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들 시황하락에 선복감축 표면화
●●● 미국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아시아-북미항로에서의 수출노선(동향) 물동량 감소세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와 비교해 수입항로(서향) 물동량은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미국 항만물동량 분석기관인 피어스(PIER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수송된 동향노선 물동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 감소한 646만7천TEU를 기록했다.
이 노선 물동량은 지난해 10월부터 9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올해 들어선 상승세로 전환한 달이 전무한 실정이다. 특히 지난 3월 물동량은 9.4% 하락한 95만6천TEU를 기록, 지난 2006년 2월 이후 처음으로 100만TEU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또 6월 한달간 물동량은 지난해 대비 18.4% 감소한 102만7천TEU에 머물렀다. 이 노선에서 월간 실적이 두자릿수 하락한 것은 1996년 3월 15.9% 감소 이후 12년 3개월만이다.
6월 물동량의 급감으로 분기별 하락 폭도 확대됐다. 1분기 물동량은 318만TEU로 5.3% 줄어든 반면 2분기 물동량은 328만8천TEU로 9.3%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이 북미항로에서의 동향노선 물동량 하락은 전체 물동량의 65%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발 물동량의 감소가 크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 중국→미국 물동량은 414만8천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7% 하락했다. 중국발 물동량은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중 올해 6월 물동량은 20.9% 하락한 65만5천TEU를 기록, 전체물동량의 두자릿수 감소세를 이끌었다. 6월 실적의 하락폭은 집계가 시작된 1995년 이후 최대치다.
같은 기간 한국시장의 물동량은 중국만큼 하락세가 심하지는 않으나 전반적으로 시황이 약세를 띠고 있어 선사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이 기간 한국발 미주향 컨테이너 수송량은 30만5천TEU를 기록, 전년대비 0.5% 늘어나는데 그쳤다. 2월과 5월이 각각 8.4%, 9.1% 늘어나 선전했음에도 1월과 4월 물동량이 7.7%, 10.5% 하락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발 물동량은 5~6월 두달 연속 상승세를 탔다는 것이 그나마 고무적이다.
美 구매력 저하로 향후 전망 불투명
이와 관련 NYK라인 관계자는 “장애인 올림픽이 끝나고 10월부터 물량 증가를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며 “크리스마스 전 밀어내기 물량을 기대한다고 하지만 미국 소비자의 구매력이 경기침체로 크게 줄고 있는데다 주력 화물이라 할 수 있는 가전제품이나 타이어, 자동차관련 제품 등이 경기를 타는 품목들이어서 시황이 밝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8월 이후 가전제품의 신모델이 대거 출시되면 미국 시장내 판매율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이것이 북미항로 물동량 상승으로 이어져 왔으나 경기침체의 여파로 이같은 특수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이같이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미국 경제 침체는 실물경제로 확대되고 있다. 경제 성장률은 1%대로 떨어지고 비농업부문의 고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으며 내구재 소비와 개인소비지출이 감소하는 등 다양한 경제 악재가 불거지고 있다.
반면 상반기동안 미국에서 아시아로 수송된 서향노선 물동량은 324만TEU로, 지난해와 비교해 18.9%나 증가했다. 월간 실적도 1.9% 성장에 그친 6월 한달만 제외하고 5개월동안 18~34%의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분기별로는 1분기 실적은 23.9% 성장한 161만1천TEU, 2분기는 14.3% 성장한 162만8천TEU로, 1분기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국가별로는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수송된 물동량은 28.8% 성장한 39만6천TEU로, 30만5천TEU를 기록한 동향노선 물동량을 완벽하게 앞질렀고, 중국은 12.3%의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130만8천TEU를 기록했다.
일본도 동향노선 물동량은 6.3% 줄어들며 38만7천TEU에 그친 반면 서향노선 물동량은 7.3% 성장한 44만8천TEU를 기록, 수출입 물동량 상황이 역전되고 말았다.
