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09 18:07
전세계 철광석시장을 70%가량 장악하고 있는 BHP빌리턴(호주), 리오틴토(〃), 발레(브라질) 3사는 올해 중국 바오스틸 등 주요 제철소들과의 철광석 공급협상을 여름께로 연기한다는 내부방침을 마련했다.
우리나라의 포스코를 포함해 주요 제철소와 이들이 철광석 공급가격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은 통상 3~4월께. 업계 주변에서는 올해 협상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및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해보다 절반가량 값을 깎아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파악했다.
전문가들은 철광석 메이저들이 가격협상을 여름으로 연기한 배경에 대해 “중국이 대규모 경기부양조치를 취하면서 글로벌 원자재 수요가 다시 살아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며 “협상시기를 늦출수록 가격협상이 지금보다 훨씬 유리해질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재시장은 지금 중국만 바라본다=중국이 올들어 철강ㆍ자동차 등 10대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발표하자 톤당 260달러까지 떨어졌던 철강 가격이 한달가량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톤당 300~400달러선으로 올라서는 것은 시간 문제. 특히 글로벌 시장의 큰손인 중국이 ‘올해도 8% 성장을 위해 세계 시장에서 원자재를 대거 사들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순간 지난해초와 같은 폭발력을 보일 수도 있다.
이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당초 기대와 달리 추가 경기부양조치가 나오지 않아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중국 수뇌부는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추가 부양조치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크다.
국제 상품시장 전문가들은 “국제 원자재 시장은 대규모 경기부양책 덕택에 유일하게 경기방어에 성공하고 있는 중국 시장만 바라보고 있다”며 “올해는 미국ㆍ유럽 등 주요 경제권이 본격적인 글로벌 경기침체로 맥을 못 추다 보니 중국이 세계 수요의 절반 이상을 소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 무차별 원자재기업 사냥=주목할 움직임은 중국이 원자재 및 에너지 기업 사냥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
지난해 8월 사상 최고치인 톤당 200달러까지 급등하며 유례없는 철광석 원자재난을 겪은 중국은 최근 세계 3위 업체인 리오틴토 지분을 195억달러에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2월24일에는 호주 3위 철광석 업체인 오즈 미네랄스를 17억달러에 인수했다. 중국 국영기업은 또 구리ㆍ아연 등의 주요 원자재 기업 인수에 22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러시아 석유기업인 로스네프트와 트랜스네프트에 250억달러를 꿔주고 향후 20년간 1년에 1,500만톤의 원유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중국은 더 나아가 트랜스네프트 유전 파이프라인을 시베리아를 거쳐 중국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가 겹쳐진 지금을 중국은 원자재 시장을 싸게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라며 “중국이 헐값에 나온 기업들을 거둬들이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폭이 커지는 상호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외환보유액으로 원자재 집중 투자=중국은 최근 진행 중인 전인대에서 2조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원자재 기업 인수 및 시장 확보에 적극 활용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는 중국에서 개최 중인 양회(전인대와 전국정치협상회의) 분위기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9일 중국증권보에 따르면 양회에서 2조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활용, 저가에 해외자원 및 신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협 위원인 리샤오더(李紹德) 중국해운 총재는 “중국의 보유외환을 적기에 자원보유고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 것과 별도로 외환보유액의 일부분을 산업기금화해 국제유가가 저점에 이르렀을 때 석유를 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협 위원인 쑤닝(蘇寧) 인민은행 부행장은 “인민은행은 국내기업이 보유외환을 사용해 해외자원을 구입하도록 장려하겠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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