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컨」공장 인력난…사태 장기화 전망
●●● 세계 정기선 시장이 다음달 북미항로 서비스계약(SC) 시점을 맞아 성공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사들은 5월1일으로 기점으로 아시아-미주항로에서 40피트 컨테이너(FEU) 기준 최대 1천달러에 육박하는 운임인상을 벼르고 있다. 현재 분위기는 매우 고무적이다. 이런 가운데 컨테이너 용기 부족 사태가 해운시장을 강타, 올해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원양 물동량 금융위기이전 수준 회복
미국 항만통계기관인 피어스(Piers)에 따르면 올해 1월 아시아-미주 컨테이너 수송물동량은 20피트 컨테이너(TEU) 144만1900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의 133만4700개에 견줘 8% 성장했다.
수출항로(아시아→미주) 물동량은 99만8500TEU 수입항로 물동량은 44만3400TEU를 기록했다. 1년 전의 95만8300TEU 37만6400TEU에 비해 각각 4.2% 17.8% 늘어났다. 수출항로의 경우 금융위기 이전의 110만TEU대에 비해선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1월 이후 물동량이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어 선사들은 향후 전망을 밝게 보고 있는 편이다. 한국 기점 물동량은 수출 4만7천TEU 수입 4만8400TEU로 집계됐다. 43.2% 41.8%의 폭증세다. 특히 수출은 1월 실적으로는 2006년(4만9700TEU) 이후 최고치다.
아시아-유럽항로 물동량은 급증세를 나타냈다. 유럽정기선사협의회(ELAA)에 따르면 2월까지 아시아-유럽항로 물동량은 297만TEU를 기록, 1년 전의 230만5천TEU에 비해 28.8% 성장했다. 수출항로(아시아→유럽) 물동량은 1년 전보다 27.8% 늘어난 209만1천TEU, 수입항로 물동량은 31.3% 늘어난 87만9천TEU로 각각 집계됐다. 특히 수출 물동량은 2월 96만800TEU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달 61만8천TEU에서 55.5%나 급증했다. 2008년의 92만4천TEU도 뛰어 넘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평가다.
물동량 성장과 선사들의 계선 전략으로 올해 들어 컨테이너선 운임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유럽 수출항로 운임은 최근 20피트 컨테이너당 2200~230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 수준은 올해 초부터 꺾일 줄을 모르고 있다. 게다가 태평양항로안정화협정(TSA) 소속 선사들은 다음달부터 미주항로에서 대대적인 운임회복을 꾀하고 있다. 인상 폭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미서안 노선 800달러, 미동안 및 내륙 노선 1천달러씩이다. TSA 선사들은 선사들은 하반기 이후 미주행 물동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운임회복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취항선사 한 관계자는 “미주항로는 앞으로 물동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전망이 밝은 편”이라며 “화주기업들도 미주물량이 2분기 이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황 호전으로 선사들의 경영전략도 공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싱가포르 선사 APL은 올해 선복 7% 가량을 늘릴 계획이다. APL은 운항에 나서는 계선 선박 절반을 운임 수준이 견고한 아시아-유럽 노선에 배선할 계획이다. 대만 에버그린도 54억달러를 투자해 선박 100척을 신조한다는 계획을 내놔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작년 「컨」신조 10분의1 토막
해운시황이 도약을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는 상황에서 컨테이너 장비 부족사태는 향후 시장에 복병이 될 전망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선사들은 현재 유치한 화물을 컨테이너 용기가 없어 수송을 못할 만큼 컨테이너난(難)은 자못 심각한 상황이다.
컨테이너 부족사태는 금융위기 여파의 후유증이라 할 수 있다. 지난 한 해 금융위기로 해운물동량이 급감하고 컨테이너 가격이 곤두박질치자 선사들이나 컨테이너 임대사들이 발주는 하지 않은 채 보유 장비를 내다파는 데만 골몰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컨테이너 양은 대략 2천만TEU 이상으로 추산된다. 세계 컨테이너 선대가 2007년 이후 1천만TEU를 넘어서면서 컨테이너 용기 수요도 급증했다. 컨테이너리제이션인터내셔널(CI)에 따르면 물동량 상승분과 폐기 컨테이너에 대한 대체수요를 반영해 신조된 컨테이너 생산량은 2003년 이후 연간 250만~300만TEU에 이르렀다. 특히 2007년엔 26% 늘어난 390만TEU가 새롭게 생산될 만큼 컨테이너 신조시장은 붐을 이뤘다.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거셌던 지난해엔 어땠을까?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생산된 신조 컨테이너는 고작 30만4천TEU에 불과했다. 2008년의 280만TEU에 견줘 1년 새 생산량이 10분의1 토막 난 것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국적선사들도 매년 15만TEU를 만들어오다 지난해엔 모든 신조계획을 철회했다. 특히 한진해운의 경우 2009년 사업계획서에서 사상 처음으로 10만TEU에 이르는 컨테이너를 신조키로 했다가 금융위기가 터지자 곧바로 백지화했다. 한진해운은 거기다 3만여개의 보유 컨테이너를 내다팔기도 했다.
