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유 상승등 채산성 악화에 GRI만이 살길
선복 축소등 인위적 방법도 동원…하주와 불협화음도 감지돼
●●● 세계 컨테이너화 50주년을 맞았던 2006년은 세계해운산업 종사자들에게 명암이 엇갈리는 복합적인 시기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글로벌 포워더와 터미널 운영사의 경우 실적 증가로 풍성한 한해를 마감할 수 있었던 반면 컨테이너 선사들은 실적악화를 경험해야 했다.
이렇듯 지난해 실적하락을 경험한 선사들은 올 실적에 대해서도 다소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해운업계 리딩선사인 AP묄러-머스크(AP Moeller Maersk)가 내놓은 2007년 예상실적은 정기선업계에 불길한 징조를 나타내는 등 심리적 불안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머스크는 지난해 13억달러의 실적을 달성, 6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또 하파그로이드(Hapag-Lloyd)처럼 IT 및 장비조정시스템이 현대화된 선사의 경우도 지난해 지속적으로 치솟은 유가와 내륙물류비 상승압력으로 실적이 상승세를 유지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선사들은 치솟는 물류비와 운임인상 문제를 두고 고군분투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인 듯 하다. 아시아-북미항로를 운항하는 선사단체인 TSA(태평양항로운임안정화협정)내의 비용위원회(Cost Committee)는 컨테이너 처리비용, 철도요금, 트럭요금, 로컬 공컨테이너의 재배치비용, 내륙 공컨테이너의 재배치비용, 선박의 유지 및 보수비용, 다양한 피더링 비용 등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물류비들은 지난해 전체적으로 8% 인상됐으며 올해 또다시 7% 인상이 예상된다고 비용위원회는 말했다.
선사들은 앞으로 장기 철도운송 계약시 전보다 30~35% 이상의 운송물류비를 더 지불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에도 철도화물요율은 미국도착화물의 경우 지속적으로 증가했는데 올 연말에 또다시 6년간 장기계약조건으로 새로운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아시아-북미항로에서 동서향화물의 불균형과 이로 인한 미항만의 공컨테이너의 발생, 장비재배치를 위한 추가비용의 증가에 대해서 설명했다.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선전, 부산, 가오슝 등 아시아항만의 터미널들은 미국항만들이 수입화물을 처리하는 속도보다 더 신속하게 수출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TSA의 전 의장 알베르트 피어스는 “아시아항만들의 연간 에이커당 화물처리량은 1만2000~1만8000TEU인 반면 미국항만의 연간 에이커당 처리량은 최근의 항만시설 개선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낮은 6천~7천TEU에 그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같은 화물처리량 차이는 곧 “미항만의 화물적체, 철도종착역과 내륙 터미널의 적체 그리고 내륙에서의 대량 공컨테이너의 증가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연료비, 선사들 채산성 악화 주범
선사들의 채산성을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는 물류비 증가 요인은 다름 아닌 유가상승이다. CS380 벙커유, 디젤중유 등 선박연료유 가격은 전체 운항비용에서 40~60%라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항비용에서 절반이상의 비율을 점한다고 볼 수 있다.
연료유가중 벙커유가의 2005년초 세계 표준가는 t당 198달러정도였는데 지난 2006년 5월에는 두배 가까이 오른 385달러로 집계됐다. 디젤중유가도 2005년초에 갤런당 1.96달러였지만 2006년 8월에는 3.06달러로 절반이상 상승했다.
특히 연료유는 운항비용에서 단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태평양항로에 투입된 컨테이너선박 한척의 경우 하루에 거의 130t에 가까운 연료를 사용한다. 미주수출항로 운항선박들이 미서안에 도착하기까지 보통 22일가량 걸리는 것을 감안할 때 한번 운항에 각 선박들이 소비하는 벙커유는 2900t에 이른다.
지난 2005년 1월 선박 한척당 평균 연료비는 56만6천달러 정도였으나 2006년 5월에는 두배가량 오른 110만달러로 치솟았다. 이같은 평균 연료비 수준은 개별 컨테이너의 선복당 수준으로 따지면 189달러에서 367달러로 오른 셈이다.
지난해 TSA 회원선사들의 종합적인 주간 연료비용은 연초부터 증가를 기록해 6월1일 기준 미서안항로의 경우 65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미동안 올워터 서비스의 경우 250만달러로 집계됐다.
선사들은 연료비 증가로 인한 실적악화를 우려해 선박의 운항속도를 낮춰 연료비 절감을 꾀하고 있다.
2006년말 선사들은 스케줄 정시성을 위해 선박을 추가로 투입하고 특정 기항지에서는 선박 운항속도를 감속시키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런데 이같은 운영전략은 곧 선사들에 연료비 절감이란 보너스를 안겨줬다.
