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최대 규모의 해양 비즈니스포럼인 제2회 인천국제해양포럼(IIOF 2021)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이틀간의 여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포럼은 ‘세상이 묻고, 바다가 답한다’라는 대주제로 전 세계 정부 관계자, 기업인, 전문가들이 한 곳에 모였다. 포럼 개막식에선 해양수산부 문성혁 장관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캐나다 출신 사회운동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나오미 클라인,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황승진 명예교수의 기조연설이 이어졌다.
행사 첫째날엔 글로벌공급체인망관리(GSCM) 미래전략과 인공지능(AI)·스마트항만 세션, 둘째날엔 ▲항만네트워크 ▲해양환경 ▲해양관광 등 3개 정규 세션과 해양디자인에 대한 특별 세션이 진행됐다. 항만네트워크 세션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캐나다 밴쿠버, 미국 롱비치, 프랑스 르아브르, 중국 선전 등 주요 항만의 청장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항만 기관 경영을 위한 노하우와 발전 방향 모색을 이야기하는 시안으로 꾸며졌다.
이날 좌장을 맡은 김종대 인하대학교 교수는 “지속 가능한 항만을 위해선 효율과 혁신이 기반이 된 경제적 성장이 우선 전제돼야 한다”면서 “동시에 지역사회와의 연계와 친환경 항만정책도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로빈 실베스터 밴쿠버 항만공사 대표이사는 “밴쿠버항은 거버넌스 경영 전략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지속가능한 항만 구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한 거버넌스의 모범 사례”라며 “밴쿠버항을 세계 최대 지속가능한 항만으로 만들기 위해 무역상품의 안전운반, 환경보호, 지역공동체 번영 등 세 가지 비전의 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로빈 대표는 “공사가 운영 중인 에코(ECHO) 프로그램을 통해 대형 선박의 수중 소음이 남부지역에 서식하는 범고래 등 생물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으며 그 결과를 UN과 국제해사기구에 제출했다”며 “현재 수중 소음 강도는 50% 줄었고 범고래가 친환경 지역에서 연어 사냥이 가능해졌다”고 전했다.
대기오염 개선을 위한 노력도 잇따랐다. 로빈 대표는 “지난 2015년부터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노후화되고 디젤 배출될 우려가 높은 항만하역장비를 단계적으로 없애기 위해 항만작업 수수료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며 “노후한 동력 디젤 장비를 교체 또는 폐기하는 터미널 운영사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역 공동체와의 연계를 통해 친환경적인 항만 운영과 미래 항만산업 발전 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행정구역 및 지역사회 단체와 파트너쉽을 맺고 지역 환경단체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로빈 대표는 “공사는 지역사회단체와 밴쿠버항만협회 등과 긴밀히 협조해 항만 인근 소음 및 교통혼잡 등 항구 운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또한 공사 순이익의 1%를 투자해 항만공사 비전에 부합하는 주변 사업과 이니셔티브에 투자하고 캐나다 연방성립 기념행사도 주최하는 등 다양한 공동체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엘 하세가바 롱비치 항만청 부이사도 “롱비치항은 세계 최초의 녹색항만으로서 줄곧 지속가능한 이니셔티브를 추진해 왔고 이는 대기질과 수질 개선에 큰 효과를 보였다”고 운을 뗀 뒤 "지난 2005년 녹색항만 정책을 채택한 뒤 오염물질 배출량이 대폭 감축했다“며 "그 결과 롱비치 일대에 서식하고 있는 동식물종이 10년 전보다 60%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롱비치항은 녹색항만정책을 채택한 후 환경오염의 주범인 디젤미세먼지, 산화질소, 산화유황, 온실가스가 각각 88% 58% 98% 19% 줄어 들었다. 노엘 부이사는 “이 같은 놀라운 결과의 주된 요인 중 하나는 저희 산업 파트너사와의 긴밀한 협조 덕에 친환경 트럭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롱비치항은 파트너사와의 협업으로 약 8000만달러의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아 무공해 장비를 터미널 운영에 적용했다. 이 보조금으로 약 1억6000만달러 규모의 무공해 또는 무공해와 가까운 화물처리장비와 트럭충전소, 마이크로그리드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롱비치항에 구비된 화물처리장비의 15%가 무공해·무배출이다. 노엘 부이사는 “롱비치항은 오는 2030년까지 모든 화물처리장비를 무공해 배출되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오는 2035년까지는 롱비치항에 들어오는 모든 트럭도 무공해 무배출 차량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롱비치항은 지역 사회와의 관계 발전에도 중점을 두고 항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노엘 부이사는 “저희 공사는 매년 지역사회와 소통을 하기 위해 다양한 오찬과 식량유통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며 “식량유통이벤트는 올해 2~3월 두 달에 거쳐 개최됐으며, LH푸드뱅크 등 협력사와 파트너쉽을 맺어 약 50파운드의 식량을 4000가구에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청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노엘 부이사는 “해당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고등학생에게 롱비치항 유급 인턴십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청년들이 항만 운영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며 “지역 대학생을 대상으로 15만달러에 이르는 장학금을 후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티스트 무허 아로파 르아브르 항만공사 대표는 “지난달 파리항, 루앙항, 르아브르항이 통합된 프랑스 최고의 하구항이자 해양항구인 아로파항은 미래 물류 및 산업 솔루션을 마련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뿐 아니라 생태적 전환을 위한 과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오는 2040년까지 탄소 중립 에너지 항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아로파항은 프랑스수로 인프라관리·개발관청(VNF)와 지난 2018년부터 탄소 중립 에너지 항만이 되기 위해 배수배전 터미널을 13개 설치한 바 있다. 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체가 전기화된 수로다. 이 전력 터미널을 사용하면 발전기를 운용할 때보다 비용이 40~60% 가까이 절약되고 연간탄소량도 5300t을 줄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이는 비행기로 지구를 550회 돌수 있는 양이다.
아로파항 북측 터미널 선착장 전력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 연구는 근해 운송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선박들이 전력을 급속 충전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티스트 대표는 “우리 항구에 정박하는 선박이 르아브르항에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게 돼 탄소 연료가 필요 없게 된다면 이는 결국 사회적 요구이며 환경과 경제가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충족하게 되는 것”이라며 “향후 미래에는 모든 선박이 항구에서 전기 공급을 받는 것이 의무화될 것으로 예상돼 오는 2024년까지 아로파항 전력공급 투자계획을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해상 운송을 위해 청정연료를 주입하는 아비카페(Avicafe) 서비스와 해양바이오연료인 액화천연가스 개발 등 해운 녹색화 지원을 위한 다양한 항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각 항구들이 최적의 솔루션도 시행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루앙항에서는 모터 동력의 전환을 지원하며 파리항에서는 천연가스액화정제(GTL) 공급 솔루션을 현장 고객이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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