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05 17:56
환적물동량 증가율 크게 둔화…항만시설 공급과잉 우려
중국 북미항로 직기항 확대, 중국-일본간 기항노선 증가
MSC·OOCL 부산항 서비스 축소…25만TEU 물동량 감소
●●● 최근 들어 컨테이너 환적물동량 둔화세가 확연히 눈에 띈다. 매년 20%대를 넘는 신장세를 보였던 환적물동량의 증가율이 지난 2004년과 2005년에 각각 12.18%와 7.14%에 그친데 이어 2006년에는 2.6%까지 크게 떨어졌다. 컨테이너 환적물동량 증가율의 둔화현상은 부산신항 및 광양항의 개발을 통해 동북아 물류 허브화를 실현하려는 국가전략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해운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동북아 물류 허브화 실현에 걸림돌
물동량 증가세 둔화가 일시적인 현상일 경우 현행 정부의 개발정책은 당연히 지속돼야 하지만 구조적 요인에 따른 추세적 현상이라면 정부의 향후 항만개발정책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는 환적물동량의 유입을 촉진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배후에 대규모 물류단지를 입주시켜 물동량의 직접적인 창출을 꾀하고 항만인프라의 제공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환적물동량이 발생하게 되는 시장 구조적 관점에서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환적화물은 주로 중국과 일본의 미국 및 유럽과의 교역과정에서 발생한다. 기존에는 중국 또는 일본에서 수출입되는 화물이 주로 부산항을 통해 환적되면서 미주나 유럽으로 수송됐다. 이는 대형 모선이 중국이나 일본의 항만에 기항하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었다. 하지만 북중국 항만의 태평양항로 직기항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우리나라 환적물동량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기존에 부산항에서 환적할 수 있는 화물의 많은 부분을 중국에서 대형 모선을 통해 직기항해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항의 경우 태평양항로의 직기항 서비스는 지난 2004년 주 22항차에서 2006년 주 39항차로 늘었다. 상하이항 전체 직기항수가 2004년 128개에서 2006년 222개로 2년동안 73.4%로 대폭 증가했다. 반면 텐진, 다롄, 칭다오 등은 그다지 크게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조사에 따르면 세계 주요 19개 선사중 일부의 환적거점항이 부산에서 중국항만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존에는 이들 선사들 대부분이 부산항을 환적 거점항으로 이용하고 있었으나 중심점의 변동으로 인해 부산항의 환적화물처리실적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북중국발 북미항로의 경우 부산항을 환적항으로 이용하는 선사가 14개사(4사 중복)인 반면 상하이(또는 닝보)를 환적항으로 이용하는 선사가 7개사(4사 중복)로 나타났다. 일본발 북미항로의 경우 부산항을 환적항으로 이용한 선사가 14개사(3사 중복), 상하이(또는 닝보)를 환적항으로 이용하는 선사가 2개사(1사 중복)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항로의 경우 북중국발 화물은 7개사(1사 중복)가 부산항을, 9개사(2사 중복)가 상하이(또는 닝보)항을 환적항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일본발 화물은 10개사(2사 중복)가 부산항을, 3개사가 상하이(또는 닝보)항을 환적항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중국 또는 일본에서 나와 유럽이나 미주로 향하는 화물이 부산항 환적대신 상하이, 닝보 또는 자국내 다른 항만에서 환적돼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 환적화물은 전략적 제휴와 상관없이 자사 화물을 환적할 경우에 이용한 것을 조사한 것이라고 KMI측은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환적서비스를 제공하던 대형선사의 서비스 축소도 환적물동량 둔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006년의 경우 1월부터 10월까지 MSC, OOCL, 머스크 등 3개 주요선사가 부산항의 환적서비스를 축소했다. 이중 머스크는 국내항만간 서비스 이전이었기에 국내 전체 물량에 영향을 준 것은 2개 선사라는 것이 KIM의 분석이다. MSC의 경우 중국 닝보항을 주 환적기지화함으로써 부산항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물동량 중 약 20만TEU가 이전된 것으로 분석됐다. OOCL의 경우 P&O네들로이드가 머스크에 합병되면서 글로벌 얼라이언스에서 탈퇴함에 따라 기존 글로벌 얼라이언스의 선대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부산항 서비스를 축소한 데 따른 영향으로, 예년 실적에 고려할 때 5만TEU정도의 감소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감소물동량은 10개월간 약 25.3만TEU로 분석됐다.
