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산니콜라스>호를 명명하는 나르치사 외트커 여사와 칼 퍼디난트 외트커 임원, 함부르크수드 오트마 가스트 회장, 현대중공업 이재성 사장 내외(왼쪽부터). 왼쪽 뒷줄에 <캡산마르코>호를 명명한 도리스 다이히만 여사가 서 있다. |
독일 함부르크수드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인도받은 1만TEU급 신조 컨테이너선을 회사 도약의 디딤돌로 삼을 방침이다.
함부르크수드는 지난 23일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캡산니콜라스>(Cap San Nicolas)와 <캡산마르코>(Cap San Marco) 2척에 대한 명명식을 열었다. 두 선박의 명칭은 이미 두번이나 함부르크수드 상선대에 사용된 적이 있다. 1961년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유럽-남미간을 운항한 벌크선들이,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정기항로를 취항해온 컨테이너선이 이들 이름을 각각 쓴 바 있다. 함부르크수드는 선박이름이 회사 개척정신을 상징한다고 판단해 첫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재활용’했다.
신조선은 공칭 선복은 9600TEU지만 실제 수송능력은 1만500TEU에 이르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다. 특히 2100개의 냉장컨테이너용 플러그를 장착, 전 세계 컨테이너선 가운데 냉장화물 수송능력에서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이를 두고 함부르크수드는 냉장화물수송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온 자사의 개척자 정신을 계승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길이 333.2m 폭 48.2m 최대적재수심 14m이며 운항속도는 21노트다.
게다가 선박 상부구조와 엔진부를 나눈 ‘양도(兩島) 디자인’은 ‘상징적인 혁신’으로 평가된다. 이 디자인은 기존 선박에 비해 브리지(통제실)와 선실 위치를 높여 수송능력을 향상시킨 것은 물론 컨테이너가 만적 수준까지 실려 있더라도 원활한 운항을 가능케 한다.
<캡산니콜라스>호는 독일 식품회사인 닥터아우구스트외트커그룹의 파트너이자 독일은행 방크하우스람페의 임원인 칼 퍼디난트 외트커의 아내, <캡산마르코>호는 함부르크수드의 선박관리 자회사인 컬럼버스쉽매니지먼트 프레드 다이히만 사장의 아내인 도리스 다이히만 여사가 각각 명명식 스폰서로 나섰다.
신조선은 함부르크수드의 ‘캡산’ 시리즈의 첫 두 척으로, 함부르크수드의 아시아-남미동안 항로에 6월과 7월 각각 배선될 예정이다. 함부르크수드는 지난 2011년 현대중공업에 ‘캡산’ 시리즈 6척을 발주한 바 있다. 남은 4척 중 2척을 연내로 추가로 인도받은 뒤 내년 1월에 마지막 2척을 넘겨받을 예정이다. 이와는 별도로 함부르크수드는 그리스계 영국 선주사인 NS레무스가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동형선박 4척을 장기용선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어서, 이 회사의 초대형 컨테이너선대는 10척에 이를 전망이다.
함부르크수드는 1871년 설립 후 300여척의 신조선을 건조했다. 이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등과 한국 조선소를 통해 36척의 상선을 도입했다. 이번에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며 현대중공업과 처음으로 거래를 텄다. 이로써 한국 조선소에서 도입한 선박은 총 42척으로 늘어났다.
이날 행사엔 8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해 함부르크수드의 첫 초대형 컨테이너선 확보를 축하했다. 독일 본사 오트마 가스트 회장과 에바 그라우만 홍보담당 이사, 홍콩 소재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에서 마이클 브리튼 영업담당 사장과 스테판 커쉬너 업무담당 사장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에선 총대리점을 맡고 있는 동신선박 강부부 회장과 박호건 사장 신흥륭 부사장을 비롯해 부산항만공사 악조노벨 현대자동차 모락스 범한판토스 세방 판알피나코리아 퀴네앤드나겔코리아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 등 국내 화주·물류기업과 터미널운영사 등이 대거 행사장을 찾았다.
함부르크수드 오트마 가스트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현대중공업과의 거래에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함부르크수드가 지난 수년 사이 명망 있는 컨테이너선사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던 건 현대중공업 등과 같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이번 신조선 투자를 계기로 고객들의 화물이 안전하고 주어진 일정에 맞춰 도착지까지 수송될 수 있도록 서비스 품질을 꾸준히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부르크수드는 적기 인도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제작에 참여한 김진영씨 등 현대중공업 직원 6명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한편 사원 복지 후원금 명목으로 2만달러를 기부했다. 현대중공업은 초대형선 신조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두 선박의 용골거치식(Keel Laying Ceremony)을 가진 이후 5개월여만에 선박을 완공하는 진일보한 조선 기술을 선보였다.
왼쪽부터 동신선박 강부부 회장, 함부르크수드 아태지역본부 마이클 브리튼 사장, 박호건 사장, 현대자동차 이창호 부장, 신흥륭 부사장. |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해운과 조선산업이 위기상황에 직면했던 2011년에 현대중공업은 함부르크수드와 1만5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에 대한 신조 계약을 체결하며 거래를 시작했다”며 “호의적이지 않은 시장환경에서 오랜 기간 사업 파트너로서 함께 할 함부르크수드를 알게 된 건 큰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5월24일 현재 함부르크수드는 운항선대 100척 41만500TEU로 세계 컨테이너선사 순위 13위에 올라 있다. 사선이 44척 21만8000TEU, 용선이 56척 19만2500TEU다. 발주잔량은 22척 15만3200TEU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많이 본 기사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