회와 협의해 해운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임을 내비쳤다.
해수부 측은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외항화물운송사업) 등록 신청을 한다면 지분 구조를 확인해 정책자문위원회 구성 등의 법적 절차 진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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