이 기간 서향노선 물동량이 크게 성장한 것은 벌크선 시장 강세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벌크선 시장이 사상최대 활황세를 타며 운임이 크게 오르자 미국 수출하주들이 상대적으로 운임이 저렴한 컨테이너선으로 수송수단을 갈아탔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환율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서향노선 물동량 성장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작년말부터 벌크 시장 운임이 강세를 띤데다 환율까지 상승하면서 고철이나 냉동화물, 목재, 폐지 등의 화물이 컨테이너 수송으로 전환했다”며 “특히 수입화물 시장은 연초가 성수기라 상반기동안 물동량이 상승했다”고 전했다.
2008년이 3개월 여 남은 가운데 앞으로도 이같은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가 동향노선의 성수기, 서향노선은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동향노선은 하반기 들어서도 별다른 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전망은 해운분석기관들에서도 속속 나오고 있다. 영국 해운컨설팅사인 MDS 트랜스모덜은 올해 북미지역을 기점으로 한 수입물동량(외국→북미)은 전년과 비교해 약 2% 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수출물동량(북미→외국)은 수입과 비교해 뚜렷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MDS는 북미지역의 수출물동량 성장률은 작년 13%에서 올해는 이보다 소폭 상승한 1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같은 성장세는 내년까지도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내년에도 북미지역의 수출물동량은 계속 증가해 지난 3년에 걸쳐 약 44%의 성장을 기록할 것이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반면 수입물동량은 같은 기간 8% 성장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상품의 국제표준무역분류(SITC) 레벨 상품분류를 통한 통계수치는 북미지역과 극동아시아·유럽간 수출입 물동량 변화 추세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올해 1분기 극동아시아→북미 물동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단지 1%의 증가율을 보인 반면, 북미→극동아시아 물동량은 무려 29%의 성장세를 보였다. 또 유럽→북미 물동량은 3%의 감소율을 보였으나 북미→유럽 물동량은 59%의 큰 증가세를 나타냈다.
1분기 극동→북미항로 물동량 1% 성장 그쳐
품목별로 수입물동량 추세를 살펴보면 산업용품에서 소폭의 수입증가세가 보였지만 가구, 의류, 사무기기 및 전자기계 등의 품목 모두 수입량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유럽지역으로부터의 수입은 소비자 수요보다는 산업적 수요에 더 밀접한 영향을 받고 있다. 2008년 1/4분기의 경우 전년동기와 비교해 화학제품과 자동차는 증가했지만 금속, 기계, 종이 등의 품목은 감소세를 보였다.
눈에 띄는 점은 미국에서 극동아시아로 수출되는 화물 중 비료와 전자기계 품목이 압도적인 증가세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 두 품목은 올 1분기 전년동기대비 약 340%의 엄청난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단연 두드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지역으로의 수출에서도 전자기계 품목이 전년대비 923%의 상당한 증가율을 기록하며 타 품목과 비교해 강세를 나타냈다.
상황이 이렇자 선사들은 북미항로에서의 선복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5.4%의 선복량이 감소했다. 아시아-북미서안의 경우 작년 27만9433TEU의 선복이 투입됐으나 올해 1월엔 4.8% 감소한 26만5929TEU의 선복이 공급됐다. 아시아-북미동안의 경우 지난해 8만1735TEU의 선복이 운항했으나 올해 들어선 7.5% 감소한 7만5585TEU의 선복만이 투입됐다. 결국 아시아-북미항로는 올해 들어 지난해 대비 1만9651TEU(5.4%)의 선복량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우리나라 한진해운과 중국 코스코, 일본 케이라인(K-Line), 대만 양밍 등 CKYH얼라이언스는 부산 기점의 극동-북미동안간 전 해상(올워터) 노선 AWE5를 다음달부터 잠정 중단할 예정이에서 다시금 선사들의 태평양항로 선복감축에 불을 지폈다.
CKYH는 지난해 말 겨울철을 맞아 비수기 선복 감축 전략에 따라 이 서비스를 임시 중단했다가 지난 5월말 43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투입해 재개했으나 북미항로 물동량 약세와 유가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자 전격 중단을 선언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로써 CKYH얼라이언스의 파나마 경유 아시아-미동안 올워터 노선은 4개 서비스로 주는데다 주간 서비스 선복량도 1만6100TEU로 축소된다.
<이경희 기자 / 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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