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물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녹색물류 정책으로 시류에 동참하고 있다. 물류시장에서는 에너지 절약을 할 수 있는 철도운송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국내 협회나 연구기관에서는 물류업체와 화주에게 대륙철도의 효율적인 활용방안을 서둘러 제시하고 있다.
현재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철도운송로로 물류업체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성장을 거듭해오던 대륙철도수송이 경기침체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시베리아횡단철도는 러시아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 사이의 9,466km를 관통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로, 전 구간이 전철화·복선화돼 있다. TSR 구간은 우리나라 경부선의 20배가 넘으며 지구 둘레의 4분의 1에 가까운 거리로 이 구간에 위치한 주요 역만 하더라도 59개가 넘는다. 화물추적이 가능하고, 블록트레인과 같은 선진적인 철도물류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시베리아로 진출하는데 가장 큰 난관이었던 자연적 환경을 극복하고 철과 석탄, 목재, 모피 등의 자원을 조달하기 위해 건설된 이 철도는 러시아 동아시아 정책의 생명선이 되기도 했다. TSR의 컨테이너 화물수송량은 매년 가파를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러시아 철도청에 따르면 2006년에 8%증가한데 이어 2007년 48%, 2008년 14% 등 최근 2년간 두자릿수 성장을 뽐내기도 했다.
최근 경쟁루트인 중국횡단철도도 새로운 대륙철도망으로 부상하고 있다. TCR은 중국 롄윈항항에서 카자흐스탄을 거쳐 TSR로 연결되는 국제복합수송루트로, 총연장거리 1만 2,971km의 철도이다.
TCR은 2000년대 들어 빠른 물동량 성장세를 나타내며 연간 10만TEU 가량의 물동량을 소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서중물류와 중국 시노트란스가 컨테이너물동량의 절반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서중물류는 이 중 20% 수준인 2만3천 TEU가량을 수송하며 중국 기업을 제치고 TCR 컨테이너 물동량 1위 기업에 올라 있다.
TCR이 통과하는 국가 및 지역은 중국,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중동, 러시아, 동유럽, 서유럽 등 40여개 국가이며, 동서 양단은 경제가 발달한 지역인 반면 중간 지대는 경제적으로 낙후한 지역에 속한다.
중국의 대외개방전략에서 TCR은 동쪽으로 동아시아, 서쪽으로 유럽, 남쪽으로는 남아시아와 연계되는 황금통로로 인식되고 있다. TSR에 비해 운행거리가 짧아 운행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중국의 표준궤와 카자흐스탄 광궤 사이 궤간이 바뀔 때마다 바꿔 타야하는 점은 번거롭다. 아직까지 중국내 철도노선 노후화와 단선구간 등의 문제로 TSR에 비해 활성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TCR 국제수송물량, 1~8월 작년대비 63% ↓
지난 9월 29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시베리아횡단철도 운영협의회(CCTT)회의에서 보고된 바에 의하면 2008년 TSR의 국제간 컨테이너 물량은 70만9,672TEU로 2007년에 비해 14% 증가했다.
이 중 수입화물이 35만8,416TEU(전년대비 13%↑), 통과화물이 2만9,035TEU(전년대비 24%↓), 수출화물이 32만2,221TEU(전년대비 21%↑)를 보였다.
하지만 작년 10월 불어 닥친 글로벌 경제위기는 전 세계 교역시장에 물량 감소를 가져와 올 1~8월 TSR의 주요노선의 컨테이너 수송량은 46만9,034TEU로, 작년 동기대비 37% 줄었다. TSR의 올해 1~8월의 국제 수송물량은 14만2,579TEU로 2008년 대비 63% 감소했고, 이 중 통과화물이 1만1, 404TEU(전년대비 42% ↓), 수입이 6만4,161 TEU (전년대비 71% ↓), 수출은 6만7,014TEU(전년대비 51% ↓)이다. 올 1~3분기 러시아와 우리나라 사이의 컨테이너 화물량은 3만7,789TEU로 작년동기대비 76%나 감소했다.
국내 기업중 가장 많은 TSR·TCR 물동량을 확보하고 있는 범한판토스는 하반기 해상운임의 상승에 따라 TSR물동량은 다시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올해 이 회사의 TSR물량은 600~800TEU를 수송했다.
TSR과 TCR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범한판토스는 CIS 및 중앙아시아 지역에 국내 최대 철도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TSR 서비스와 관련, 러시아 내륙 물류루트와의 연계를 위해 지난 2007년 6월 한국 기업 최초로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에 축구장 11배 크기인 (9헥타르)투치코바 물류단지를 건설해 운영하고 있다.
