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2-10 16:34
기획/ 세계 양대 얼라이언스 “위기를 기회로”
머스크 독점에 맞서 서비스 제휴
‘신규노선 개설효과’로 영업력 강화 기대
오는 12일 머스크씨랜드(Maersk Sealand)와 피앤오네들로이드(P&O Nedlloyd)가 머스크라인(Maersk Line)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며 서비스도 통합 운영된다. 지난해 8월 덴마크선사 머스크씨랜드는 네덜란드 피앤오네들로이드의 지분 95%를 확보하면서 피앤오네들로이드 인수 작업이 마무리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머스크는 이로써 컨테이너선 549척(선복량 150만TEU)을 운영하는 사상 최대의 메가캐리어로 거듭나게 됐다. 이 수준은 세계 전체 컨테이너 선대의 18%에 해당하며, 세계 2위 정기선사인 스위스 MSC(Mediterranean Shipping Company)사의 2.3배에 달하는 규모다.
머스크라인 출범에 따른 연쇄효과로 선사공동운항협의체인 그랜드얼라이언스(Grand Alliance,GA)와 뉴월드얼라이언스(The New World Alliance,TNWA)가 아시아-유럽항로에서 3월부터 선복교환 방식의 제휴서비스를 개시한다.
머스크가 피앤오네들로이드 인수를 통해 급격히 규모를 확장함에 따라 얼라이언스간 전략적 제휴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
◆TNWA+GA 세계 최대 동맹 탄생
피앤오네들로이드가 머스크에 흡수되면서 기존에 가입해 있던 모든 해운동맹에서 탈퇴함에 따라 나머지 동맹선사들은 피앤오네들로이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발 빠르게 타 동맹과의 서비스 제휴 및 협력관계를 모색해 왔다. 이중 특히 GA와 TNWA의 서비스 협력은 세계 컨테이너 수송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선복교환이 됐다. TNWA+GA의 시장점유율은 25%로 머스크(18%) 보다 높다.
GA는 피앤오네들로이드가 동맹을 탈퇴함에 따라 독일 하파그로이드(Hapag Lloyd), 일본 NYK (Nippon Yusen Kaisha), 홍콩 OOCL (Orient Overseas Container Line), 말레이시아 MISC 4개 선사간 공동운항으로 운영되고 있다. TNWA는 한국 현대상선, 싱가포르 APL (American President Lines), 일본 MOL (Mitsui O.S.K. Line) 3개사가 속해 있다.
GA는 기존에 아시아-유럽간 서비스에서 총 65척의 선박으로 8개 항로를 운항해왔으나 피앤오네들로이드가 동맹을 탈퇴하면서 선박 28척이 빠지게 됐다.
이와관련 TNWA소속 현대상선 한 관계자는 “피앤오네들로이드가 GA에서 빠지면서 동시에 선박 28척이 주는 셈이 됐다. 유럽항로에서 피앤오네들로이드의 시장점유율이 8%나 됐으니 피앤오네들로이드가 나간 자리는 그만큼 컸다”며 “이에따라 GA는 이 항로의 조정이 시급하게 됐으며 TNWA 선사들도 유럽항로에 새롭게 투입하는 신규선박이 없어 메가캐리어 출현에 따른 대응방안으로 양 얼라이언스간 제휴를 모색하게 된 것이다”고 제휴 배경을 말했다.
양 얼라이언스의 교환 선복은 GA 40척, TNWA 23척으로 총 63척의 선복을 상호 공유키로 협정했다. GA는 기존 65척에서 피앤오네들로이드의 선박 28척이 빠진 나머지 37척과 함께 3척의 신규선박을 투입해 40척의 선박을 운영하게 됐다.
◆총 6개 루트의 선복제휴 이뤄져
현재까지 확정된 두 얼라이언스간 협의사항은 아시아-유럽항로에서 개시되는 6개 항로의 처녀항차와 투입선복량이다. TNWA측이 GA와 선복을 공유키로 한 서비스는 AEX(Asia Express), CEX (China Express), SCX(South China Express)다. GA측도 EU3(North Europe Service3), EU4 (North Europe Service4), EUM(Mediterra nean Service) 3개 루트의 선복을 제공하게 된다.
이중 AEX가 오는 3월 5일 광양항을 시작으로 얼라이언스간 첫 선복교환 서비스를 개시하며 같은 날 SCX도 홍콩항을 기점으로 첫 교환 서비스를 실시한다.
AEX의 기항지는 로테르담-함부르크-템즈포트-르아브르-싱가포르-홍콩-가오슝-광양-부산-가오슝-홍콩-싱가포르 순이다. SCX는 지부르게-함부르크-로테르담-싱가포르-홍콩-치완-싱가포르-살라라 순이다.(표 참조)
각 루트별 선복투입현황은 AEX 서비스의 경우 5700TEU급 선박 8척, CEX는 5200TEU급 선박 8척이 운항되며 SCX의 경우 5100TEU급 선박 7척으로 운항돼 TNWA측 제공 선박은 23척이다. GA측 EU3 서비스는 8100TEU급 선박 8척을 제공하며 EU4는 7800TEU급 9척, EUM은 4600TEU급 7척을 제공해 총24척의 선복을 제공하게 된다.
◆유럽주력+북미주력=∞?
