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료 상한제로 운임 현실화 모색’ 주목
포워딩업계는 최근 치솟고 있는 국제유가가 힘겹기만 하다. 포워딩 운임이 바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선사들의 유가할증료 인상은 포워더들에게 경영 악화의 단초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포워딩 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업계는 어떤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아봤다. -편집자 주-
●●● 국제유가 상승으로 해운물류업계가 어려운 걸음을 내딛고 있는 가운데 국제물류주선(포워딩) 업계는 선사들의 유가할증료(BAF) 인상에 비용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그나마 컨테이너 박스(FCL)를 다루는 프레이트포워딩 업계는 BAF 인상분을 하주들에게 원활히 청구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소량화물(LCL)을 취급하는 콘솔사들은 전액 전가가 사실상 불가능해 곤혹스런 처지다.
포워딩업계, 특히 콘솔시장은 몇년 전부터 누누이 지적돼온 수출화물 운임 하락과 수입화물 환급금(Refund) 문제가 아직까지도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유가 상승까지 겹쳐 거친 가시밭길이 이어지고 있다.
7월 들어서도 국제유가는 계속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7월 14일 현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45달러를 넘어섰고 두바이유는 139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200달러가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선박연료유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는 곧 선사들의 유가할증료(BAF)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 선사들이 선박 연료유로 가장 많이 쓰는 싱가포르항 벙커C유(380cst)의 t당 가격은 지난해 1월 278달러에서 같은 해 11월 t당 513달러로, 84.5% 점프한 후 올해 들어서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5월 평균 586달러, 6월 690달러를 기록한 연료유 가격은 7월 현재 720달러 선을 나타냈다. 부산항에서 판매되는 연료유 가격은 올해 1월 494달러에서 3월 548달러, 6월 657달러로 올랐으며 이달 들어 770달러 안팎을 보이고 있다.
선사들은 선박연료유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BAF 인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7월 현재 북미 수출항로 BAF는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130달러가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달의 590달러에 비해 91.5% 급등했다. 유럽항로 BAF는 현재 621달러를 받고 있다. 지난해의 307달러보다 무려 102% 뛰어 올랐다.
◆유가 할증료 지난해보다 두배 올라
기본운임을 제외하고 유가할증료만 1년새 두 배 이상 오른 것이다. 이를 받아 안는 국제물류주선시장의 분위기는 프레이트포워더와 콘솔업계가 서로 엇갈린다. 컨테이너 박스 수송을 전문으로 하는 프레이트포워더들은 선사들의 ‘BAF 폭탄’을 대부분 하주들에게 청구해 짐을 덜고 있다.
반면 포워더들을 대상으로 거래를 하는 콘솔업계는 고객들에게 이를 100% 청구하지 못하고 있어 시름이 크다. 운임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유가까지 올라 콘솔업계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A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FCL 운임은 꼬박꼬박 오르는 반면, LCL운임은 그렇지 못하다”며 “FCL운임이 인상되는 만큼, LCL운임도 자연스레 같이 올라가야 하는데, LCL시장이 치열한 경쟁상황이다 보니 서로 눈치만 보면서 운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콘솔사에 운임 하락을 부추기는 프레이트포워더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콘솔사는 포워더 고객을 안 뺏기기 위해 어쩔수 없이 운임하락의 길을 걷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올해부터 유가연동할증료가 도입된 북미항로의 경우 선사들은 최근 진행된 1년 운임계약(S/C)에서 기본운임 및 BAF 인상을 통해 컨테이너당 700~800달러의 운송료를 인상했다. 하지만 콘솔사들은 1㎥(CBM)당 10달러 안팎의 운임밖에 올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들의 박스운임을 계산할 경우 대략 20달러 가량의 콘솔운임 인상요인이 발생함에도 콘솔업계는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서로 눈치를 보며 운임인상을 ‘결행’하지 못했다.
컨테이너 박스 운임은 치솟는 반면 LCL화물 운임 상승률은 이에 못미쳐 결국 콘솔업계에 떨어지는 수익은 갈 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같은 관계자는 “나쁘게 말하면 선사의 ‘횡포’고, 좋게 말하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LCL가격 현실화가 무엇보다 필요함을 강조했다.
B사 관계자는 “그나마 지난달까지는 환율이 올라서 유가상승분을 만회한 면이 없지 않아 (운임 상승에 대한) 체감지수가 좀 낮았던 것 같다”며 “문제는 환율이 떨어지는 이달부터 힘든 시기가 닥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의 환율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이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어서 유가 상승에 대한 여파가 본격적으로 업계를 강타할 것이란 설명이다.
