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11 11:39

KSG에세이/ 항구와 배 “그리고 부두는 언제 잠드는가”

서대남 편집위원
묶인 로프를 풀고 배가 떠날 때까지, 그 뒤안길 산책 - (15)
바다의 물길 수로 안내, 도선(導船/Pilotage) - ⑭

서대남 편집위원

사실 두 업계가 전례없이 갑자기 회동을 하게된 배경은, 당시 도선요율에 대해 불평만을 일삼던 선사 및 선주협회가 요율문제로 도선사협회와 첨예하게 대립된 건 당시만 해도 늘 있어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도 했지만 희미한 기억으로는 1979년 쯤인가로 추정되는데, 마침 도선사협회에서 요율현실화란 명목으로 25% 정도인가의 요율인상을 해운항만청에 요청한데서 발단이 되어 모처럼 한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됐던 것이었다.

특히 당시 난데없이 부임한지 얼마되지도 않은 사무국 총수 최재수전무에게는 업계에서 사표 운운하는 괴담(?)까지 떠돌기 시작하는 등 첨예한 분위기였던 것.

나중에 알고 보니 이의 진원지는 당시 이맹기 협회장(대한해운 사장/작고) 시절, 협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던, 한상연 범양전용선 사장(작고)과 고려해운 신태범 부사장(한국해대 항해과2기/현 KCTC회장)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 도선요율 인상신청이 당국에 접수되어 논의중인데 협회 사무국에서는 꼬박 꼬박 월급은 받으며 그런 정보도 입수하지 못하고 있냐”는 핀잔 끝에 화가 치민 한상연 부회장, 신태범 부회장 겸 해무위원장이 “협회 전무가 그것도 모르고 있느냐? 당장 사표를 내라고 해!”라며 홧김에 던졌던 한마디가 뜻밖에 크게 번졌던 것이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된통 한방을 얻어맞은 협회는 국군 보안사령관 출신으로 유명했던 강창성 해운항만청장(작고)과 도선요율 인가 주무국장인 성한표 항무국장 및 나중에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최낙정 항무과장을 찾아가서 일방적인 요율인상은 있을 수 없으며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한 항의를 하게 됐다.

 이에 청에서는 “그러면 원가개념 차원에서 양 업계가 타스크 포스를 만들어 머리를 맞대고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협의해서 양쪽이 합의안을 제시하라”는 답변을 받아냈던 것.

협의회는 매번 여남은 명의 인원이 모여 수차례에 걸쳐 심도있게 논의 되었다.

요율자체가 막바로 ‘돈’의 액수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문제요 팩터로 작용하다 보니 양쪽의 논리는 각기 따로 놀아 끝없는 평행선상에서 추호의 양보가 없었고 결국은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아전인수격의 자기모순에 빠지거나 심지어 원가산출 로직의 우격다짐으로 얼굴 붉히는 현상을 빚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30년이 훨씬 넘었는데도 필자가 아직도 또렷하게 머리에 남는 것은 학계를 대표해서 참석, 마주 앉은 윤점동 교수(한국해대 항해과10기)와 정세모 교수(동 항해과11기/작고) 및 나중에 총장을 지낸 박용섭 교수(동 항해과15기)는 도선료율 이전에 장황하게 도선과 해운에 대한 역사의 특강을 하는 분위기였다.

정희정 도선사 협회장(인천항 도선사/한국해대 항해과1기)와 최학영 인천항 도선사(동 항해과4기)를 앞세워 나온 김길성 인천항 도선사(동 항해과15기)는 도선요율 체계가 현실에 맞지않아 도선사들이 지출비용에 비해서 수입이 너무 낮아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측은지심 스토리를 전개했던 것으로 기억에 남는다.

베를 날듯 부산 서울간, 출장을 오가며 몇 차례의 모임을 갖고 도선원가를 근간으로 한 새로운 요율체계를 만들기 위해 3자가 부단히 노력을 들여 머리를 짜서 심층분석을 해도 결론이 쉽게 도출되지 않았다.

한 박자를 쉬고 한참 뒤 다시 회동한 자리에서 박용섭 교수가 너무나 고차원적인 신요율 계산수식 체계를 들고 나와 어려운 고등수학으로 설명하던 일은 내용은 고사하고 너무나 기억에 새롭다.

그때의 계산수식 체계는 당시에 설명을 듣고도 명확히 알 수가 없었으니 지금에사 더욱 이해하기가 어렵겠지만 그래도 마치 필자가 중고교 시절에 2차함수 수학에서 배웠던 근(根)의 공식

나 금리계산에서 복리계산방식(원리금 S=A(1+r)n)와 비슷한 수식을 내세워서 원가 컨셉을 강조하는 요율체계를 수립하려 했던 에피소드는 지금도 머릿속에 빙그레 웃음과 함께 추억으로 맴돈다.

이 요율계산 공식이 채택은 되지가 않았지만 이를 계기로 줄곧 이 바닥에서 밥벌이를 해오면서 도선요율이나 도선료 문제로 논쟁이 생기거나 화제가 될 때 추억삼아 얘기할 우스개가 필요하면 필자는 꼭 이 귀중한 에피소드 보따리를 펼치곤 한다. <계속> < 서대남 편집위원 dnsuh@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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