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6-30 17:21
「컨」선 대형화·초대형 선사 출현 ‘환적물량’ 크게 는다
항만개발 ‘메가케리어시대’ 준비 시급해
컨테이너선 대형화와 초대형선사 출현으로 세계 기항항만수가 크게 줄 것이라는 우려가 큰 가운데, 이와는 정반대로 아시아 지역 기항항만수는 현재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환적물량은 오히려 크게 늘어 항만개발이 이를 준비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KMI 양창호 박사는 29일 열린 “21세기 해양강국 실현을 위한 해양수산 정책방향” 세미나에서 대형선박들이 한개 항만에 동시에 접안할 수 없기 때문에 인근 몇 개 항만을 기항지로 택해 순환 기항하는 체제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는 곧 메가캐리어 등장으로 세계 기항항만이 6개로 감소할 것이라는 다른 해운전문가들의 주장과 정면배치되는 것이다.
해운시장은 2003년 머스크 씨랜드의 엑셀머스크호와 오오씨엘의 센젠호 등 2척의 8천TEU급 컨테이너선 운항을 계기로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대에 돌입한 이후 같은해 10월에는 시스팬(Seaspan)사가 915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발주하면서 9천TEU의 벽을 넘어섰다. 올 4월엔 중국 코스코사가 현대중공업과 중국 낙스(Nacks)조선소에 각각 4척의 1만TEU급 신조선을 발주해 올 5월까지 발주된 컨테이너선 중 최고 선형을 기록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8천TEU급 이상 초대형선은 150여척이 발주중이며 이중 1만TEU급 선박은 8척, 9천TEU급 이상 선박도 34척에 이른다.
◆2008년 이후 8천 TEU급 선박이 주력선형 될 것
세계 선박통계 전문지인 BRS-알파라이너에 따르면 2007년말까지 약 200여척의 8천TEU급 선박이 운항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2008년 이후엔 8천TEU급 선박이 주요 간선항로의 주력선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많은 전문가들은 2006~2007년경에 1만2500TEU급 선박이 발주되고 2015년을 전후해 1만5천TEU급 초대형선이 취항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박사는 항로거리, 교역량규모 등을 종합할 때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극동-유럽 항로에 가장 먼저 투입될 것으로 보이며 다음으로 극동-북미항로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이 두항로를 연계한 펜듈럼(Pendulum)서비스 항로에도 투입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포스트파나막스급 선박의 85%가 극동-유럽, 극동-북미항로 및 펜듈럼 항로에 투입되고 있다.
따라서 극동지역은 세계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대부분이 취항하는 곳이 될 전망이며 이 지역 항만들은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기항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1만5천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취항시 해상운송구조는 어떻게 될까?
여러 해운 전문가들은 향후 초대형선은 동서향 주 기간항로에 전배되고 전세계 6개정도의 중심항만에 기항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양 박사는 초대형 선사 및 초거대 제휴선사의 출현에 따라 초대형선박의 특정 소수 중심항만 기항개념은 보완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선사는 최근 더욱 초대형선사화 되거나 초거대 제휴선사(alliance)로 변신하고 있다. 현재 세계 해운업계는 세계 최대 메가캐리어인 머스크 씨랜드를 비롯해 뉴월드 얼라이언스, 그랜드 얼라이언스, CKYH그룹, 에버그린 그룹 등 등 5개정도의 초대형 선사및 제휴 선사군으로 재편돼 있다.
더욱이 2005년 5월 세계 최대선사인 머스크 씨랜드가 지분매입을 통해 피앤오네들로이드사를 인수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머스크 씨랜드사는 세계 전체 컨테이너선대의 20%정도를 운영하는 초대형 메가케리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정기선 시장에선 이러한 추세가 더욱 확산돼 전략적 제휴군의 초거대화 및 선사가 M&A를 가속화시키는 촉발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대형선사의 동서간 초대형 운항서비스는 초대형선사 수만큼 운항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선사별로 6개정도 기항하는 동서향 서비스에서 전세계적으로 18~24개 정도가 글로벌 허브항만에 기항할 전망이다. 동북아지역에선 선사별로 중복기항 항만을 감안하면 3개이하의 항만이 초대형선 기항 중심항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 박사는 그러나 선사가 초대형화되거나 초대형 전략적 제휴선사화 될 경우 현재 운항하는 항로별 정기선서비스를 복수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정항로의 주간정요일 서비스를 복수화함으로써 다중 주간서비스로 항로를 운영하게 된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APL, MOL, 현대상선으로 구성된 뉴월드 얼라이언스는 북미항로 서비스를 9개 루프로 운영하고 있으며 일요일에는 중국 센젠의 옌티엔, 홍콩에 기항하고 월요일에는 상하이, 화·수요일에는 부산, 금·토욜일에는 일본항만에 기항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다중 루프로 서비스하는 대형선사의 경우 요일별로 기항항만을 달리하는 것은 거의 비슷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동북아시아의 경우 초대형 선사가 기항하게 되는 중심항만은 선사간 기항항만이 중복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5~6개 정도까지 확장될 수 있다. 대상항만은 센젠, 상하이, 칭다오, 부산, 광양, 고베, 도쿄, 등 현재의 주요항만이 모두 해당된다. 이는 그동안 1만2천TEU이상 초대형선이 출현하게 되면 동북아 지역에서 한정된 1~2개항만에 기항할 것이라는 주요 학자들의 의견과는 다른 시각이 된다.
