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4-28 16:35
물류기기업계 경제불안 속 공장가동률 ‘뚝’ 떨어졌다
컨베이어업계 視界 제로, 랙업계 ‘IMF때보다 힘들어’ 업종 특성상 파렛트업계는 보합세 유지
최근 북핵문제, 이라크 전쟁,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경제가 거대한 불확실성 사안들을 안은채 위축된 상태다. 유가인상, 달러화 약세, 내수시장 경쟁심화,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기업의 경영여건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경기침체 현상은 물류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소 물류기기업체의 도산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고, 공장가동률도 이전에 비해 60%로 뚝 떨어졌다. 특성상 단기간에 물량감소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파렛트 업계는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어 향후 물류기기업계의 전망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중소기기업체 도산 확산
이라크 전쟁이 조기에 종전은 됐지만 괴질 SARS의 확산과 북핵문제 등 거대한 불확실성의 경제불안이 지속되고 있어 물류기기업계도 몸살을 앓고 있다. 대내외 여건 악화로 경기가 침체되고, 물가도 불안해지면서 ‘1분기 경기전망지수’도 1년 반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물류업계를 위축시키는 경제지표들이 발표되고 있어 애를 태우고 있다. 또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은 국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 내수부진,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3월 중 경기가 2월에 비해 매우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고, 4월에도 이러한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 경기회복의 희망을 낙관할 수만은 없게 됐다.
이러한 심각한 경제침체 조짐은 물류업계에도 파장이 커 수많은 중소기업이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물류장비 부문에서 국산장비업체들의 도산률이 외국장비업체보다 현저히 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한 ‘제살깍아먹기식’의 전쟁, 타이트한 예산으로 인한 저가입찰, 소규모기업들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정부의 정책 등으로 인해 물류기기업체들이 최근 상당 수 도산했다. 제조업체도 마찬가지로 생산 활동이 올해 들어 크게 둔화되고 있으며, 생산증가율마저 9.7%에서 3.0%로 6.7%포인트나 하락했다.
이라크 전쟁도 경기불안에 한몫을 했다. 대부분의 민간기업은 이라크전으로 인한 불확실한 신규투자에 대해 자금집행을 상당수 유보시킨 상태다. 물류 SI부문 및 기기부문도 전쟁의 영향을 받아 고객사의 투자가 유보된 상태이며,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신규투자에 대해 불확실한 상황이다.
파렛트업계, 유화업종 침체 가장 우려
파렛트 업계는 이라크 전쟁 등 경제여건의 불안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됨에 따라 물동량이 호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렇다 하더라도 급격한 물동량의 감소로도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대체로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라크 전쟁의 악재는 파렛트업계에는 비교적 큰 악영향은 없었고, 다행히 전쟁이 조기 종전됨으로써 플라스틱 파렛트 원가가 오를 것에 대비해 촉각을 곤두 세웠던 업계 관계자들을 안도케 하고 있다.
(주)한국파렛트풀 윤준섭 경영기획실장은 “파렛트시장에선 유화업종이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말하면서 “유가인상 예상돼 전쟁 발발 전까지는 물동량이 증가했으며 전쟁 발발후에는 보합세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윤실장은 앞으로 물동량이 감소한다해도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 된다고 덧붙였다. 파렛트업계는 아직 전쟁 및 경기침체에 대해 크게 동요하고 있지는 않는 상황으로 보여진다.