CMA CGM은 선박 한척이 속력을 26노트에서 23~24노트로 줄이면 연료유 소비량도 일일 300t에서 240~250t으로 감소한다고 말한 바 있다. 선박의 속도를 줄이면 고유가 행진으로 멍든 선사들의 연료비 절감을 가능하게 해준다. 물론 이 방법은 기존 기항항만의 스킵으로 화물집화를 위협할 뿐 아니라 선박을 한척 추가하게 됨으로써 연료비 증가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연료유 소비는 속도에 비례해 삼배수로 늘기 때문에 속력 감속에 따른 잠재적인 연료비 절감은 추가선박의 연료비를 상쇄하고도 남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선박 감속도 근본적인 채산성 개선책은 아니다. 선사들은 경영실적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선 운임인상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아시아-북미항로, 아시아-유럽항로의 운임은 신조선박의 대량인도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 등 심리적인 불안감으로 인해 하락하기 시작했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곧 붕괴될 것으로 예상한 선사들은 운임계약시 이를 반영해 낮은 운임인상률에 만족했고 이로 인해 운임시황은 더욱 떨어졌었다. 그러나 사실상 지난해 물량시황은 당초 예상을 뒤엎고 선복 공급을 초과하는 호조세를 기록했다.
프랑스 선박중개사인 AXS-알파라이너의 한 애널리스트는 “2006년은 굉장히 많은 선박이 시장에 인도되긴 했지만 또 그 이상으로 많은 물동량이 증가한 한해였다”고 말했다.
◆원양항로 운임인상 러시
원양선사들은 이렇듯 지난해 잘못된 시황 예측에 의한 부진했던 운임시황을 만회하려는 듯 올해 들어 줄줄이 운임인상안을 발표했다.
북미항로 운항선사들은 올해와 내년에도 이어질 물류비 상승에 대비해 ‘2007년과 2008년 매출과 비용회복 프로그램’이라고 명명한 비용절감 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이다.
▲서안항로의 경우 FEU당 300달러 운임인상을 계획하고 있으며 미내륙노선인 IPI(Inland Point Intermodal) 및 MLB(Mini-Landbridge)의 경우 650달러를 인상시킬 계획이다. 동안 올워터노선과 파나마운하나 수에즈운하를 통해 IPI를 통과하는 화물의 경우는 500달러 인상을 추진할 예정이다. ▲성수기할증료는 오는 6월15일부터 10월15일까지 FEU당 400달러가 부과될 계획이다. ▲유가할증료는 90달러 인상을 추진한다.
유럽항로는 올해 4차례의 운임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FEFC(구주운임동맹)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북유럽/발틱/스칸디나비아/지중해등 유럽으로 수출되는 화물에 대해 1월1일부로 TEU당 200달러 운임을 인상했다. 이어 4월1일부로 TEU당 200달러의 운임을 인상할 예정이다. 3차 운임인상은 7월1일로 잡혔으며 인상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4차 인상은 9월15일과 10월1일, 두 시기중 택일될 계획이며 인상분은 추후 알릴 전망이다. ▲성수기할증료의 경우 북유럽/발틱/스칸디나비아 수출노선은 2007년 8월1일부터 11월15일로 도입 시기가 잡혔으며 적용 수준은 추후 발표될 계획. 지중해 수출노선은 2007년 6월1일부터 10월15일까지로 결정됐으며 이 역시 도입 폭은 미정이다.
선사들은 운임회복이야말로 하주들에 프리미엄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 최선의 방편이라고 강조한다.
CMA CGM의 사장인 자크 사드는 “선사가 서비스를 차별화하기 위해선 운임인상이 선행돼야할 중요한 조건이다. 고품질 서비스를 위해선 선사의 투자가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선 운임매출의 상승을 통해 건전한 채산성이 뒷받침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우리는 여전히 운임이 바닥이라고 느낀다. 만일 운임시황이 호전된다면 서비스를 좀 더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NYK라인 유럽법인의 부사장은 “일부 하주들은 양질의 서비스를 원하면서도 이를 위해 필요한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하주들의 이중성을 꼬집었다.
운임문제와 관련한 선하주간 입장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다. 해운업계가 채산성 악화를 이유로 운임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수출업계가 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국내 수출입하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무역협회·한국하주협의회는 올해 주요 해운선사들이 수출화물의 대폭적인 운임인상을 시도하고 있어 무역업계의 물류비 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나 선사들은 작년도 경영수지 악화, 유가인상 등을 이유로 큰 폭의 운임인상은 불가피하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상황.
무역협회는 지난해 유가의 고공행진과 미국내륙 철도운임 인상 등의 원가상승 요인으로 인한 선사의 경영개선 노력은 인정하나 큰 폭의 운임인상 요구는 하주의 수출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혀 수출감소와 물동량의 감소라는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이에대해 한 외국선사 관계자는 “작년에 한국 시장의 운임이 낮다는 이유로 본사에서 중국으로 선복을 전배해 선복난을 겪은 일이 있을 만큼 한국 해운시장은 외국에 비해 운임이 낮다”며 “선사들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운임을 올려주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상생을 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TSA도 북미 내륙운송에서 복합운송 비용증가분을 지불하지 않으려는 하주에 대해서 일침을 놨다.
