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용 대체 연료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암모니아의 공급이 2030년께 안정화될 거란 주장이 나왔다.
한국선급(KR) 조준호 팀장은 최근 서울 당주동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KR 창립 64주년 기술세미나’에서 친환경 대체 연료의 특징을 조명했다.
암모니아는 전 세계 온실가스 규제에 대응해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대체 연료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다른 대체 연료에 비해 독성과 부식성이 심해 연료 추진 시스템 설계와 선박 운항 특성을 고려한 추가적인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량이라도 인체에 닿으면 크게 위해를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는 분석에 선원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선주들은 선박 연료용 암모니아의 상용화를 놓고 최대 단점으로 평가받는 누출 위험과 관련 다양한 해소 방안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직 암모니아 추진 선박에 관한 국제적인 규정이 없는 상황으로, 국제해사기구(IMO)는 올 하반기 국제적인 안전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조준호 KR 팀장은 글로벌 해사분석기관인 MMMC가 2050년 전체 연료 중에서 절반 정도가 암모니아를 사용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조 팀장이 암모니아 연료에 주목한 건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메탄올 등 다른 대체 연료와 달리 아직 선급 규칙이나 국제 규정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IMO에서 요구하는 국제협약(IGC코드)을 바탕으로 설계의 안정성 및 적합성 검증에 나서야 한다는 게 조 팀장의 설명이다.
향후 해운시장에선 대체 연료로 수소가 아닌 암모니아가 활성화될 수 있을 거란 주장도 나왔다. 현재 공급망 확대로 유럽에서 수소 경제가 다가오고 있지만 해운이 아닌 육상운송에 제한돼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소는 공급과 운송 등에서 기술적인 제약이나 어려움이 있는 반면 암모니아는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게 조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수소 공급이나 이송에는 아직까지 기술적인 제약이나 어려움이 있다”며 “그래서 쉽게 운송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연료가 암모니아가 될 거라 생각한다. 2030년 정도가 되면 암모니아 공급이 안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형철 회장, 탈탄소 대안으로 탄소 포집·액화저장기술 제안
해운시장에서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중립)를 달성하려면 업계 간 긴밀한 협력과 전문화된 선원 양성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형철 KR 회장은 개회사에서 “대체 연료 신기술이 선박에 적용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전문화된 선원 양성의 필요성이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다”며 “탈탄소화와 디지털화에 발맞춰 가장 필요한 것은 협력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어 “우리 해사업계는 탈탄소와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기술 역량을 한데 모으고 비전을 공유하며 때로는 선의의 경영도 하면서 자기만의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또 2050년까지 해사업계에 충분한 대체 연료가 공급되지 않을 것이라며 다양한 탈탄소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전 세계에 필요한 재생에너지는 6만테라와트(TW)로, 현재 생산량의 18배에 달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해 7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회의에서 2050년까지 국제해운에서 무탄소를 달성하기로 의결했다. 2050년 해운시장에서 필요한 재생에너지는 3000만TW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재생에너지 생산량은 점차 늘어나겠지만 2050년까지 대체 연료를 마음껏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래에 대비해 선박 탄소 포집·액화 저장 기술(OCCS) 같은 다양한 탈탄소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OCCS는 세계 각국이 ‘2050 탄소중립’ 목표를 향해 가는 길목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단번에 줄일 수는 없어 탄소 감축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형철 KR 회장(사진 왼쪽)과 임기택 IMO 전 사무총장이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
개회사 이후엔 2016년부터 8년간 전 세계 해사산업과 IMO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임기택 IMO 전 사무총장이 기조 강연을 진행했다.
임 전 총장은 향후 15년이 미래 해운조선업의 지속 성장의 한계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 연구기관, 업계의 긴밀한 협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한민국 해양과학 인프라의 우수성과 한국인의 역량이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기에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 국제 기준을 선도해야 강조했다.
이형철 회장과 임기택 전 총장의 대담도 진행돼 청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임 전 총장은 주요 업적 중 하나인 온실가스 감축전략개정안을 174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점 등 재임 기간 동안의 성과를 밝혔다.
임 전 총장은 “개도국과 선진국뿐만 아니라 170여 개 회원국들의 다른 입장을 어떻게 조화를 시키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한국에서 몸으로 공직·사회생활을 하면서 배운 게 갈등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어 “한국인은 최고의 겸손함과 정직, 열정, 융통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요소를 전부 갖고 있는 국가가 몇 안 된다. 앞으로 글로벌 해운조선시장에서 한국인이 더 많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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