파렛트 업계는 특성상 단기간에 매출이 감소하지는 않는다. 특히 유통업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파렛트는 경제불안 등에 따른 내수소비 부진으로 영향이 있으나, 신유통(할인매장)업종의 증가와 신규계약증가로 인해 재고는 다소 증가될 것으로 보여 파렛트 물동량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섬유업종의 파렛트 물동량은 업계의 경기가 워낙 침체되어 있는 상황이어서 올해에도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지만 그간 워낙 바닥세였기에 커다라 물량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공공분야로 눈 돌리는 실정
물류 SI부문 및 기기부문은 경제가 불안한 상황하에서 불확실한 신규투자보다는 자금을 묶어놓고 있는 실정이어서 경기침체와 이라크전쟁 등의 악재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물류부문 컨설팅과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대우정보시스템의 김성수과장은 “요즘은 속된말로 걸리는 것은 다한다. 솔직히 말해서 경기침체에 대한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며, 민간기업보다는 공공분야에 대해 영업을 전개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어려운 시기에 공공기관은 수주를 위한 업체간 과열경쟁을 유도하기 보다는 기술경쟁에 따른 프로젝트 수주가 이루어 질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판단된다. 김과장은 또 “사기업쪽은 계획했던 프로젝트 진행이 완전히 막혀있다. 자금집행도 동결상태이고, 전쟁이 끝나야 진행이 가능한 상태”라고 말해 어려운 현실을 대변했고, 전쟁이 조기에 종결되기만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랙업계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랙과 리프트 사업을 하고 있는 우민실업의 권기동 대표는 “전체적으로 매출이 50% 줄었고, 공장가동률도 60%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 현재는 이라크전쟁 때문만이 아니라 워낙 시장이 침체되어 있어서 출혈경쟁을 하더라도 버티려고 하지만 너무 힘든 상황이다. 이 사업을 6년째 하고 있지만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는 올해까지는 전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며,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물류자동화기기 수출업체도 예전과는 달리 올들어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 쪽으로 물류기기를 수출하고 있는 업체들이 최근 제품의 관세가 높아지고 SARS 등 여건 악화로 중국시장 공약에 애를 먹고 있다. 중소기기업체들은 이제 거의 도산위기이고, 정부 쪽에서 나오는 일은 조금 있으나, 그것마저 상위 몇 개 대기업체들로 물량이 집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중국시장 공략에 애먹어
앞으로의 전망도 매우 어두운 상태. 중국지역으로 랙, 물류기기를 수출하고 있는 일본계 회사인 오까무라의 이말술참사는 앞으로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지금 상황이 예전 IMF때 보다 더 힘들다. IMF는 그래도 좋아지겠다는 희망은 있었으나, 지금은 희망도 없다.”라고 말해 최악의 현실을 꼬집었다.
작년에 비해 매출액이 30%정도 떨어졌다는 한 컨베이어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지금으로써는 전망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이대로 나간다면 컨베이어 업체가 많이 줄 것이라고 말한다. 물류업계가 워낙 낙후된 시점에서 경제마저 도와주질 않으니 지금이야 말로 사업하기 가장 힘든 시기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공인정신과 자부심을 가지며 단기적인 채산성을 목표로 잡지 말고, 언젠가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매출이 이전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은 업체도 있다. 세기위더스의 이상호대표는 주위에서 하도 힘들다 힘들다 하니 덩달아 힘든 것 같지만, 아직까지 크게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바람직 할 것이다.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걱정할 시간에 발로 뛰어야 할 것”이라며 희망을 버리지 말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게차 등 물류운반기계 내수업을 하고 있는 (주)수성의 김병국차장은 “아직까지는 그런데로 버텨왔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앞으로 4-5개월은 소강상태로 계속될 것 같다.”고 말해 큰 위협은 못느끼지만, 그래도 걱정은 되는 눈치였다.
이같이 매우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물류기기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상황이 너무 안 좋은 상태이고, 이라크전쟁과 북한 핵문제, 사스공포까지 겹쳐 그야말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이라크전쟁도 사실상 끝났고 북핵문제가 다자간 협상에 의한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어 앞으로 경제상황은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IMF시기와 맞먹는 어려운 시기를 다시한번 슬기롭게 헤쳐나가면 국내 물류기기업계는 그만큼 내실있는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시련을 기회로 삼는 지혜로운 경영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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