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5-15 08:20
북미항로, 공급과잉에 물류비 상승 겹쳐 ‘적자운항’ 우려
기획취재/2006년 북미항로시황은?
선사들, 서안 내륙운송능력 미비…올워터 서비스로 전환 움직임
태평양항로 운항선사들은 2004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호황을 경험했다. 그러나 향후 2년간 이 항로의 시황은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로이즈쉬핑이코노미스트(LSE)에 따르면 올 1분기까지는 태평양항로의 수요와 공급은 다행히도 2005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여 선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같은 수익성 증가의 시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곧 시황 반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시장에 조성되고 있다.
앞으로는 수요와 공급의 증가세가 서로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돼 태평양항로 운항선사들은 난항을 겪을 것이며 하주들은 운임계약에서 이러한 선복량 과잉 가능성을 부각시켜 운임을 떨어뜨리려는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이에대해 TSA(태평양항로안정화협정) 소속선사들은 운임하락을 방지코자 하주측에 고유가 등물류비 증가에 따른 채산성악화를 토로하는 한편 2006년 사업계획은 ‘물류비 회복’을 목표로 세웠다. TSA의 앨버트 A. 피어스(Albert A, Pierce) 의장은 “2005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요구되는 운임 상승분은 물류비 증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TSA, “내륙운송비 25% 증가”
TSA는 올해 물류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다소 걱정스러운 통계수치를 발표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컨테이너 재배치비용이 11% 증가하고 내륙운송비가 무려 25%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물류비 증가분에서 일부는 부대운임 부과로 상쇄되긴 하나 그리 크진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태평양항로 운항선사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점은 물류비 상승분을 커버하지 못해 수익이 떨어지고 결국 적자를 내는 일이다. 2007년과 2008년에도 상당량의 신조선이 시장에 투입됨에 따라 올 수익성 감소세는 앞으로 장기간 이어질 하락국면의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003~2005년 사이 시황이 강세를 기록하는 동안 선사들은 운임을 올리고 수익을 톡톡히 볼 수 있었다. 특히 2002년 불황시점과 2005년 최고 호황 사이 아시아→북미항로 운임은 평균 30%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에 북미→아시아항로 운임도 40%나 상승했다.
드루어리 쉬핑컨설턴트는 2006년 주요 동서향항로의 선복량이 수요량보다 더 빨리 증가할 것이며 이러한 수급량 변화가 운임시황을 전환시키는 주요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드루어리는 태평양동향항로의 소석률이 올 3분기에 85%로 떨어질 것이며 4분기에는 79%로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같은기간 3,4분기 소석률은 각각 92%와 82%였다.
◆3분기 동향항로 소석률 85% 전망
그러나 중요한 운임하락 요인은 역시 운임협상 직전의 시황, 시황에 대한 하주의 이해능력, 선사의 물류비 변동폭 등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이 항로취항선사들은 기술이 향상된 신조선박들의 대량 투입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서안항로에 포스트파나막스급 선박을 투입한다고 밝힌 서비스가 상당수여서 이에 따른 선복 초과공급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MSC의 뉴오리엔트익스프레스(New Orient Express) 서비스는 8천TEU급 신조선으로 운항된다. 또 K-라인의 PN1, 에버그린그룹의 CPS, 머스크라인의 TP10 서비스도 포스트파나막스급 선박이 왕래하고 있다.
이렇듯 신조 대형컨테이너선박들의 인도가 줄을 이으면서 수출입항로의 선복과잉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량 인도되는 선박은 대부분 각 항로의 성장세에 맞춰 분배됨에 따라 태평양항로의 선복 공급량은 15% 미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신조 컨테이너선박의 대량 인도와 물동량 성장세 감소 등으로 선사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운임하락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전망은 현재 시황은 물론 지금까지의 운임증감 기록을 보면 쉽게 이해된다.
드루어리 컨테이너 쉬퍼 인사이트의 통계에 따르면 올 1월 아시아→미주동안항로의 운임은 미서안항로보다 FEU당 1200달러이상 높았다. 이같은 운임 차이는 동안항로 올워터서비스의 인기를 방증하는 것이다. 일부 하주들은 아시아→미주동안 운임을 FEU당 3400달러 지불하고 있으며 홍콩→미주동안항로의 운임은 이보다 높은 4470달러를 내고 있다.
◆동안항로 운임, 서안보다 높아
유럽에서 미주동안으로 가는 운임은 같은 기간 FEU당 2800~3200달러를 기록했다. 대서양항로 수입운임은 선복이 다소 타이트해 운임이 인상됐기 때문.
한편 미주 수출항로와 수입항로의 운임은 큰 차이가 나고 있다. 미주서안에서 남중국·홍콩을 향하는 태평양서향항로의 운임은 동향항로운임의 1/3수준인 40피트컨테이너당 1000~1100달러를 기록했다. 서향항로의 운임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선사들이 운임책정시 총 비용을 반영하지 않는 대신 최소 마진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태평양서향항로의 주요 운송아이템이 폐지와 같은 저가의 상품란 것도 운임이 매우 낮은 이유다.
