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에도 운임을 끌어올리지 못했던 구주항로 취항선사들이 선박 가득 화물을 채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발 구주항로 소석률(선복대비화물적재율)은 100%를 채우고 있다. 선복감축에 수요도 늘어나면서 배를 채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행으로 인한 화물쏠림 현상은 유럽항로에서의 비중이 높지 않았던 만큼 며칠 만에 사그러들었다.
9월 초만 해도 한진해운 선박이 입항 거부와 압류로 화물을 싣지 못하게 되자, 현대상선을 비롯해 외항선사로 화물이 대거 쏠렸다. 하지만 유럽항로 전체 선복량이 컸던 데다 한진해운의 북유럽발 화물이 예상보다 적어 선사들이 기대하던 반사 이익은 기대 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선사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이전부터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이미 대부분의 선사들은 선복이 차고 있었다”며 “한진해운의 위기상황을 알고 미리 선사를 바꾼 화주들도 많아 법정관리 신청 후 물량이 차고 넘치는 것은 크게 체감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장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진해운의 공백에 대체 선박을 투입키로 했던 현대상선은 배를 투입하지 않았다. 당초 현대상선은 한진해운발 물류차질을 막기 위해 구주항로에 6천TEU급 9척의 선박을 투입한다고 발표했지만 예상보다 빠듯하지 않은 선복에 선박을 투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9월 중순 추석연휴를 두고 선사들은 예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추석연휴로 인한 물동량 감소에 임시결항을 진행하던 선사들이 배를 정상투입했기 때문이다. 중국 국경절 연휴가 10월 첫째주부터 시작되면서 9월말까지 제조업체들의 수출화물 밀어내기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자 선사들은 추석에도 정상운항에 나섰다. 오션3와 G6 얼라이언스는 국경절 연휴 수요약세에 대응해 10월초에만 임시결항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지지부진했던 구주항로의 운임은 9월초 20피트 컨테이너(TEU)당 300~500달러 가까이 올랐다. 매월 진행하던 운임인상이 한진해운 사태와 겹치면서 시장에 바로 적용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한진해운발 선복 부족현상은 며칠 만에 일단락돼 더 이상의 운임인상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9월9일 발표한 상하이발 북유럽항로 운임은 TEU당 943달러를 기록했다. 수요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아시아-지중해항로 운임은 702달러를 기록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선사들은 이례적으로 추석에 운임인상에 나서며 9월15일부로 TEU당 200~300달러의 기본운임인상(GRI)를 공지했다. 선복이 100% 차는 상황인 만큼 바짝 운임을 끌러올려 놔야 추후 운임하락을 상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한 외국적선사 관계자는 “TEU당 1000달러 초반이면 상황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9월 중순 운임인상으로 1300달러대까지 운임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경절 이후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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