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02 17:00
논단/선하증권상 히말라야 약관의 효력과 적용범위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변호사/법학박사
■ 하역업자 등 독립적 계약자에 대하여 약관을 적용한 판례 소개
1. 히말라야 약관의 의의와 유효성
히말라야 약관(Himalaya Clause)은 통상 해상운송인의 이행보조자나 사용인 또는 대리인이 해상운송인이 갖는 면책권이나 책임제한권 등의 이익을 주장하거나 원용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로 규정된 선하증권상의 약관을 의미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히말라야 약관이란 용어는 영국의 히말라야호사건(Adler v. Dickson (1995) 1 Q.B. 158)에서 유래되었다. 즉, 위 사건에서 여객선 히말라야호에 승선하였다가 상해를 입은Mrs. Adler가 위 여객선의 선장과 갑판장의 과실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는데, 피고인 선장과 갑판장은 승선권에 기재된 운송인의 면책약관을 원용할 수 있다고 항변하였고 이에 대하여 영국법원은 면책약관에 그 면책약관이 운송인의 사용인 또는 대리인에게도 적용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위 항변을 배척하였는데, 이후 운송인은 선하증권에 이러한 내용의 약관을 규정하게 되었고 이러한 약관을 선박명을 따서 히말라야 약관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러한 히말라야 약관은 세계 주요 해운국에서 그 유효성이 인정되고 있으며 헤이그 비스비규칙도 동 규칙 제3조에 이를 규정하였다.
2. 히말라야 약관과 상법 규정과의 관계
상법 제798조 제2항은 헤이그비스비규칙의 규정을 수용하여 운송물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운송인의 사용인 또는 대리인에 대하여 제기된 경우에 그 손해가 그 사용인 또는 대리인의 직무집행에 관하여 생긴 것인 때에는 그 사용인 또는 대리인은 운송인이 주장할 수 있는 항변과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사용인 또는 대리인”이란 고용계약 또는 위임계약 등에 따라 운송인의 지휘·감독을 받아 그 업무를 수행하는 자를 말하므로 일반적으로 운송인의 지휘·감독과 관계없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사업을 영위하는 독립적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는 이에 포함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독립적 계약자는 위 상법 규정에 근거하여 운송인의 항변과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는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우리 상법상 운송인의 사용인 또는 대리인은 히말라야 약관이 없더라도 위 법조항에 기해 운송인의 항변이나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있으나 독립적 계약자는 히말라야 약관에 그 수혜자로 규정되지 아니하는 한 운송인의 항변이나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없게 된다.
한편 운송물의 손해가 운송인의 사용인 또는 대리인의 고의 또는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나 부작위로 인하여 생겼을 때에는 이들은 운송인의 항변이나 책임제한을 원용하지 못한다(상법 제798조 제2항 단서). 또한, 위 규정은 운송물에 관한 손해배상청구가 운송인 외의 실제 운송인 또는 그 사용인이나 대리인에 대하여 제기된 경우에도 적용된다(상법 제798조 제4항).
3. 독립적 계약자와 히말라야 약관
독립적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란 운송인의 사용인 또는 대리인이 아닌 자로서 운송인의 계약의 이행을 보조하는 자를 말한다. 이러한 독립적 계약자에는 실제운송인과 그 밖에 하역업자, 부두경영자 또는 창고업자 등이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 상법은 독립적 계약자가 운송인의 항변이나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통설 및 판례는 히말라야 약관에서 명시적으로 독립적 계약자에게 운송인의 항변과 책임제한을 원용할 권리를 부여한 경우에는 이러한 히말라야 약관은 유효하고 따라서 독립적 계약자도 이에 기해 운송인의 항변과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4. 대법원 2007. 4. 27. 선고 2007다4943 판결
가. 판결요지
위 대법원 판결은 히말라야 약관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한편 독립적 계약자인 터미널운영업자에게도 히말라야 약관이 적용될 수 있음을 판시하였다. 그러나 히말라야 약관의 구체적인 적용범위와 요건에 대하여는 밝히지 않고 있다.
나. 판시내용
(1) 상법 제789조의3 제2항(현행 상법 제798조 제2항에 해당됨)은 “운송물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가 운송인의 사용인 또는 대리인에 대하여 제기된 경우에 그 손해가 그 사용인 또는 대리인의 직무집행에 관하여 생긴 것인 때에는 그 사용인 또는 대리인은 운송인이 주장할 수 있는 항변과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있다. 그라나 그 손해가 그 사용인 또는 대리인의 고의 또는 운송물의 멸실, 훼손 또는 연착이 생길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하여 생긴 것인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사용인 또는 대리인’이란 고용계약 또는 위임계약 등에 따라 운송인의 지휘감독을 받아 그 업무를수행하는 자를 말하고 그러한 지휘감독과 관계없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자기 고유의 사업을 영위하는 독립적인 계약자는 포함되지 아니하므로, 그러한 독립적인 계약자는 상법 제811조에 기한 항변을 원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1다75318 판결 참조).
(2) 선하증권 뒷면에, “운송물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운송인 이외의 운송관련자(anyone participating in the performance of the Carraiage other than the Carrier)에 대하여 제기된 경우, 그 운송관련자들은 운송인이 주장할 수 있는 책임제한 등의 항변을 원용할 수 있고, 이와 같이 보호받는 운송관련자들에 하수급인(Subcontractors), 하역인부, 터미널운영업자(terminals), 검수업자, 운송과관련된 육상, 해상, 항공 운송인 및 직간접적인 하청업자가 포함되며, 여기에 열거된 자들에 한정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이른바 히말라야 약관(Himalaya Clause)이 기재되어 있다면, 그 손해가 고의 또는 운송물의 멸실, 훼손 또는 연착이 생길 염려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무모하게 한 작위 또는 부작위로 인하여 생긴 것인 때에 해당하지 않는 한, 독립적인 계약자인 터미널운영업자도 위 약관조항에 따라 운송인이 주장할 수 있는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7. 1. 24. 선고 95다252337 판결 참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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