초대형선 출현에도 현재 주요항만에 기항할 수 있다는 사실은 동북아 지역 항만간에 매우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해상네트워크가 구축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세계 6개 항만에 기항하는 1만5천TEU 선박이 특정항만에 기항하게 되면 그 항만에서 1만5천TEU 선박 수송능력의 1/6을 양적하게 된다. 이를 취급 컨테이너 개수로 환산하면 3125개의 컨테이너를 양적하게 되는 것이다.
2004년 기준 부산항에서의 평균 환적 비율은 41.4%였다. 이를 1만5천TEU 선박으로 계산할 경우 1척의 선박이 선적한 환적화물량은 2천여개 이상이 된다. 또 환적대상 항만도 늘어나는 효과를 갖게 된다. 초대형선이 특정요일, 특정항만에 기항한다는 의미는 현재 동북아에서의 주요항만은 모두 환적대상항만이 될 수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
따라서 초대형선을 운항하려는 선사는 동서향 주기간항로 운영에 필요한 서비스루프나 선대 확충뿐 아니라 중심항-중심항간 환적, 중심항-피더항간 환적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필요한 서비스항로나 선대, 항만등에 투자해야 한다.
1만2천TEU나 1만5천TEU 같은 초대형선을 동서향으로 운항할 경우 기항시 발생하는 다원화된 중심항간의 환적, 중심항-피더항간 환적물량을 얼마만큼 저렴하고 빠르게 수송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느냐가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초거대 제휴선사 체제, 환적물량 증가 유발
양 박사는 초대형선사, 초거대 제휴선사 체제는 환적물량을 크게 증가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적량 증가요인은 세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초대형선화에 따른 환적물량 증가다. 이경우는 하역작업과 선적작업을 이중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항만물동량이 2배로 증가한다. 다음으로 선사들의 전략적 제휴강화에 의한 환적화물 발생이다. 다원화된 중심항만전략에 의해 추가로 발생하는 환적물동량 증가요인과 동일한 이치다. 마지막으로 다층 환적구조 요인을 들 수 있는데, 1만5천TEU급 초대형 선박이 동서항로를 기항하면 3천~5천TEU선박이 남북항로를 피더서비스하게 되며 다시 지역내 항만에 200~1500TEU선박이 2차, 3차 피더서비스하게 돼 이에 따른 다층적 환적화물은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된다.
양 박사는 이같은 해운항만 환경변화를 고려한 항만정책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1만5천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기항시 요구되는 재항시간 단축을 위해 시간당 3백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는 대용량·고속하역 항만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생산성의 안벽크레인, 고단적 야드장치키술, 고효율 이송수단 등 고효율 하역시스템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하며 하역시스템을 뒷받침하는 인공지능형 터미널 운영시스템이 개발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선박을 도크안에 넣어 선박 양쪽에서 동시 하역할 수 있는 굴입식(intended terminal)항만과 같은 신개념 항만도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양 박사는 물류중심거점항으로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의 유통중 부가가치 활동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항만공사는 항만배후단지의 부가가치 물류서비스 제공자나 내륙·해상운송업체, 포워딩업체 등과 수직적, 수평적 협력체제를 구축해 운송, 보관, 부가가치 활동등의 정보를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정부, 부산항만공사, 컨부두공단에서 전용터미널을 전략적으로 배분 공급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 전용터미널이 없는 초대형 메가케리어나 현재 경쟁관계에 있는 상하이, 홍콩, 센젠, 고베항의 글로벌 터미널 운영업체에게 우리 항만에 지분참여토록 하거나 전용터미널 운영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 이를 통해 우리 항만을 초대형 선사의 거점항만으로 유도하고 다원화된 중심항만 체제하에서 중국, 일본 항만과 보완관계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박사는 또 200~1500TEU급 중소형 피더선박들이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환적항을 개발공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우리 항만에 기항해 중심항으로 활용하도록 하기 위해 접안료, 하역료, 장치보관료가 저렴한 환적항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피더선이 이용할 수 있는 별도 안벽, 하역장비, 전용컨테이너야드를 공급하고, 정부재정에 의해 부산항과 광양항에 안벽길이 400m 규모의 환적 전용터미널이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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