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22 13:28
논단/복합운송인에 대한 9개월 단기제소기간 약관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변호사/법학박사
■ 최근 대법원 판결은 화물멸실이 육상운송구간에서 생긴 경우에는 약관을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함.
1. 9개월 단기제소기간 약관
(1) 복합운송 B/L약관
국제물류주선업자가 선하증권을 발행하는 등으로 복합운송인(계약운송인)이 된 경우에 있어서의 법률관계나 책임관계에 관하여는 우선적으로 보통거래약관의 형식으로 체결되는 B/L약관에 의하여 규율되게 된다. 복합운송에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B/L약관으로는 FIATA(국제복합운송주선업자협회연맹) B/L약관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KIFFA(한국국제물류협회)가 위 약관과 유사한 내용으로 제정한 KIFFA B/L약관이 있다.
복합운송 B/L약관에 일반적으로 포함되는 조항 중 하나로서 아래와 같은 9개월 단기제소기간 약관(보통 Clause 17로 규정되어 있음)이 있다.
17. Time bar(제소기간)
The Freight Forwarder shall, unless otherwise expressly agreed, be discharged of all liability under these conditions unless suit is brought within 9 months after the delivery of the goods, or the date when the goods should have been delivered, or the date when in accordance with clause 6.4 failure to deliver the goods would give the consignee the right to treat the goods as lost
(명시적으로 합의되지 않는 한, 물품을 인도한 날, 물품이 인도되었어야 할 날 또는 제6조 제4항에 따라 물품이 인도되지 않아 수하인이 그 물품이 멸실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 날로부터 9개월 이내에 소가 제기되지 않으면, 복합운송인은 이 약관에 따른 모든 책임으로부터 면제된다).
위 규정에서 언급된 Clause 6.4 및 6.3 규정은 다음과 같다.
6.3. Arrival times are not guaranteed by the Freight Forwarder. However, delay in delivery occurs when the good have not been delivered within the time expressly agreed upon or, in the absence of such agreement, within the time which would be reasonable to require of a diligent Freight Forwarder, having regard to the circumstances of the case
(도착시간에 대해 복합운송인은 보증하지 않는다. 그러나 명백히 합의한 시간내에 물품이 인도되지 아니하거나 또는 그러한 합의가 없을 경우에는 상황을 고려하여 성실한 복합운송인에게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시간내에 물품이 인도되지 아니할 때 인도지연에 해당된다).
6.4. If the goods have not been delivered within ninety consecutive days following such date of delivery as determined in Clause 6.3., the claimant may, in the absence of evidence to the contrary, treat the goods as lost
(물품이 제6조 제3항에서 규정한 물품인도일 경과후 연속하여 90일 이내에 인도되지 아니할 경우 손해배상청구인은 반증이 없어도 그 물품이 멸실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2) 9개월 단기제소기간 약관의 효력문제
복합운송 B/L약관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9개월의 단기제소기간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 보통인데 이러한 약관이 유효한 것인지, 해상운송에 관하여 1년의 제소기간을 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강행법규에 위반되는 것인지 여부 등이 문제된다. 이에 관련하여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은 오래전에 9개월 제소기간은 1년 제척기간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으나(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28490 판결), 최근의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다58978 판결에서는 화물멸실이 육상운송구간에서 생긴 경우에는 9개월의 제소기간 약관을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28490 판결
위 대법원 판결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상법 제811조는 “운송인의 용선자,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 및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운송물을 인도할 날이라고 함은 통상 운송계약이 그 내용에 좇아 이행되었으면 인도가 행하여져야 했던 날을 말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은 이 사건 운송물이 그 판시와 같이 전부 멸실된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위와같은 의미에서 통상 이 사건 운송물의 인도가 행하여져야 할 날이 언제인지를 따져본 다음 그 제척기간이 도과하였는지의 여부를 판단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에 있어서는 피고가 운송하기로 한 화물이 그 목적항에 도착한 바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규정에 기한 제소기간 도과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는 결국 ‘운송물을 인도할 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상법 제811조의 제척기간의 적용 범위를 그르쳐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환송받은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운송물의 인도가 행하여져야 할 날이 언제인가를 확정함에 있어서 당초의 인도할 날이나 제척기간이 연장되었음이 밝혀진 경우에는 이를 고려할 수도 있을 것임을 덧붙여 둔다).
(2) 이 사건 운송약관 제17조는 “화물이 인도된 후 또는 화물이 인도되어야 할 날, 또는 제6조 제4항에 따라 화물이 인도되지 않아 수하인이 그 화물을 멸실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는 날로부터 9개월 이내에 소송이 제기되지 않고 다른 방법에 의하여 명백히 합의되지 않는 한 운송인은 본 조항에 의해 모든 책임으로부터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부제소 특약은 앞서 본 상법 제811조의 제척기간보다 해상운송인의 책임소멸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되어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다른 이유로 위 약관에 기한 제소기간 도과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결의 이유 설시는 잘못이나, 그 주장을 배척한 결론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어서, 이 부분을 다투는 주장은 이유 없다.
<계속>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