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양항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환적물량을 중심으로 컨테이너 처리실적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 로컬화물과는 대조적인 모양새다.
올해 광양항에서 처리된 환적과 수출입 실적은 상반된 결과를 내놓았다. 여수광양항만공사(YGPA)에 따르면 올해 1~8월 광양항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158만8494TEU에 비해 2.6% 감소한 154만6510TEU를 기록했다. 수출입 화물은 4.7% 뒷걸음질 친 117만2579TEU를 처리했지만 환적화물은 전년 동월 36만1113TEU 대비 3.5% 증가한 37만3931TEU를 기록했다.
지난해(1~12월) 광양항에서 처리된 컨테이너 환적화물은 51만8784TEU로 3.3% 소폭 감소했지만, 2013년엔 전년 대비 66%나 폭증한 53만6473TEU를 기록한 바 있다. 수출입 증감율은 미미한 데 비해, 환적실적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광양항의 환적물량은 2013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2년까지 30만TEU대를 맴돌았지만, 이듬해 50만TEU대로 껑충 뛰었다. 2014년에는 하락 반전했지만 전년과 동일한 50만TEU대를 유지했다. 올해 5월엔 월별실적에서 1998년 광양항 컨테이너 부두 개항 이래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8월까지 37만3931TEU를 달성해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60만TEU 진입도 노려볼 만 하다.
연근해선사 유치로 항차수 ‘업’
광양항의 환적물량이 증가한 가장 큰 원인은 정기선사들의 서비스가 늘어난 것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말 주 79항차였던 광양항의 정기 컨테이너 서비스는 9월 현재 기준 주 88항차로 늘었다.
화물 창출의 일등공신은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을 기항하고 있는 연근해선사다. 동남아시아와 중국을 포함하면 88항차의 절반을 상회하는 68항차가 발생한다. 부산신항에서 발생한 체선으로 인해 연근해선사들이 대안점으로 광양항을 찾았다는 게 항만업계의 전언이다.
또 공사에서 지급하는 인센티브와 감면 제도도 선사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다만 유럽과 북미, 중남미 등 원양항로 서비스는 한 자릿수에 불과해 대형 선사 유치가 시급하다. 세계 1위 정기선사인 머스크라인이 광양항을 찾고 있지만, 추가물량 창출을 위해서라도 원양선사를 유치해야한다는 것이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원양선사들이 부산항으로 기항하는 경우가 많아 광양항 기항 횟수가 극히 적다”며 “원양선사 유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부산과 광양항을 중심으로 한 ‘투포트 정책’이 소리소문 없이 폐기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은 이달 2일 열린 해수부 국감에서 “부산 신항과 여수광양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5.1배의 차이가 난다”며 “이것이 정부의 동서균형 발전을 위한 양항 정책”이냐고 지적했다. 이에 해수부는 “광양항을 컨테이너를 포함한 복합물류항만으로 육성한다는 정부의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대형 크레인 도입 시급
투포트 정책 시행도 중요하지만 광양항이 거쳐할 난관은 산적해 있다. 인천항과의 국내 항만 2위 쟁탈전은 항만물류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다. 내년에 인천신항이 추가 개장하면 인천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더욱 늘어나 광양항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인천항과 광양항의 컨테이너 전체 처리량은 약 1800TEU의 차이를 보였다. 광양항이 인천항을 소폭 앞선 것이다. YGPA 관계자는 “인천과 광양이 직접적인 경쟁 관계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주위에서 컨테이너 화물 개수로만 항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광양항의 경우 총 물동량 처리실적에선 인천항을 앞서고 있다”며 “수출입과 더불어 환적화물 유치에도 초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항만 인프라 개선도 시급하다. 24열 대형 컨테이너 크레인의 추가설치와 현대화된 야드 크레인의 추가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광양항은 24열 크레인 1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반해, 부산항은 47기나 운용되고 있다.
전 세계 대형 컨테이너선은 1만TEU급의 이상의 대형 컨테이너선이 200여척 운항 중이며, 향후 5년 내 100척 이상이 추가 투입될 예정이라 항만 인프라 현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주, 유럽 등 원양선사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대형 크레인 도입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선사들이 항만을 기항지로 정하기 전에 중요하게 검토하는 것이 항만 생산성인데, 그 중 대형 갠트리크레인이 유무에 따라서 기항 여부가 결정난다”며 “초대형 컨테이너선 인도 시점 이전에 크레인 설치가 완료돼야 한다”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