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박우선특권의 피담보채권
가. 선박우선특권의 특수성
선박우선특권은 다른 담보권과는 달리 공시방법이 없고 판결 등의 집행권원도 없이 막바로 선박에 대한 경매를 신청할 수 있고 저당권에 우선한다는 점에서 일반 민사집행법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해사채권의 적절한 행사를 위해는 먼저 그 채권이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는 채권인지 여부와 범위가 확정돼야 한다.
나. 피담보채권의 범위
선박우선특권의 피담보채권의 범위문제는 어떠한 종류의 해사채권에 선박우선특권을 인정할 것인가는 하는 문제로서 선박우선특권있는 채권,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는 채권 또는 선박우선특권의 피담보채권이라는 논제로서 자주 논의된다.
다. 각국의 입법례
선박우선특권의 피담보채권의 범위에 관한 각국의 입법례는 실로 다양해 피담보채권의 범위에 나라마다 차이가 크다.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는 채권의 범위는 영국이 독일, 프랑스, 미국 등에 비해 가장 좁게 인정하고, 미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가장 폭넓게 선박우선특권을 인정하고 있다.
한편 선박우선특권에 관한 국제조약은 선박우선특권을 제한해 선박저당권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세계적 경향에 따라 피담보채권의 범위를 제한해 인정한다. 또한 영국 등 영미법계의 많은 나라들은 선박우선특권과는 별개로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지 않는 대부분의 해사채권에 이른바 대물절차권을 부여함으로써 선박우선특권제도를 적절히 운용하고자 시도한다.
2.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
가. 선적국법주의
우리나라는 선박우선특권있는 채권의 인정범위를 선적국법에 따르도록 하는 소위 선적국법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채권자가 선박우선특권에 기해 외국선박을 어레스트하고자 하는 경우에 무엇보다도 그 선적국법이 해당 채권에 대해 선박우선특권을 인정하는지 여부를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섭외사건의 경우 준거법이 무엇인지가 선결돼야 하며,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 제2호는 해상에 관한 준거법으로서 “선박의 소유권 및 저당권, 선박우선특권 그 밖의 선박에 관한 물권 및 선박에 관한 담보물권의 우선순위는 선적국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선박우선특권의 성립여부 및 그 순위는 원칙적으로 선적국법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이것은 선박우선특권의 성립 여부나 순위를 법정지법에 의하도록 하는 영국 등 대다수 국가의 법정지법주의와 대별된다.
나. 선적국의 의미
국제사법상 선적국은 준거법을 지정하는 가장 중요한 연결점의 하나가 되고 있으며, 선적국의 기준이 되는 선적항은 등록항 또는 본적항의 두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국제사법 제60조에서의 선적국법이란 선박소유자의 국적을 표준으로 선박의 국적을 정하는 우리선박법의 입장에 비추어 볼 때 등록항소재국의 법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선박이 2중국적을 가진 경우에 어떻게 볼 것인가가 문제되나, 이 경우에도 자연인의 국적충돌과 마찬가지로, 내국국적이 우선하고 최후에 취득한 국적이 우선하도록 하되(내국국적우선주의와 신국적우선주의), 외국국적을 동시취득한 경우 등은 그 선박이 더욱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 국가의 법이 적용되는 것으로 해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본다.
다. 선적국법주의의 예외
(1) 국제사법 제8조 제1항은 준거법 지정의 예외로서 “이 법에 의해 지정된 준거법이 해당 법률관계와 근소한 관련이 있을 뿐이고, 그 법률관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른 국가의 법이 명백히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 다른 국가의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국제사법의 준거법 연결원칙은 당해 사안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법을 지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으므로 위 규정은 국제사법을 적용한 결과가 구체적인 사건에서 위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에 대비해 구체적인 사안에서 국제사법이 지향하는 정당한 연결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준거법 지정의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여기서 ‘정당한 연결’이라 함은 실질법적으로 보다 나은 법(better law)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밀접한 관련이라는 연결체계의 유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3) 그러나, 이러한 예외조항을 함부로 적용할 경우 법적 안정성을 해할 수 있으므로 위 국제사법 규정은 엄격한 요건하에 적용돼야 할 것이다.
즉, 예외조항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첫째, 국제사법에 의해 지정된 준거법이 해당 법률관계와 근소한 관련이 있을 뿐이고, 둘째, 그 법률관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른 국가의 법이 존재해야 하며, 셋째, 그것이 명백한 경우이어야 하며, 어느 법이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의문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조항을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4) 해운업계에서 널리 활용되는 관행인 편의치적(flag of convenience)의 경우, 이러한 준거법 지정의 예외를 인정할 것인지, 그 기준은 무엇인지가 문제된다.
편의치적에 있어서 선적이 선적국과의 유일한 관련인 경우 위 예외조항에 의해 선적국법 대신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른 국가의 법이 준거법으로 적용될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편의치적이라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예외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편의치적 제도의 근간을 흔들어 법적 안정성을 해치게 될 수 있으므로 구체적 사안에 따라 국제사법 제8조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라. 기타사항에 대한 준거법의 결정
국제사법 제60조에서 규정한 사항 이외의 사항은 어느 법에 의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우선 절차법은 법정지법에 따른다(“lex fori”rule)는 것이 국제적으로 확립된 법원칙이므로 외국선박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그 일반적인 집행절차에 대해는 법정지법인 우리나라 법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한편, 실체법에 관한 것은 국제사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당사자가 지정한 국가의 법(당사자 자치주의), 행위지법(계약의 경우), 불법행위지법(불법행위채권의 경우) 등이 준거법이 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으로 본다. 선적국법이라 해 채권발생과 항상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며 특히 편의치적의 경우는 무조건 선적국법을 적용해야 할 합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고 법문상으로도 선적국법이 적용되는 경우를 피담보채권의 종류와 순위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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