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사태로 글로벌 해운시장이 미궁으로 빠지고 있다. 세계 7위 국내 1위 선사인 한진해운의 침몰로 부산항의 연쇄 피해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대 방희석 석좌교수는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국내 해운항만산업의 앞날이 어두울 것이라고 지난달 27일 물류산업진흥컨퍼런스에서 밝혔다.
선대 대형화 대신 소석률 높여야
방희석 교수는 최근 격동하는 글로벌 해상운송 시장 변수로 선대의 대형화를 꼽았다. 선대 대형화의 시작은 세계 최대 선사인 머스크라인의 1만5000TEU급 < 엠마 머스크 > 선박 발주에서 시작됐다. 선박의 대형화로 과잉공급이 가속화되면서 대부분의 정기선 운임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주요 선사들의 선대도 대형화에 나서면서 50~70%의 소석률을 못 벗어나고 있다. 그는 선사들이 선대에 대한 투자 대신 소석률 높이기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2017년 4월부터 재편되는 전략적제휴결합(얼라이언스)도 변수로 꼽았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당초 계획됐던 디얼라이언스 편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가운데 2M, 디얼라이언스, 오션으로 재편되는 세계 해운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미지수다. 그는 한진해운 사태 이후 해운항만시장 전망에 대해 “얼라이언스와 각 선사는 소석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각국 항만도 환적 물량 유치에 혈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적항만의 중요성도 제기됐다. 전 세계 162개 국가를 시나리오로 하면 85% 가량이 환적 물량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오래전부터 부산항을 싱가포르·로테르담·홍콩처럼 세계적인 환적허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해 세계 6위를 기록한 부산항은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의 선박을 많이 유치해야 하는 실정이지만 한진해운 사태까지 겹치면서 부산항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그는 “한진해운이 가지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퇴색되면 환적물량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며 “물량을 뺏기면 항만시설의 노후화가 불가피해져 해운·항만 산업의 복구가 전반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침몰하게 됐지만 한진해운의 오랜 경영·네트워크 시스템 만큼은 정부가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 교수는 국내 화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각종 서비스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향후 있을 M&A와 얼라이언스 재편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신성장동력 사업으로는 허치슨, PSA, DP월드와 같은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GTO)를 꼽으며 우리 정부가 GTO 육성에도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