◆포워더, 한박자 늦는 BAF 청구
기름값이 그야말로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만큼 하주들이 이를 반영을 해주고 있다지만, 반영속도가 늦은 것도 포워딩 업체들로선 고민이다. 선사, 항공사는 인상시기를 통보한 후 그 날짜에 곧바로 인상을 적용하고 있지만 포워더가 이를 하주측에 청구하는 건 한박자 늦다. 3~4개월씩 늦는 경우도 들린다.
그나마 프레이트포워더들은 선사들로부터 받은 운임인상 공문을 하주측에 전달하는 방법으로 이를 폭넓게 전가하고 있지만 소량화물을 취급하는 콘솔사들은 인상 요인이 있을 때마다 적시에 청구를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예 반영조차 못 하는 경우도 있다고 업계는 전한다.
항공운송 위주의 포워더들도 상황이 심각하다. 유류할증료(FSC)가 지난해와 비교해 2배 이상 늘었을 뿐 아니라 최근 들어 할증료 상한선 확대로 인상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는 항공 유류할증료(FSC) 상한선을 종전 17단계에서 34단계로 세분화해 이달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또 일본과 중국을 타깃으로 한 단거리 노선 FSC를 신설했다. 항공사들은 100t의 화물을 뉴욕으로 수송할 경우 150t의 연료를 소비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유류할증료 조정은 필수적이었다.
이번 개편으로 종전 Kg당 1110원이 상한이었던 뉴욕행 FSC는 최대 2260원까지 인상될 여지를 마련했다. 지난해 600원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인상되는 것이다. 항공사들은 이번 조치로 유류 인상분의 40%를 보전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항공화물업계의 유가 조정으로 포워더들의 부담 폭도 커질 수밖에 없게 됐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항공화물 업계 관계자는 “항공업계는 6~8월이 비수기임에도 유류할증료는 더욱 큰 폭으로 뛸 것으로 보여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아직까지는 비교적 하주측에서 이를 잘 수용하고 있어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더 올라갈 경우 어떻게 될 지 난감하다”고 전했다.
이같이 국제유가 상승으로 포워딩업계의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콘솔사들은 지난해 표면화됐던 운임 폭락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 파트너들의 환급금 인상요구로 불거지기 시작한 마이너스 운임이 시장에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털고 수익성 위주로 포커스를 맞추려는 분위기다.
◆‘더이상 안돼’ 수익성 전략 짠다
수출화물 운임하락의 주범은 환급금(Refund)이다. 환급금 문제는 “중국이 떠오르는 경제대국인데다 화물도 많은 상황이라 우리 쪽에 요구하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으며, 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중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국제물류시장에서 중국의 입김이 날로 커지고 있어 환급금 인상을 요구하는 중국 파트너들의 요구를 한국 포워더들이 수익악화라는 ‘멍에’ 속에서도 안 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만 지난 2004년말 부패방지위원회(현 국가권익위원회)가 LCL창고료 시스템을 리베이트의 온상으로 지적한 사실이 중국 포워딩업계에 전해졌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C사 관계자는 “창고료 문제로 한바탕 시끄러웠던 한국측 사정을 전해들은 중국 포워더들이 환급금에 대해 조금씩 개선방향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중국측 파트너들도 환급금이 오롯이 수출 하주들쪽으로 넘어간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고 중국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콘솔 업계는 운임문제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닌 만큼 이제는 중심이 되는 기업이나 단체가 나서 ‘운임 현실화’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D사 관계자는 “운임문제는 포워딩업계에 있는 사람들의 공동책임”이라며 협회 등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사 관계자는 “어느 한 주체가 나서서 주도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또 포워딩업계에 (운임 안정화를 위한)협의체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국제물류주선업계 및 하주업계, 보세창고 업계 등이 LCL창고료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들어가 주목된다. 포워딩업계는 중국측에 보내는 환급금 마련을 위해 보세창고료를 올려 받는 방법을 쓰고 있다. 때문에 창고료 체계에 메스를 가할 경우 환급금 문제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관련 사업자 단체인 한국국제물류협회와 한국무역협회 하주협의회, 관세물류협회는 공동으로 보세창고의 보관료율 상한선 도입을 추진중이다. 이들은 지난 1999년 1월 폐지된 ‘특허 보세구역 운영에 관한 고시’를 다시 부활시키는 방법으로 요율 상한선을 정할 방침이다. 이 고시 15조가 보관규칙과 요율의 승인을 규정하고 있다.
3개 단체는 정부측 관세청, 국토해양부, 국무조정실 측에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진정서를 이달말까지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요율 상한선을 정하는 요율승인제도가 다시 도입될 경우 해당 업계의 무분별한 창고료 인상을 막아 콘솔업계의 고질적인 환급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주협의회 백재선 국장은 이와 관련 “포워딩 시장의 환급 시스템으로 외화가 중국으로 유출되는 꼴”이라며 “창고료 상한선을 정하는 것은 기업환경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국가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지은 기자>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