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기차타고 유럽가자’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남북경제협력이 본격화되면 가까운 미래에 기차를 타고 유럽을 여행하고, 부산항을 기점으로 유럽까지 화물을 운송하는 것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 기차를 타고 북한을 통해 유럽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다.
북한 철도 분담률 90%…노후화 심각
북한에서 철도는 육상수송의 중심이고, 도로와 해운수송이 보조하는 구조다. 2016년 기준 북한의 철도 총연장 길이는 5226km 규모로 화물수송의 90%는 철도로 운송되고 있으며, 여객수송 비율은 62%를 차지한다. 북한철도의 98%는 단선이고, 통신 및 신호체계도 대부분 반자동이다. 이중 70% 이상은 일제 강점기에 건설돼 노후화가 심각하다. 철도에 대한 시설투자도 미흡해 선로는 목침목의 비중이 높다. 이마저도 가공되지 않은 생나무 목침이 사용돼 부식이 심하고, 레일의 마모도 심각해 탈선의 위험이 높다. 철도의 평균 속도는 여객은 20~50km/h, 화물은 30~40km/h, 중량화물 약 17km/h로 매우 느리다. 북한 철도노선의 전철화율(전체 철도 노선 중 전기로 운영되는 노선 길이 비율)은 79.8%로 우리나라(73.3%)보다 높은 편이지만, 전력 등 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운행이 중단되는 사태도 빈번하다.
남북경협전문기업 ‘G-한신’ 윤희로 사업단장은 최근 남북물류포럼이 개최한 ‘한반도 철도사업의 의미와 추진과제’ 강연에서 한반도 철도사업은 북한의 교통·물류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활용해 대륙에 진출함으로써 동북아시아의 단일시장을 형성해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완성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 단장은 한반도 철도사업은 현대화와 국제화 두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대화는 3500km의 기존철도 선로를 현대화하는 것이 핵심이고, 국제화는 개성-평양-신의주(376km) 고속철도·도로를 건설하는 것이 골자다. 우리나라에서 유럽까지 진출하기 위해서는 북한 철도의 현대화와 국제화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윤희로 단장은 북한과 국경을 맞닿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철도 현대화, 국제화를 함께 추진하며 국제협력사업의 주도권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점을 특히 우려했다. 윤 단장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만 다섯 차례 이상 북한을 방문하며 북한과 물밑접촉을 벌이고 있다. 그는 “북한의 철도사업은 해외수주사업이라는 생각으로 민간기업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북한은 전부 우리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북한이 추진하는 철도사업에 우리가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 TF팀 꾸려 사업 주도해야
북한은 시장경제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철도사업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주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윤희로 단장은 조언했다. 철도 현대화부터 국제화까지 전 노선에 대한 기획설계를 북한과 함께 공동으로 작업해 고속철도·도로사업과 부대사업 역사 개발, 광산개발 등의 타당성을 조사하고, 국제선 철도 운영사를 설립해 운영방안을 수립하는 것은 물론 자금 조달 방안과 사업수행계획서 작성, SPC 조직 기획까지 전반적인 밑그림을 주도적으로 그려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테면 통일부는 북한 정부와 협력하고, 국토교통부는 철도·도로건설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외교부는 국가간의 협력을 추진하고, 기획재정부는 투자 예산과 관련된 업무를,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 통신 에너지 광물 등 각자의 분야에서 유기적으로 업무를 협업하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이해관계를 통합·조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철도시설공단, 철도공사, 도로공사, 광물자원공사, 전력공사 등 정부기관의 연계도 이뤄질 수 있는 컨트롤타워 기능이 필요하다는 게 요체다. 요약하면 철도와 도로인프라 구축부터 운영과 에너지공급까지 전체적인 맥락에서 사업을 준비하고 검토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게 윤 단장의 구상이다.
다만 건설단계에서 정부조직이 직접 참여하지 않는 통합법인을 구성해 철도차량 구매부터 철도차량기지 건설, 고속철도 건설, 고속도로 건설과 함께 복합역사 건설, 부대시설 건설, 광물자원개발 등을 협업할 수 있다고 봤다. 나아가 국제철도운영법인, 고속철도관리운영법인, 고속도로관리운영법인, 부대시설관리운영법인, 광물자원개발법인을 각각 독립법인으로 운영해 수익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론적으로 남북한이 공동으로 기획단을 구성해 사업수행계획 및 국제협력방침을 수립하고, 국내컨소시엄을 통해 SPC를 설립한 다음 본계약을 거쳐 국제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는게 핵심이다. 그래야 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투자 자본에 의한 지배권을 확보하며, 국토주권을 수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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