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전자상거래 시장이 통합되고 물류 환경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이에 부응하는 운송 방식과 수요를 발굴해 복합운송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지난 6월21일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이 ‘국제 물류 이슈 및 대응 방안’을 주제로 개최한 물류산업 세미나에서 한국교통연구원 이태형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동북아의 연결고리”라며 “중국-러시아-일본 간 복합운송을 활성화하는 데 우리나라를 랜드브리지(대륙교)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배후로 둔 인천항만의 경쟁력 찾아야
우리나라는 중국·일본과 다양한 방식으로 육·해상 복합운송을 벌이고 있으며, 중국과는 시앤드에어(해상·항공 연계) 방식인 트럭 일관 수송(RFS)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태형 연구위원은 앞으로 활성화해야 할 운송 방식으로 한중 간 피견인 트레일러 상호 주행과 RFS 운송을 꼽았다.
피견인 트레일러 상호 주행은 컨테이너와 도로 운송용 트레일러를 카페리에 선적, 운송하는 방식이다. 선박용 트레일러로 교체하지 않아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고 화물 파손 위험이 적어 안정성이 확보된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 운송되는 화물은 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출되는 게 대부분이라 시장 규모가 작다. 2011년부터 올해 5월까지 한-중을 오간 화물은 총 4276개로, 이 가운데 인천발 웨이하이·칭다오행이 4125개를 차지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피견인 트레일러만 상호 주행하는 1단계 방식으로 진행돼 체감 가능한 편익이 크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하며 “안전 기준, 차량 통관 등 문제를 해결하고 트랙터와 트레일러 모두 상호 주행하는 2단계가 되면 소량·다품종 역직구 화물에 좀 더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상거래 화물 증가에 맞춰 RFS 운송도 주목했다. RFS는 화물차량을 카페리에 선적해 별도 하역 없이 운송하는 방식이다. 인천항에 도착한 RFS 차량을 보세운송으로 인천공항까지 보내고 화물을 항공기에 옮겨 실어 제3국으로 보낸다. LX판토스가 지난해 12월부터 내년 5월까지 시범운영을 진행한다.
이 연구위원은 “가시적인 사업성을 보여 시범사업 기간이 연장됐다”며 “중국발은 전자상거래 물품, 한국발은 단순 환적과 보세창고거래(BWT) 화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해당 화물을 적극 유치하려면 자유무역지역에 있는 물류기업이 중국발 전자상거래 물품을 신속히 반입·처리할 수 있도록 차량이나 화물 정보를 사전 공유하고, 해외로 재반출되는 화물도 환적화물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함께 발표자로 나선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급변하는 해운물류 시장에서 변화에 제때 부응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 해운이 과거에 머물러있다고 쓴소리했다. 그는 “선복량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배만 커지는 게 아니라 부두, 선석도 길어지고 장비도 많아져야 한다”면서 “글로벌 밸류 체인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물류 잠재력이 높은 동남아시아보다 우리가 더 나은 지점을 찾아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항이 트라이포트(복합 물류 거점) 요건을 갖췄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구교훈 회장은 “인천항은 수심이 얕다는 문제가 있지만 중국이라는 큰 수요와 중국 내륙을 지나는 CIS 국가가 배후에 있다”면서 “인천항을 교두보로 항공, 해운, 도로, 철도까지 연결한다면 트라이포트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항로 운임 급등에 국내화주 속수무책
이어 서경대 김광석 교수가 사회를 맡고 영진GLS 송인석 대표, 와이즈케이컨설팅 송기재 대표, 로지스윌 최기운 대표, 신희성 전 한진해운 지점장이 패널로 참석해 종합토론을 벌였다.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를 운영하는 송인석 대표와 최기운 대표는 최근 운임이 급등하고 있는 해상운송 시장 현황을 소개했다. 송 대표는 “최근 외국 선사들이 중국 화물을 우선 배정하다보니 우리나라 선복 할당량이 부족하다”고 언급하며 “아프리카 지역을 운항하는 국적선사가 없어 물류비, 정시성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 또한 “선사에서 서아프리카 가는 예약을 잡아놓고도 갑자기 운임을 6000달러씩 올리는 바람에 화주들 피해가 막심하다”고 공감했다. 그는 “잘잘못을 따질 상황이라기보다는 사기업이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공급망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 물류 활성화에 대한 현실적인 지적도 나왔다. 앞서 이태형 연구원이 발표한 피견인 트레일러 운송의 2단계 추진에 대해 송기재 대표는 “한국과 일본 간의 복합운송은 물량이 비슷해서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한중 간 피견인 트레일러는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물량이 거의 전무해 2단계 도입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송 대표는 “트랙터를 이용해 중국 창고까지 직접 운송하면 그 트랙터가 돌아올 때 어떻게 (효율화)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송상화 대학원장은 “글로벌 정세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업에 종사하는 동문들을 중심으로 좀 더 현실성 있는 연구과제와 좋은 대안들이 나오길 바라면서 행사를 개최했다”고 개회사를 전했다.
세미나를 이끈 인천대 북방물류 교육협력 및 인력양성 사업단 최수범 부단장은 “팬데믹 시기에 해운의 중요성이 대두됐다”면서 “최근 제미니 동맹, HMM 매각 등 다양한 이슈로 국내 환경이 좋지 않지만 폭넓게 바라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은 매년 물류 분야의 이슈가 되는 주제를 선정해 관련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정기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개원 20주년을 맞은 이 대학원은 하반기에 기념행사와 대외 물류세미나를 추진할 예정이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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