에버그린의 잭 옌 사장은 “선사들은 (지난해) 높은 연료비와 싸워왔다. 따라서 선사들이 높은 철도운송비 증가분을 자체 흡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선사들은 운임인상을 성공시키기 위해 비수기때 선복을 감축하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이 계획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기초해 인위적으로 공급부족의 시황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랜드얼라이언스 소속선사중 하파그로이드, NYK, OOCL은 작년 10월말 태평양항로에서 주당 3천TEU의 선복감축을 단행한 바 있다. 서비스에서 빠진 선박들은 드라이 도크로 향했다. 또 뉴월드얼라이언스 소속선사인 현대상선, APL, MOL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까지 주당 4천TEU의 선복을 묶어두기로 결정했다. 머스크라인은 태평양항로에서 10%, 대서양항로에서 5~6%의 선복감축을 포함하는 대대적인 서비스 구조조정을 위해 팔을 걷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머스크가 지난해와 같은 실적하락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자구 노력으로 해석된다.
머스크의 로버트 클랜달 부사장은 “서비스 제공에 따른 비용의 상승폭을 반영해 올해 운임은 올라야 한다”며 “우리는 고객의 요구에 부응해 서비스 개발에 전력할 것이며 하주들은 우리의 노력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운임회복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렇다면 운임인상이 실현될 수 있는 적정 선복량은 얼마일까? 이를 알기 위해선 정확한 선복량을 측정하기 위한 시각부터 길러야 한다고 해운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지난해 1~10월간 아시아-북미항로를 오간 TSA의 선복량은 전년기록인 29만9천TEU에서 15% 증가한 34만4천TEU로 집계됐다.
TSA는 올 선복공급과잉 우려에 대해 드류리쉬핑컨설턴트의 예측을 인용,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을 것으로 봤다. 드류리는 “2007년 수요/공급은 2% 이하의 격차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드류리는 2006년 4월부터 2007년 4월까지 12개월간 이 항로의 선복량 추이에 대해 12.8%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간에는 신조선 인도건수 감소 및 서비스축소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TSA의 전 의장인 알베르트 피어스는 “지난해 TSA는 드류리와 함께 이 항로의 적정선복량에 대한 더 좋은 정보를 개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를 위해 TSA는 월별로 변화되는 선복량을 집계하고 회원사는 물론 비회원사의 시장 선복량 현황에 대해 전망했다”고 말했다.
또 “8천TEU급 선박이라면 단순히 8천개의 컨테이너를 실어 나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박들은 조선소에 등록된 선복량 모두를 사용하진 못한다. 이는 선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화물배치 때문인데 화물을 싣고 도착항에서 그 화물을 무사히 양하하려면 공식적으로 밝힌 선복량의 실제 사용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실에 미뤄 한 컨테이너선박의 실제 선복량은 등록 급수에서 2~3% 가량 낮게 봐야한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태평양항로의 가용선복량도 2~3% 가량 낮춰 집계해야하며 선복증가율 15%라는 지난해 전망치는 실제론 12~13%로 감안해서 봐야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조선소에 등록된 선복량을 바탕으로 작성된 총 TEU와 선박공급량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애널리스트들의 수급전망은 공급은 과잉되고 수요는 부족한 쪽으로 예측하기가 쉽다는 지적이다.
◆용선시장 2천TEU 이하 선박 경쟁치열
한편 올 용선시장은 주로 2천TEU이하의 피더선박들에 대한 용선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지난해 용선시장은 선사들이 물량 성장세에 맞춰 더 많은 선박을 필요로 함에 따라 높은 운임이 형성되는 안정적인 시황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같은 용선시황도 지난해 여름부터 수요증가세가 둔화됨에 따라 하락세로 전환됐다. 런던 선박중개사 호위로빈슨(Howe Robinson)의 용선지수는 지난해 6월 1350포인트에서 11월말에는 1045포인트로 하락했다. 이러한 하락세는 1600~1700TEU 중급선박들이 용선시장에 대량 투입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박브로커들은 현재 용선운임이 아직 바닥을 치진 않았다고 보고 있다. 비록 함부르크에서 몇몇 브로커들 사이에 용선자들이 용선을 미루고 있기 때문에 중국 구정연휴 이후에 수요가 다시 호조세를 이룰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신조선 발주 주문서에 따르면 400척에 이르는 신조 컨테이너 선박들이 올해 용선시장에 인도될 전망이다. 이에따라 이 신조선들과 선령이 높아 적은 용선료만으로 용선이 가능한 선박간에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조 파나막스 선박들은 10년간 장기계약의 경우 일일용선료가 3만달러 이상인 반면 5년정도의 선령을 가진 같은 급수 선박들은 일일용선료가 2만달러 정도다.
용선선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급수는 피더선박인 서브-파나막스급수로, 주로 남북항로와 역내항로에 투입된다. 이 부문의 올 용선시장은 지난해보다 더욱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IMF 세계 GDP 전망과 컨테이너선박 오더북에 기초해 호위로빈슨은 올해 남북항로의 수급상황이 똑같이 균형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세계 피더항로는 20만TEU가량의 선복부족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따라 최소 2천TEU 이하의 피더선에 대한 용선료는 다시 상승세를 띠게 될 전망이다.
<박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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