발주량 급감으로 대부분의 공장들이 ‘개점휴업’에 들어갔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세계 1위 컨테이너제조기업인 차이나인터내셔널마린컨테이너(CIMC)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시황 악화로 반토막 났으며 2위 기업인 신가마스는 5190만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냈다. 한 때 세계 3대 컨테이너 메이커로 꼽히기도 했던 한국기업 C&중공업(옛 C&진도)은 시황 악화로 3곳의 중국내 생산거점 중 상하이와 다롄공장을 중국기업에 매각했다. 현재는 광저우공장만이 가동되고 있는 형편이다.
「컨」짓고 싶어도 ‘발만 동동’
불황에 허덕이던 컨테이너 용기 시장은 지난해 11월 이후 시황의 급반전을 맞는다. 물동량이 회복곡선을 그리는 것에 더해 선사들이 비용절감과 환경보호를 위해 일제히 저속운항(슬로스티밍)에 나서면서 컨테이너장비 수요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정기선사들은 전체 노선의 70~80% 가량을 저속운항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선사들은 정시성 확보를 위해 저속운항 노선에 항구에 묶여 있던 선박들을 대거 투입했으며 결과적으로 컨테이너 소요량도 늘어났다. 저속운항 노선은 종전보다 1~2척 늘어난 9~10척의 선박으로 운영되고 있다. 향후 선사들은 서비스 노선을 늘리는 한편 저속운항 비중도 확대할 방침이어서 컨테이너 수요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컨테이너 부족난이 전 세계 해운업계를 덮치면서 컨테이너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20피트 컨테이너박스 생산가격은 지난해 1800달러대에서 최근 2400~2500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다. 특히 불과 한 달 새 300~400달러 올랐다. 업계는 2600~2700달러대까지 올라갈 것으로 점치기도 한다.
중고 컨테이너 가격의 상승 폭은 이보다 심하다. 같은 크기의 중고 컨테이너는 최근 1350~1400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의 800~900달러대에 비해 50% 이상 치솟은 것이다. 컨테이너 일일 임대가격은 지난해 0.4달러에서 올해 들어 0.9~1달러대로 2배 이상 올랐다.
해운업계는 컨테이너 부족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재 선사들과 컨테이너 임대사들은 컨테이너난이 확산되자 부랴부랴 신조 컨테이너 발주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현대상선과 한진해운도 올해 2만TEU의 컨테이너를 새롭게 발주했거나 할 계획이다.
대형화주 타깃 운임회복 구체화
하지만 컨테이너제조기업 섭외가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세계 컨테이너 생산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중국내 공장들이 인력이 없어 공장가동을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해 수주량이 급감하자 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았고 결국 숙련공들도 공장을 떠나 뿔뿔이 흩어졌다. CIMC나 신가마스, 창저우신화창(CXIC) 등의 중국내 유력 컨테이너제조기업들마저도 인력 부족으로 생산시설 가동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이유로 업계에선 올해 컨테이너 신조생산량이 80만~90만TEU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예년의 절반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컨테이너난은 운임상승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선사들은 현재 싼 중고컨테이너를 찾아 동남아시아 지역을 뒤지고 있음에도 장비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선사들은 컨테이너가 부족하게 되자 ‘급행료’ 명목의 운임 추가징수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운임수준이 일반화주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대형화주들이 컨테이너난과 관련해 선사들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에만 4조3천억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낼 만큼 경제불황에서도 대형화주기업들의 흑자행진은 확대되고 있는 반면 협력사라 할 수 있는 선사들은 아직까지 적자탈출이 지상과제인 까닭이다.
국적선사 한 관계자는 “컨테이너 장비 부족으로 선사들의 고정비 상승압박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부분이 운임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폭적인 운임할인으로 혜택을 누려왔던 대형화주들이 운임회복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이경희 차장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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