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8 13:00

이민주 회장, 양해해운 최대주주로 사실상 경영권 인수

'투자의 귀재' 이민주 회장이 단순 투자를 넘어 국내 소형 해운사의 경영권을 아예 인수했다.

중소 규모 선사들이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이뤄진 경영권 인수여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자본이 잠식돼 어려움을 겪던 양해해운은 든든한 재력가를 잡아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양해해운은 지난 3월말 이민주 회장의 에이티넘파트너스와 화인파트너스를 상대로 205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에이티넘파트너스와 화인파트너스의 투자 비율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약 8대 2 수준으로, 이민주 회장의 에이티넘파트너스가 절대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엔 4월말 증자 대금이 납입될 예정이었으나 소요 기간을 단축한 결과 4월초 모든 유상증자 일정이 끝났다.

양해해운은 증자대금 납입 시점을 전후해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최영후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이상훈씨를 부회장으로 영입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상훈 부회장은 대우그룹 CFO를 거쳤다. 최 회장은 영업 쪽을, 이 부회장은 재무 쪽을 각자 대표 식으로 맡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에이티넘파트너스 쪽에서 이상훈 부회장을 영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투자 차원을 넘어 경영권을 아예 인수했고 경영 및 인사를 직접 챙기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증자 이후 에이티넘파트너스의 최종 지분율은 30%대로 알려졌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링키쥐트렌스포테이션(유)의 지분율은 10%대로 줄었다. 이 회장과 에이티넘파트너스가 지난해 12월 인수했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에이티넘파트너스의 지분율은 40%대에 육박할 예정이다.

이 회장이 최초 양해해운에 투자한 시점은 지난해 12월 초다. 양해해운은 3년만기 CB를 표면이자율 1%(만기보장수익률 10%)대로 총 100억원 어치 발행했다. 에이티넘파트너스가 이중 25억원 어치를, 이 회장 개인이 75억원 어치를 매입했다.

하지만 양해해운은 이 회장의 투자에도 불구 지난해 원료비 부담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설립(2009년 5월) 초기 비용도 만만치 않게 소요돼 지난해 총 35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어려운 여건에도 매출은 설립 1년만에 766억원을 넘었으나 고유가로 인한 원료비 부담을 이기지 못했다.

187억여원으로 시작한 자본금은 잠식(마이너스 192억원)됐고 설립 당시 98억원이던 부채는 470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면서 추가 자본 확충 필요성이 논의됐다. 이 과정에서 CB를 투자했던 에이티넘파트너스가 전격적으로 투자를 확정했고 아예 경영권까지 인수하게 됐다. 이 회장이 경영권을 인수한 양해해운은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먼저 자본 잠식 상태를 벗어나게 됐다. 또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 등 그동안 가입하지 못했던 각종 협회에 가입을 완료하면서 매출 확대도 꾀할 수 있게 됐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협회 가입이 안되다 보니 (선박에) 실을 수 있는데도 못 싣는게 많았다"며 "그런 와중에도 신생회사가 매출 800억원대를 기록한 것이고 이제는 영업이 더욱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양해해운이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유류비는 톤당 660달러 수준. 업계에서는 700달러를 넘기면 버텨낼 중소 해운사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벌크선 위주 해운선사와 달리 컨테이너선사의 상황은 다소 나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연료비가 더 오르면 컨테이너선사 마저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한국선주협회 차원의 대응방안이 강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선사는 이미 유류할증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 회장의 양해해운 투자는 해운업종 바닥탈출 신호탄으로 읽혀왔다. 그러나 이 회장이 투자한 이후에도 선사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이번에도 '투자의 귀재' 평을 들을 수 있을 지 업계는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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