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신항 B터미널(800m·5만t급 3개 선석) 사업시행자인 선광과 인천항만공사(IPA)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IPA의 전면개장이냐, 선광의 부분개장이냐를 놓고 양측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 항만물류업계는 양측의 갈등으로 인천신항 개장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국가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현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선광, “1단계만 우선 개장해야”
IPA와 선광은 인천신항 B터미널의 개장범위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 장의 문서에 명시된 조항으로 인해 양측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것. IPA는 2013년 6월 선광에 부분준공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IPA가 선광에 발급한 공문에 따르면 부분준공 구간은 착공 후 18개월까지(2015년 1월8일) 완료해야 하며, 잔여구간 컨테이너 장치장(CY) 부지의 조성기간은 물동량 추이로 인한 부두운영사의 경영여건 등을 고려해 별도 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앞서 선광은 2010년 4월 IPA에 사업계획을 제출했고, 이듬해 2월에 양측은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이 체결한 실시협약서에는 800m를 전면개장을 해야 한다고 언급돼 있다.
이 문서에 대해 양측은 엇갈린 해석을 하고 있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2013년 6월에 발급된 문서에 대해 IPA는 사업제안서, 실시계획승인서, 항만공사 착수신고가 B터미널 전체 개장으로 돼있기 때문에 800m로 일시 개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선광이 주장하는 단계별 부분준공은 실시협약서와 실시계획 승인허가 규정과 부합하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선광의 요구사항은 인천항의 개발과 공사의 중장기 사업과 재무계획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재무적 손실책임도 사업시행자가 부담해야한다는 게 IPA의 주장이다.
반면 선광은 IPA로부터 받은 문서에 명시된 조항에 의거해 사업계획서, 실시협약에 언급된 내용은 2013년 6월에 명시된 조항에 따라 사업계획 변경으로 인식해 부분준공을 이행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 공사를 마친 1단계 구간인 410m(5만t급 2개 선석)만 우선 개장하고 2단계(390m) 잔여 CY부지 조성공사 시기는 당사간 별도 협의해서 착공시기를 협의하자는 주장이다.
양측은 실시협약을 체결한 이후인 2012년 5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단계별 개장에 관한 협의를 계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선광은 2013년 6월 IPA로부터 별도의 문서를 받고 곧바로 다음달 상부공사를 착수해 지난해 1월 부분 구간(410m)을 준공했다. 선광은 공사기간 중 IPA가 아무런 말이 없다가 준공시점 몇 주 전 시행 공문서에 대해 입장을 번복했다고 밝혔다. 단계별 예정 공정대로 공사기간 중에 실정보고, 공정보고, 감리보고서를 IPA에게 매달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준공 막바지 시점에 와서 IPA가 기존의 입장을 뒤집었다는 얘기다.
IPA는 공문을 통해 단계별 개장에 대한 확답을 줬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정부 예측 물동량에 변화가 발생할 경우 이를 고려해 상부공사 착공과 운영시기를 조정할 수 있는 내용을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IPA는 부분개장을 위해선 실시계획 변경이 필요하며, 선광은 공사의 실시계획 변경 절차이행 공문을 접수하고도 현재까지 신청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선광은 세 차례에 걸쳐 실시계획 변경서를 제출했으나, IPA에서 실시계획 변경허가 신청서 접수를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IPA, 부분개장하면 정부예산 투입 지연
양측이 개장범위를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IPA는 정상개장 지연으로 인한 임대료 등 재무적 손실로 전면개장을, 선광은 물동량 부족으로 인해 따라오는 컨테이너 부두공급과잉으로 인해 부분개장을 요구하고 있다.