중국-일본간 직기항 개설현황을 보면 2005년 한해만 총 20회에 걸쳐 직항로가 개설됐다. 특히 하카다, 도쿄, 요코하마, 고베 등 주요 항만에 직항로가 개설됐는데, 부산항을 경유하는 것이 8개항로 서비스이고 나머지 12개항로 서비스는 부산, 광양항 어느 항만도 경유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에도 중국-일본항로간 직기항 서비스가 있었으나 많은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직기항 서비스가 증가한 것은 중국의 시설확충에 따른 대형 모선의 기항으로 화물선적에 대한 규모의 경제가 발생해 일본에 기항하는 횟수가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항만 시설확충 대형모선 기항
중국-일본간 직기항의 증가는 우리나라 환적화물 유치에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즉, 기존에 주로 부산항에서 환적되던 일본 및 중국의 화물이 직기항하면서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 3국간 무역거래 증가로 우리나라의 환적화물은 꾸준히 증가하고는 있으나 보다 많은 물량 유치기회를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직기항 증가는 중국-일본간 물동량 증가를 통해서도 살펴 볼 수 있다. 중국-일본간 컨테이너물동량은 2000년 143만TEU에서 매년 14.8%씩 증가해 2005년 285만TEU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중 중국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물동량은 전체의 71.3%였으며 수입은 28.7%로 나타나 일본이 중국으로부터 대량의 화물을 수입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전체로는 상하이항에서 발생하는 물동량이 6년간 556만TEU로서 총 발생물동량인 1,265만TEU의 43.9%를 차지했다. 연도별 증가율도 타 항만보다 크게 높은 19.6%를 기록하고 있어 일본의 환적화물을 일정부분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2005년 기준 부산항에서 발생하는 환적화물의 65.8%는 중국 및 일본, 미국에서 발생하는 화물로 조사됐다. 부산항의 국가별 환적화물 비중을 보면 일본의 경우 2001년이후 지난 5년간 연평균 1.4% 증가에 그치고 있으며 비중도 하락하고 있다. 반면 중국이나 미국에서 발생하는 환적화물은 15.6%, 19.7%씩 증가하고 있다. 비중 역시 각각 27.2%,→29.1%, 18.3%→20.2%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통계자료를 근거로 간접적으로 유추할 때 최근의 환적물동량 감소에는 중국-일본간 직기항 화물의 증가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 KMI측의 분석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태평양 및 대서양항로에 위치하기 때문에 미국 및 유럽과 관련된 화물이 주로 환적돼 왔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발생하는 화물의 상당부분이 우리나라에서 환적되므로 중국이나 일본의 환적화물 비율도 높다. 중국과 일본의 주요 수출입국은 미국이므로 사실상 미국, 중국, 일본이 우리나라 환적화물을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발생하는 환적화물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비록 중국의 직기항이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나 시설확충 못지않게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수출입 물동량 증가폭이 크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미국에서 발생하는 화물 역시 꾸준히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한국, 중국, 일본, 미국간의 교역증가가 중국, 미국에서 발생하는 환적화물의 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 것은 일본에서 발생하는 환적화물 비중이 다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홍콩 기타국가의 비중이 낮아지고 있고 중국의 경우 수출입 기종점 국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일본 관련 환적화물이 다른 항만에서 처리되고 있거나 환적하지 않고 직기항하고 있음을 추측케 한다.
중국의 컨테이너시설이 정체 상태였던 2000~2002년 시기에 부산항의 환적물동량은 전년보다 2001년엔 184만TEU, 2002년엔 109만TEU가 증가했다. 하지만 2003년부터는 증가량이 30만TEU대로 감소했다. 2004년에 일시적으로 환적화물이 증가하기도 했으나 태평양항로의 물동량은 급증한 반면 미국서안의 보안강화와 시설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화물을 처리하지 못해 임시방편으로 미국발 중국행 화물을 부산항에서 환적시킨 것이 일부 반영된 영향으로 판단된다.
최근 우리나라 환적화물의 예측결과를 놓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동북아의 물류여건이 급변하면서 환적물동량의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되자 항만시설의 공급과잉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로의 환적화물 유입과 관련해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이 혼재하고 있고 지금은 부정적 요인이 우세한 것이 사실이라는 것이 KMI측의 분석이다. 이는 긍정적 요인은 예상이나 기대차원에서 머물러 있는 반면 부정적 요인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환적물동량에 대한 막연한 기대심리나 지나친 긍정도 문제일 것이지만 최근 나타나고 있는 실적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 부정적 선입견으로 일관하는 태도 역시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