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항
한국선사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8일 출범했다.
14개 국적 컨테이너선사 사장단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한국해운연합(KSP) 출범식을 갖고 위기 타개를 위한 사업 협력을 선언했다.
KSP엔 한일 한중 동남아항로 협의체에 가입한 컨테이너 선사들이 모두 참여했다. 회원사는 고려해운 남성해운 동영해운 동진상선 두우해운 범주해운 장금상선 천경해운 태영상선 팬오션 한성라인 현대상선 흥아해운 SM상선 등이다.
참여를 저울질했던 한일 구간 여객선사인 팬스타라인닷컴은 컨테이너선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최종적으로 명단에서 빠졌다.
아시아역내항로 경영부진 심각
KSP 결성은 해운시장 침체 장기화와 과열 경쟁으로 공멸할 수 있다는 국적선사들의 위기감을 배경으로 한다. 글로벌 선사들의 선박 대형화 경쟁과 파나마운하 확장 개통으로 촉발한 대형선 공습, 아시아 주요국가 성장 둔화 등으로 아주항로의 수급 불균형은 갈수록 심화되는 실정이다.
공급과잉 시황은 제살 깎아 먹기 식의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발 동남아행 컨테이너운임지수(CCFI)는 2013년 841에서 지난해 620으로 26% 하락했다. 한국-동남아항로 운임은 4년 새 40% 하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 결과 지난해 주요 근해선사 영업이익은 1년 전에 비해 60% 가량 급감했다.
앞으로 선사들은 KSP 활동을 통해 비용구조 개선과 사업 채산성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항로 합리화와 선복 교환 확대가 핵심 수단이다. 아울러 신규항로 개설과 해외 터미널 인수 등 신성장동력 확보에도 공동으로 나선다.
주요 구조조정 대상항로는 동남아와 한일 구간이다. 한중항로는 한중 양국정부의 인허가 절차를 거쳐 항로를 개설하는 항권 개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노선 구조조정이 불가능하다.
동남아항로에선 한국-호치민(베트남)·램차방(태국)과 한국-하이퐁(베트남) 구간이 대표적인 공급 과잉 노선이다. 현재 이곳엔 8개 선사가 11~12개 노선을 운항하며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한일항로에선 얼마 전 구조조정에 성공한 일본 서안과 구조조정 검토 단계에 있는 규슈 노선이 KSP 차원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해운 남성해운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 네 선사는 지난 4월 일본 서안항로 운항선박을 4척에서 2척으로 줄이는 서비스 합리화를 단행했다. 운항사는 6개월마다 교체될 예정이다.
올해 문을 연 SM상선이 연합체에 포함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출범 이후 단독으로 뱃길을 열어왔던 SM상선은 KSP 가입을 계기로 국내 선사들과 제휴하는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다. SM상선은 현재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중국 일본을 연결하는 해운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오는 17일 인도네시아항로를 새롭게 개설할 예정이다.
선사간 이해관계 조율 '과제'
다만 회원사 간 사업 규모와 범위가 다른 데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항로 합리화 과정에서 대승적인 양보와 타협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노선 1~2편만을 운영하고 있는 선사에게 선박 철수를 요구할 경우 사실상 사업을 접으라는 거나 마찬가지여서 큰 반발을 살 수 있다. 그렇다고 다수의 선박을 운영하는 선사에게만 희생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KSP에 참여한 선사 관계자는 “출범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앞으로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논의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SP는 연내로 운영규정과 구조조정 대상 항로를 확정한 뒤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계약기간은 2020년까지 3년간이다. 사무국은 선주협회에서 맡는다.
정부는 구조조정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해양수산부 엄기두 해운물류국장은 이날 행사 뒤 회원사 사장단과 가진 회의에서 “KSP 회원사에 해양진흥공사 재원의 50%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출범식에 참석한 해양수산부 김영춘 장관은 “한국해운연합 출범은 해운산업 재건, 상생, 미래먹거리 창출 세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며 “오늘 시작하는 협력이 앞으로 선사간의 협력을 넘어 해운 조선 화주의 상생으로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선주협회 이윤재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새정부 들어 해운산업의 재건을 위해 해양진흥공사 설립 등 각종 재건방안이 국정과제에 포함된 만큼 우리나라도 외국과 같이 선제적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을 통해 메가캐리어를 육성하고 선사간 협력으로 항로효율화 및 3국간 신규항로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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