GA는 TNWA와 선복을 공유키로 한 3개 루트 외에도 EU1과 EU2 서비스도 자체적으로 선보이고 있으나 이 2개 루트에 대해선 아직까지 선복교환에 대한 협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GA소속 NYK코리아 한 관계자는 “양 얼라이언스는 3월부터 개시하기로 확정된 제휴서비스 외에 다른 항로에 대한 추가 확대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 즈음에 아시아-미주동안 항로에 대한 제휴 서비스도 검토 중에 있으나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GA는 최근 발표한 2006년 서비스 재편계획에서 환태평양항로에 74척의 선박으로 11개의 루프를 서비스 한다고 밝혔다. 이 노선은 아시아-미서안 7개 노선과 파나마운하를 경유하는 3개노선, 수에즈운하를 거치는 1개 노선 등이다. 또 2/4분기부터는 TNWA의 파나마서비스와 조인트해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TNWA의 파나마 올워터 서비스는 3150TEU급 8척이 운항되고 있다.
GA가 아시아-유럽항로를 주도해온데 비해 TNWA는 전략적 제휴그룹을 결성한 이후 오랫동안 아시아-북미간 항로를 주도해 왔다. TNWA는 아시아-북미서안 노선 9개 서비스와 파나마를 경유하는 아시아-북미동안 노선 2개 서비스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국내 해운업계는 얼라이언스간 전략적 제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유대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월 개시되는 양 얼라이언스간 선복교환서비스는 이들의 단기적인 계획 중 하나며 중장기적 비전으로 단순 선복제휴 이상의 단계까지 고려되고 있다.
◆“단순 선복제휴 그 이상도 검토”
이와관련 GA 소속선사 관계자는 “아시아-북유럽간 항로에서 시작되는 제휴서비스는 양 얼라이언스간 단기 비전 중 첫 번째 시도이며 그 두 번째가 금년 하반기 정도 예정된 미주동안 서비스다. 장기적으로는 미주서안 등 미 대륙 전체서비스까지 고려하고 있으며 나아가 양 얼라이언스간 통합까지 발전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며 “여하튼 어떤 모양이 됐던 양 얼라이언스간 협력관계가 향후 더욱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얼라이언스간 합종연횡이 사활을 건 전략적인 돌파구로 이뤄진 것은 분명하지만 양 얼라이언스 소속선사들은 상대측의 서비스 이용을 통해 하주들에게 더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게 됐다. GA소속 국내선사들은 TNWA의 AEX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돼 기존 GA의 서비스에선 기항하지 않던 광양항을 기항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GA소속 OOCL코리아 한 관계자는 “이번 제휴를 통해 양측간 취약점이 보완되는 효과를 얻게 됐다. GA의 경우 광양항을 이용할 수 있게 돼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TNWA의 경우 성장항로인 동중국과 북중국발 기존 환적위주의 영업에서 직기항 영업으로 전환해 시장점유율 증대 가능성을 높인 반면, GA측에서는 국내 및 중국, 동서남아지역에 대한 항차를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각에선 운임의 안정화 측면을 얼라이언스 제휴에 따른 긍정적 효과로 보고 있다. 특히 유럽항로의 경우 양 얼라이언스간 운임조정에 대한 원활한 합의가 이뤄져 시황하락세의 강도를 다소 완화할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대해 현대상선 한 관계자는 “동맹간 서비스 제휴는 기존 서비스에 대한 선복교환이 이뤄지는 것이지 신규로 항로를 개설하거나 선복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므로 절대적인 선복량이 증가하는 행위는 아니다. 그래서 시황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시장운임에 대한 영향력을 공동으로 발휘할 수 있어 운임하락세를 다소 누그러뜨리는 등 운임조정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운임안정화도 전망돼
또 “양 얼라이언스는 서비스 제휴를 통한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머스크라인과 맞설 수 있게 됐다. 피앤오네들로이드가 GA에서 빠지면서 이탈되는 피앤오네들로이드측 하주에 대한 머스크의 공격적인 영업이 시장운임 하락의 요인이 될 수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론 피앤오네들로이드 하주를 공략할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국내선사 관계자들은 올 정기선시황이 하락국면에 접어들었으며 미주항로의 경우 운임시황이 매우 저조한 상황인데, 동맹체제 강화가 운임하락을 다소 억제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NYK 관계자는 “미주,유럽 등 원양항로를 운항하는 선사들은 올해 수익을 내기가 상당히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미주항로의 경우 최근 수년간 철도요율이 매년 30%씩 상승하는 등 내륙요율 상승률이 커 수익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으며 유럽도 마찬가지로 터미널 요율 상승은 물론 터미널 적체, 노동자 파업 등 악재로 인해 시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시황하락 속에서 이뤄지는 얼라이언스간 제휴 등 동맹체제 강화는 일종의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해운시장의 완전 자유경쟁 속에서도 이뤄지는 이러한 동맹체제 강화는 결국 시장안정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얼라이언스간 제휴에 따른 운임조정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보는 시각도 소수 있었다. 그 이유로는 머스크의 공격적인 하주 공략, 선복이 급증하고 있는 프랑스선사 CMA-CGM의 운임인하 지속 등 비동맹 선사들의 가파른 운임인하 조치를 들었다.
<박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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