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러·우 전쟁, 홍해 사태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통합 물류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고려대학교 김대기 교수는 지난 19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국국제물류협회(KIFFA)·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주관 물류 세미나에서 “우리는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무엇 때문에 발생했는지 명확히 분석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각 산업군별 데이터 공유의 스마트화, 범정부 차원의 조직 개편 등을 통해 공급망 리스크에 적극 대응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어크로스 인더스트리(Across industry) ▲온디멘드(On-demand) ▲디지털에코시스템(Digital Ecosystem) 등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스마트 물류 서비스를 공급망 리스크 대응방안으로 제시했다. 디지털 생태계 안에서 각각의 산업별로 데이터 이동이 원활한 수요자 중심의 물류 서비스가 구축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우리의 당면 과제는 데이터의 스마트화와 정보 공유를 위한 물류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해상·육상·항공 등 각각의 개별 산업군에서 오랜 기간 데이터클렌징(데이터 품질을 향상시켜 분석 신뢰성을 제고)을 해오고 있으나, 복합운송과 같이 여러 산업별로 교차할 수 있는 데이터가 공유 가능한 소통 창구는 현재로선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한 맥락에서 범정부 차원의 조직 개편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여 말했다.
디지털 에코시스템과 관련해선 “규모가 작은 중소 포워더들을 위해서라도 하나로 뭉칠 수 있는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러한 생태계 조성에도 골든 타임이 있는 만큼 늦어도 2025년 안에는 결실을 볼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국교통연구원 서상범 센터장도 김 교수의 생각과 궤를 같이 했다. 서 센터장은 “공급망 리스크 요인들을 사전에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속한 모니터링을 통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공급망 리스크를 빠르게 캐치해서 대응 시간을 어떻게 단축하느냐가 결국 기업 입장에선 피해 규모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매년 반복되는 화물연대 파업 등과 관련한 우리나라 공급망 리스크 대응 방안에 대해선 “국가 산업과 물류 거점의 연계로 내륙 운송 구간 운용 리스크를 줄이는 연구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며 “다만 국가 재정이 많이 투입되다 보니 신중하게 정책적 고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왼쪽부터) 김대기 고려대 교수, 이성우 KMI 한미공동해상물류센터장, 배성훈 삼성SDS 물류그룹장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이성우 한미공동해상물류센터장은 통합 물류거버넌스 구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통합 물류기업 전문가 육성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장은 “미국의 물류 콘퍼런스에 참여해보면 해운·항만·철도·육송·항공 전문가들이 한 데 모여 토론을 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며 “해운이 막히면 철도 항공 등 대체 운송 수단을 고려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물류 세미나는 산업 영역 별로 나눠 진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보니 공급망 리스크에 관한 다방면의 심도 있는 논의가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이후 진행된 세션에선 삼성SDS 배성훈 물류MI그룹장은 올해 하반기 글로벌 해운 시황에 대해 “수요 강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올해와 내년까지 기본적인 시장 기조는 공급 과잉”이라며 “현재의 수급 상황보다 공급망 운용 리스크 효과가 시황에 영향을 주는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향후 홍해 사태의 경과가 시황을 결정 짓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세미나엔 원제철 KIFFA 회장과 배경한 부회장을 포함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이성우 센터장, 고려대학교 김대기 교수, 한국교통연구원 서상범 센터장, 삼성SDS 배성훈 그룹장 등 물류업계 관계자 80여 명이 참석했다.
원제철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는 러·우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미중 무역분쟁, 홍해 사태 등으로 더욱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재고 관리와 생산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 세미나의 주제가 시의적절해 보인다”고 밝혔다.
원 회장은 “대한민국 경제는 물류 산업이 발전해야 모든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대한민국의 물류와 우리 기업의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래를 논하는 귀중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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