IPA는 B터미널 하부공사에 공사비 3500억원, 기타비용(금융비용, 취득세, 부가세) 900억원 등 총 4400억원을 투입했다. IPA에 따르면 연간 금융이자만 약 220억원이, 정상 개장 지연시 임대료 손실이 연간 40억원이 발생해 계획대로 개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IPA는 정부시행 사업이 전체개장을 대비해 추진 중으로 과투자 논란 이후 정부예산 투입지연 우려로 전체개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분개장을 요구하고 있는 선광은 부산, 광양, 평택, 울산, 마산항 민자사업 컨테이너 부두처럼 공급과잉의 문제가 예상되기 때문에 물동량 추이 등을 고려해 IPA와 협의해 개장하자는 주장이다. 인천항이 같은 노선을 밟지 말아야한다는 것이 전면개장을 거부한 이유다. 선광 관계자는 “지금 당장 필요한 건 닭잡는 칼이 필요한데 소잡는 칼을 쓸 필요가 있냐”며 “부산항의 대부분 컨테이너 터미널은 정부가 지어준 반면, 인천신항은 상부공사와 컨테이너 크레인 등 건설을 우리가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면개장으로 인해 물량을 유치하지 못하면 손해가 막심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IPA는 미주 등 원양항로 개설과 기존 서비스 강화로 수도권 화물의 인천항 이용률이 높아지고, 한중 FTA 효과로 인해 대중국 물동량의 추가적 증가로 인천항 물동량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밝혀 양측의 의견차는 쉽게 좁혀지지 못하고 있다.
B터미널의 전체(800m) 부두임대료는 연간 90억원이다. 선광은 사용하는 면적 410m에 한해서만 50억원을 지불할 것이라는 한편, IPA는 임대료를 사용한 부지만큼만 낼 경우 공사의 중장기 사업과 재무계획 등에 손실이 우려된다며 정해진 공사 기간내 상부공사(800m)를 준공하지 못할 경우 사업이행지체에 따른 지체상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만물류업계는 인천신항이 인천지역 주요 인프라인 만큼 지역 및 국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적기 개장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원양선사 유치와 제2외곽도로 건설 등 인천신항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과제가 많다”며 “IPA와 선광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협상이 진행돼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신항 활성화 위해 현안 조속히 해결돼야
3월 인천신항의 하늘은 쾌청했지만 건설현장에선 냉랭한 분위기만 감돌았다. 최신식 항만인프라로 꾸며져 곧 위용을 뽐내야할 컨테이너 하역장비들이 제 때 가동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찾은 인천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SNCT)에서는 개장에 발맞춰 자동화 장비들의 시범 운전이 한창이었다. 인천신항 건설사업은 송도국제도시 서남쪽에 총 부두길이 1.6㎞에 달하는 컨테이너 부두 6개 선석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인천신항이 본격 운영되면 우리나라의 물류 비즈니스 시장 여건과 패러다임을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부산항을 이용해야만 했던 수도권 화주들의 내륙수송 물류비용을 절감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터미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ARMGC(야드크레인)였다. 부두 뒤편에서 컨테이너 작업을 수행하는 ARMGC는 총 28기가 SNCT에서 운용될 계획이다. 380t의 몸집에도 완전 무인 또는 원격 반자동으로 작동되는 이 크레인들은 길이 48m, 폭 25m, 높이 31m의 우람한 덩치로 28.4m 길이의 레일 위를 움직인다. 특히 장비기사가 타고 내리는 시간 등으로 인해 작업 지연이 불가피했던 기존 수동 크레인들에 비해 작업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한진이 사업 시행자로 있는 1-1단계 컨테이너 A터미널 공사가 한창 진
행 중이다. A터미널은 내년 초에 개장할 예정이다. |
Rail Mounted Quay Crane의 약자인 RMQC는 안벽에 설치돼 컨테이너를 선박에 하역하거나 선박에서 에이프런으로 하역하는 크레인으로, 일명 갠트리 크레인으로 불린다. 140m 길이의 이 크레인은 컨테이너 22열까지 작업할 수 있으며 시간당 45개의 컨테이너 박스를 처리할 수 있다. 무게는 1500t에 달하며, 대당 가격은 약 80억원이다. 현재 SNCT에는 1단계(410m) 구간에는 5기의 갠트리크레인이 투입됐으며, 2단계(390m)에 3기가 추가로 투입되면 총 8기가 운영된다.
SNCT는 인천항에 처음으로 들어서는 자동화터미널이다. 터미널 생산성은 부산신항에 버금간다. 전체 면적 48만㎡, 안벽 길이 800m 규모의 SNCT는 일시 장치능력이 3만6390TEU, 연간 최대 처리능력은 120만TEU에 달한다.
인천신항으로 개장으로 인한 실질적인 효과는 클 것으로 기대되지만 해결해야할 현안 사안이 한 둘이 아니다. 시화공단과 인천항을 연결하는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의 조기개통과 미주와 유럽으로 향하는 원양선사 유치, 항만배후단지 조기건설 등이 주요 해결과제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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