이렇듯 동서향항로간 불균형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에 미주수입항로(태평양동향항로)에서 운임을 결정할때 수출항로의 낮은 운임을 일부 보전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올 1분기동안 일어났던 해운업계 최대이슈는 머스크씨랜드가 피앤오네들로이드(PONL)를 인수해 머스크라인(Maersk Line)으로 재탄생한 것이나, 하파그로이드(Hapag Lloyd)의 CP쉽스(CP Ships) 인수, 이로인한 그랜드얼라이언스(Grand Alliance)와 뉴월드얼라이언스(TNWA)의 전략적 제휴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선사간 M&A(인수·합병)등으로 이 항로에는 3월초까지 새로운 서비스가 많이 개설됐으며 유난히 활발한 시황을 보였다. 선사들은 서비스를 많이 신설하고 또 운항이 중단되는 루트가 생김에 따라 선복과잉이 부분적으로 상쇄되는 효과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효과도 1분기 이후부터는 기대하기 힘들것이란 지적이다.
LSE는 이러한 선사간 M&A 등 사건들이 1분기 시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머스크씨랜드의 PONL 통합전 그랜드얼라이언스에서 PONL이 탈퇴하게 돼 그랜드얼라이언스의 서비스가 재편된 것이나, CP쉽스가 그랜드얼라이언스의 선복으로 운영해온 PNW 서비스를 중단한 것 등을 그 예로 들었다.
그랜드얼라이언스는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는 올워터서비스 하나를 중단하게 됨에 따라 일시적인 선복부족을 겪어야 했다. 결국 그랜드얼라이언스는 뉴월드얼라이언스(New World Alliance)와 함께 새로운 서비스를 개설해 부족한 선복량을 보충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서안항로에 운영된 선복량은 1분기동안 약간의 감소세만 보였다.
머스크라인은 여러 루트의 새 서비스를 대거 내놓고 있다. TP(Transpacific)10이 올 초에 개시된 것을 비롯해 4월에 올워터 서비스인 TP12가 항로에 선보였다. 일본-미서안을 커버하는 TP14는 개설을 준비 중이다.
이외 여러 선사들이 올 초 서비스를 개편했으며 1분기에 3개의 새로운 서비스가 개설됐다. 이중 두개 서비스는 APL과 맷슨(Matson)간 장기 서비스 협정기간 만료에 따라 새롭게 재편된 것으로 두 선사간 기존 공동운항 서비스는 두 개의 독립적인 루트로 재탄생했다. 맷슨의 중국-롱비치익스프레스(China Long Beach Express)와 뉴월드얼라이언스 선사들의 선복으로 운항되는 APL의 PCE가 그것이다.
APL의 PCE, 맷슨의 CLBX, 머스크의 TP14 등 3개 서비스는 APL과 맷슨간 공동운항 중단, CP쉽스의 PNW 서비스 중단 등으로 새롭게 시작되는 것.
◆올워터 서비스 운항비 내려
또 다른 서비스는 중국 코스코(COSCO)와 대만 에버그린(Evergreen)이 공동으로 개설한 올워터서비스 CUE다. 이 서비스는 지난 13일 상하이항에서 ‘코스코 시드니’호의 첫 취항으로 개시됐다.
축소된 그랜드얼라이언스 서비스를 대체해 올 개설된 이들 3개 서비스만 두고 보면 미동안 올워터서비스가 서안항로 서비스보다 더 많이 개설된 것을 알 수있다. 동안항로의 운항비가 더이상 서안항로의 그것보다 높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다중의 서비스 네트워크와 속도가 향상된 선박 덕분에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는 올워터서비스도 선박 7~8척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해진 것이다.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서비스의 경우, 그랜드얼라이언스의 AEX 서비스와 차이나쉬핑컨테이너라인(CSCL)의 AMAX 서비스가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조만간 머스크라인은 수에즈를 통과하는 동남아시아-북미항로간 SZX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며 이와함께 살라라항에서 다른 지역으로 연결되는 북미-중동간 서비스도 선보인다.
한편 TSA는 2006년 수요와 공급에 대한 공식적인 전망은 내놓지 않았지만 선복과 수요의 차이가 3~4%를 넘지는 않을 것이며 피크시즌에는 수급차가 이보다 더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TSA는 미국 경제활동이 재정·무역의 쌍둥이적자, 고유가, 저축율 저조와 소비심리 위축 등 내부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물동량 성장의 지속세”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올 시황의 두 자릿수 성장률 달성 여부에 대해선 확실히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올 두 자릿수 성장률 불투명
TSA는 미서안 서비스 증가를 방해하는 실제적인 원인으로 항만과 내륙운송의 처리량 한계와 같은 몇몇 요인들을 꼽았다. 당분간은 항만의 추가 인력확보, 항만 작업시간 확대 등을 통해 2004년 발생했던 LA·롱비치항의 성수기 항만적체현상이 되풀이 되진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물동량이 점점 증가하고 있어 항만에선 물량 증가분을 소화할 수 있다고 해도 문제는 내륙으로 이어지는 철도의 운송능력 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이렇듯 서안항만의 처리능력에 대한 불신으로 서안을 통한 서비스에서 올워터서비스로 전환하는 선사들이 올해와 내년에도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경향은 휴스톤에 있는 월마트(WalMart)와 같이 동부에 위치한 주요 수입하주들이 유통센터를 더욱 많이 설립하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올워터서비스로 전환할 경우 문제는 파나마운하를 통과해야 하는 점이다. 현재 파나마운하는 보유능력을 최대로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선사들은 하주들의 수요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추가 서비스를 계획할 수는 없을 전망이다.
<박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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