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1 15:30

동남아항로/ “유가는 오르는데 할증료는 유명무실”…선사들 울상

운임 정체 속에 유가, 용선료 큰 폭 상승해 채산성 바닥
유가 상승이란 악재가 동남아항로의 성수기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4월 동남아항로는 지난 1분기의 부진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했다.

성수기 진입에 들어서야하는 정기항로가 유가에 발목을 잡힌 형상이다. 동남아를 기항하는 모든 선사 관계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최근 시황에 대해 가장 먼저 ‘유가 상승’을 화두로 꺼냈다. 특히 운임은 지속적으로 정체되고 있는 가운데 올 1월1일 t당 510달러를 기록했던 선박연료유(IFO 380cst)의 가격은 최근 부산항에서 700달러를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동남아 운항 선사들은 올 초에 기획한 사업계획을 수정하는 등 발빠른 대처에 나서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반적인 수출항로의 소석률이 소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물동량이 선사들의 수익과 연결되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선박의 슬롯을 대여했던 일부 선사들은 해당 슬롯 가격이 상승하자 채산성 문제로 반납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남아 운항 선사 관계자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선복을 줄이는 것이 가장 현명하기 때문에 대형 선박 다수를 운용하는 선사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용선료는 지난해 일일 4천달러 수준이었지만, 올해 현재 일일 1만4천달러 수준을 기록하는 등 유가와 함께 선사들의 비용 부담 증가에 한 몫하고 있다. 동남아 기항 선사 관계자는 “유가 상승 폭이 예상을 뛰어넘는데다 선복 과잉으로 인해 운임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서비스를 계속 진행해야 하는 것인지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현 상황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동남아 지역의 물동량을 견인하던 레진이 최근 주춤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3월부터 중국발과 한국발 물량은 강세를 띠기 시작했으나 레진이 받혀주지 못해 여전히 물량 회복속도가 더디기만 하다.

한편 아시아역내대화협의체(IADA)는 지난 15일 한국발 동남아향 수출 항로에 TEU당 75달러의 기본운임인상(GRI)을 실시했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올해 들어 동남아항로 시황이 급격히 침체되면서 운임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물동량 회복의 조짐이 보이는 만큼 운임 회복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고 GRI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반해 현재 유류할증료(FAF)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업무상 갑의 위치인 화주들이 할증료를 용인하고 있지 않다는 게 선사들의 입장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현재 전반적으로 10~20%만 부과되고 있는 상태”라면서 “TEU당 50~100달러를 징수하고 있는 긴급유류할증료(EBS)만이 유의미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FAF는 정상적으로 징수된다 하더라도 유가 인상분의 30% 정도만이 보전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가 안정되기 전까지 선사들의 시름은 깊어져 갈 것으로 보인다.
<황태영 기자 tyhwang@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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