대륙철도 운임 높아도 경쟁력 있어
대륙철도 수송은 운임 및 부대비용이 높고 변동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운송기간이 짧은데다 물량이 많아지면 블록트레인(Block Train)구성이 가능해 추가적으로 시간 및 운임 절감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산-모스크바까지 통관과 내륙운송을 포함해 해상운송은 평균 40~45일이 소요되지만, 철도운송은 30~35일이 소요된다.
반면, 매월 변동되는 철도 운송료와 보스토치니 터미널의 잦은 부대비용 인상, 해상운송 대비 까다로운 환적·수입 통관절차는 개선이 요구된다.
범한판토스 관계자는 “운임 변동에 따른 해상운송과의 대체관계는 점차 희석돼 가고 있다. 최근 해상 운임 인하에도 불구하고, 운송기간이 SCM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비용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대륙철도 운송은 높은 운임에도 선호되고 있다”며 “향후 대륙철도 운송은 친환경 물류 관점에서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A업체 관계자는 해상운송과 비교해 철도운송의 경쟁력에 대해 “철도운송의 해운시장과 경쟁력을 따진다면 어느 한 곳이 낫다고 할 수 없고, 지역별로 경쟁력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미국 세인트피터즈버그의 경우 철송보다는 해상에 경쟁력이 있다. 서쪽 끝에 위치한 곳으로 해상운송을 이용하는 것이 운임 면에서는 더 이득이며, 모스크바, 카잔과 같은 내륙지역은 해상 수송이 어려워 철송이 더 경쟁력이 있다는 것.
통과화물 해상으로, 중앙아시아 화물은 TCR로
TSR서비스의 3대축은 러시아내륙화물, 핀란드행 통과화물, 중앙아시아행 화물이다. 이중 핀란드향 화물은 대부분의 대형 화주들이 해상항로(Deep Sea)로 전환했고, 중앙아시아 화물은 TCR 이용이 늘어나 러시아 내륙으로 들어가는 화물만이 남게 됐다.
핀란드향 통과화물은 러시아 철도청에서 스페셜 운임적용을 철회하면서 운임이 크게 오르자 급격히 퇴조했다. 게다가 주요 화주들이 러시아의 경기 활성화로 직수출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핀란드향 통과화물수송 서비스는 현재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다.
TSR의 중앙아시아행 화물이 줄어든 원인으로는 TCR의 활성화와 상대적인 TSR운임의 상승을 들 수 있다. 예전에는 TSR운임이 500달러 이상 높더라도 화물의 보안과 신속한 운송기간으로 인해 TSR을 이용했었다. 지금은 경기 호황 때와 같이 화주들이 비싼 운임에 화차부족으로 인한 적체를 감수하면서까지 중앙아시아행 TSR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
한 TSR서비스업체는 “예전에는 TSR을 이용해 중앙아시아로 가는 화물이 많았는데, 화주들의 TCR 이용이 높아져 중앙아시아로 화물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수요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올해 해상운임의 급격한 하락으로 해상운송과 철도수송의 운임 격차도 더 크게 벌어지면서 철도 수송물량이 해상으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고 말하는 업체도 눈에 띈다.
A업체 관계자는 “해상운송이 경제위기로 직격탄을 맞았다면 철도운송은 경제위기의 영향과 해상운임 감소로 간접적인 2연타를 맞았다. 해상운임이 급격히 낮아지자 대기업 전자 물량의 15%정도가 해상으로 이동했다. 일반화물도 타격을 받아 30%정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TSR,자동차 물량 감소 가장 커
TSR 수송시장에서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은 화물은 자동차다. 작년까지 현대자동차 물량을 가장 많이 수송했다는 B업체는 올해도 물량이 거의 없어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철도수송의 성수기격인 11월 들어서도 물량은 크게 늘지 않았고, 작년 11월보다 더 떨어진 수준이다. 선사들은 경제위기 초입이던 작년 말 수준을 거의 회복했지만 철도수송부문은 경제 위기 여파가 서서히 나타나면서 오히려 작년 말 수준보다 하락한 물동량 수준에 허덕이고 있다.
C업체는 올해 러시아로 들어가는 전체 물량이 32% 정도 떨어졌고, 일반 화물은 3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일반화물의 경우 전체 물량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작다는데 위안을 삼아야 할 처지다.
TSR 물량이 줄자 운임도 많이 내려갔다. 메인노선인 부산에서 모스크바까지 운임은 작년 대비 500~600달러 떨어져 평균 40피트 컨테이너(FEU)당 4,000~4,500달러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해상운임이 더 큰 폭으로 낮아져 TSR운임 인하효과는 물량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편이다.
D업체 관계자는 “TSR은 경기를 무시할 수 없다. 경기가 호황일 때는 화주들이 제품의 판매시일을 놓치면 매출에 큰 타격을 받기 때문에 해상운송보다 운임이 높더라도 운송기간이 빠른 TSR을 이용하는데 경기가 침체되면 해상운송으로 화물을 바로 돌린다”고 전했다.
<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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